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생산량 ‘kg·톤 단위’ 발표 의미 있는가

도표로 본 ‘이슈 인 뉴스’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기사입력 2013-11-16 01:02:41

▲지금의 우리사회는 먹거리가 다양하고 넘치기 때문에 ‘배고픔의 고통’을 겪는 국민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보릿고개’라는 말이 흔하게 유행했을 정도로 세끼 식사를 못 먹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60~70명에 이른 한 학급에서 도시락을 싸오지 못해 굶는 학생들이 통상 10여명에 달하기도 했었다. 이렇게 못 먹고 살 정도로 가난을 삶의 고통으로 지고 살았을 때 가을 수확철은 더없는 기쁨이 넘치는 축복의 시간이었다. 오늘의 추석이 예전의 추석만큼 가슴 절절하게 느껴지지 못하는 것은 이런 이유도 크다. 먹거리가 풍부한 만큼 수확에 대한 기쁨도 덜한다고 해야 할듯 싶다. ▲농업을 나라의 근간으로 삼아 온 우리나라는 벼농사가 곧 삶이고 생명이었다. 하늘의 뜻이 서려 있는 신성한 업이 벼농사로 간주돼 왔다. 한해 농사가 풍년이 들면 모든 일이 대길(大吉)하고 행운이 넘칠 것으로 여겨졌다. 반면 흉년은 국가와 국민들의 불행이었고 불길한 기운으로 다가왔다. 전두환 정권 시절 7년간의 신군부독재가 서슬 퍼렇던 시절에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대풍이 들었을 때 국민들은 비록 군부정권하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어야 했지만 국가의 운명 만큼은 희망적으로 보았다. 당시 가을철만 되면 신문과 방송은 대풍년 소식을 전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치적 격변기였던 1980년대 10년간 매해 대풍이 이어져 정부미 재고가 2000만섬이 넘어 쌀 소비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었다. ▲당시 쌀 생산량에 대한 뉴스는 ‘섬’ 또는 ‘석’(石)으로 발표됐다. 섬과 석은 짚이나 풀 등으로 만든 곡식을 담는 용기를 지칭한다. 더 정확히는 새끼로 날줄을 만들고 짚으로 엮은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섬과 석으로 쌀 생산량을 발표하고 민간에서는 통상 ‘가마니’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쌀 한 섬(석)을 무게로 환산하면 144kg이다. 벼 200kg을 도정(搗精)하면 통상 144kg의 쌀 한 섬이 나온다. 그 도정비율(벼의 도정수율)이 통상 0.72였다. ‘쌀 한 섬’을 부피로 보면 ‘열 말’에, ‘100 되’에, ‘1000 홉’으로 계산되고 ’180L‘(리터)가 된다. ‘벼 한 섬’이 보통 10말, 180L, 200kg인데 여기에 도정수율 0.72를 넣어 계산하면 정확히 144kg 쌀 한 섬이 나온다. 또 쌀 한 가마니는 4말 72L 80kg인데, 정부환산표로는 72kg으로 ‘쌀 반 섬’이 된다. ▲예전에는 성인 한 사람이 1년에 먹을 쌀의 양을 144kg 정도로 봐서 섬과 석의 단위가 시작됐다. 하지만 요즈음은 쌀 이외의 먹거리가 다양해져 반 이하로 줄었다. 정부가 신곡수요 추정량을 계산하는 기초도 바로 국민 1인당 밥쌀 소비량 67.3kg을 기준으로 한다. 요즈음에는 섬·석을 사용하지 않고 kg과 t(톤) 단위로 쌀 생산량을 발표한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2013년 쌀 생산량’을 보면 423만톤으로 전년보다 5.6% 늘었다. 이는 2013 양곡년도(2013년11월~2014년10월) 추계치 419만톤을 넘어선 것이어서 풍년으로 봐도 무방할 듯 하다. 다만 섬과 석에 익숙한 중장년 세대들은 kg 또는 t(톤) 단위의 생산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물론 어린 세대들도 kg량이 얼마만큼 먹을 수 있 양는지 거의 모른다. 과연 이런 발표를 해야 할까. 423만톤은 42억3000만kg이고, 이를 144kg 한 섬으로 나누면 2937만섬이 나온다. 못살던 시절 쌀 소비량을 감안하면 이는 약 3천만명이 굶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이를 지금의 한 가마니 72kg으로 계산하면 5875만 가마니가 된다. 대략 5800만명이 굶지 않고 먹을 양이다. 이를 밥쌀 소비량인 기준인 67.3kg으로 정확하게 계산하면 6285만명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한 사람이 1년에 먹을 수 있는 쌀 량을 ‘한 섬’으로 의역한다면 6285만섬의 쌀이 올해 생산됐다. 하지만 식량주권이 에너지 주권 보다 공포스럽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전쟁이나 기후변화 등에 대비해 144kg을 한 섬으로 기준해 쌀 생산량을 유지해야 한다. 더불어 kg·t 단위가 국민들에게 얼마만큼 먹고 살 수 있는 분량인지 감이 거의 오지 않는 만큼 섬과 석을 함께 발표하는 것을 검토했으면 한다.

▲ 올해 쌀 생산량은 423만톤으로 전년의 400만6000톤보다 22만4000톤(5.6%) 증가했다. 쌀 현백률(현미를 쌀로 환산하는 비율) 90.4% 적용시에는 지난해 389만8000톤에서 올해 411만6000톤으로 늘어났다. 벼 재배면적은 전년에 비해 1.9% 감소했지만 단위면적(10a)당 쌀 생산량이 전년에 비해 7.4% 증가한데 따른 영향이다.

▲ 도별 쌀 생산량은 충남(82만4000톤), 전남(82만3000톤), 전북(68만1000톤) 순을 보였다. 단위면적(10a)당 생산량도 충남이 543kg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전북 537kg, 경북 527kg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출수 및 등숙기 초기에 볼라벤 등 태풍의 영향으로 전남, 전북, 충남 지역에서 백수피해가 있었으나 올해는 일조량 증가 등 기상이 양호해 피해지역이 크게 축소됐다.

▲ 올해 단위면적(10a)당 쌀 생산량은 508kg으로 전년의 473kg보다 35kg 증가했다. 조정 현백률(90.4%) 적용에도 평년 487kg, 지난해 460kg 보다 올해는 495kg을 보여 높았다.

▲ 올해는 가지치는 시기(분얼기, 6월상순∼7월상순)부터 낟알이 형성되는 시기(유수형성 및 수잉기, 7월상순∼8월상순)까지 잦은 비와 일조시간 감소로 1㎡당 포기수 및 포기당 유효이삭수가 감소했다. 하지만 벼 낟알이 익는 시기(등숙기, 9월 상순∼9월 하순)에 일조시간 증가, 일교차 확대 등 후기 기상 여건이 양호해 단위면적(10a)당 생산량이 증가했다.

▲ 자료:통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