집단면역 불확실성 등 정부 코로나 방역에 대한 국민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의료계 안팎에선 면역항체 형성 여부를 판단하는 ‘항체검사키트’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항체는 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 곰팡이, 세균 등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특정 질병에 대한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곧 면역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의료계 일각에선 기존 증상이 드러나지 않은 무증상자, 백신접종자 등의 경우 항체가 형성돼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방역당국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항체검사를 통해 집단면역 형성까지의 과정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전체 국민 중 면역력을 지닌 이들의 비율을 파악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나 방역조치를 취할 경우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행정안전부 연령별 인구현황에 따르면 국내 총인구수는 5170만210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코로나 감염여부 검사가 유의미하다고 판단되는 10~89세 인구는 4754만4630명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누적 검사자수는 943만여명으로 나타났다. 코로나가 2년 째 이어지는 동안 불과 20.2%의 사람들이 검사를 받았을 뿐이다.

 

서울시는 지난 17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확진자를 사전에 발견해 집단감염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가검사키트’를 콜센터 등에 시범 도입했다. 주 1회 자택에서 스스로 검사할 수 있도록 해 확진자를 선제적으로 발견한다는 취지다.

 

여기에 최근 의료계 안팎에선 단순히 확진자를 찾기 위한 목적의 자가검사키트와 별개로 코로나에 대한 면역체계 확보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항체검사키트’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이목이 쏠린다. 코로나 무증상자 비율이 약 30% 안팎임을 감안했을 때 본인도 모르는 새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면역체계를 갖추게 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인체에 항체가 존재한다는 의미는 바이러스에 대항할 면역체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로 전체 국민 중 항체 보유자 수를 파악할 경우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역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의료계 등에 따르면 항체검사 과정은 비교적 간단하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초기 항체인 lgM(감염 3일~7일 전후)과 lgG(감염 10일 이후)를 손끝 소량의 모세혈 만으로도 검사가 가능하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개인차원에서 쉽게 면역체 형성여부 파악이 가능하다.

 

신속항체검사 결과는 구체적으로 △IgM 양성 △IgM/IgG 양성 △IgG 양성 등의 세 구간으로 나뉜다. IgM 양성의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 침투 후 약 7일 내의 시점으로 백신접종 전에 이러한 결과가 나오면 확진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 시기는 아직 몸속에 면역체계가 형성되지 않은 시기로 RT-PCR(유전자 증폭)로 정확한 검사를 받아 코로나 확진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IgM/IgG 양성의 경우 감염 2~3주 사이로 백신접종 이전이라면 IgM 양성과 마찬가지로 PCR 정밀검사가 필요하나 면역체계 형성이 진행되고 있는 시기다. 마지막으로 IgG 양성은 감염 3주 이상의 시점으로 바이러스 전염이 약하거나 없는 시기다. 사실상 면역체가 형성된 시기다.

 

 

의료계는 신속항체검사키트를 도입할 경우 집단면역 형성 시점 파악과 더불어 더딘 백신수급으로 인한 국민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개개인의 항체 형성 여부를 파악할 경우 백신접종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 집단면역 도달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블룸버그 자료를 인용해 지난 13일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등 각국의 집단면역 도달 예상 시기’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하루 평균 7만8236회의 백신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도 같은 속도라면 인구의 75%가 접종하는 데 향후 2.6년(2년 7개월)이 소요된다. 정부가 주장한 ‘올해 11월 집단면역 계획’과는 상당한 격차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전체 인구의 70~85%가 예방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고 밝혔던 만큼 입법조사처는 인구의 75%가 접종을 끝낸 시점을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기준으로 봤다.

 

방역당국은 이 같은 내용에 반박했다. 배경택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추진단 상황총괄반장 지난 19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방법론이 잘못됐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백신이 얼마나 들어오느냐는 것이고 계획대로 잘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은 정부의 집단면역 계획을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23~26일 성인남녀 838명을 대상으로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한국 백신보급과 백신여권 도입’에 대해 국민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 10명중 1명 꼴인 9.9%만이 11월 집단면역 형성이 가능할 것으로 응답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보다 효율적인 백신접종 계획을 수립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금과 같이 면역체계 보유 여부와 상관없는 일률적인 백신접종으론 집단면역 형성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항체검사키트 도입이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과대학 교수는 “개인이 직접 손쉽게 가능한 항체검사는 개개인의 면역체 보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나아가 만약 국가가 개개인의 면역체계 보유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면 백신접종의 우선순위 변경을 통해 집단면역 시기를 보다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백신접종 유무가 아닌 면역체계 유무의 판단이 우선적으로 가능할 경우 집단면역 형성 과정에서 효과적인 방역대책 수립도 가능하다”며 “예를 들어 국민 중 면역체 보유 비율이 10%일 경우 거리두기 3단계, 30%일 경우 2단계, 50%일 경우 1단계 등이다. 이럴 경우 현재 코로나 방역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