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EYE TO EYE와 리트머스에서 메인 보컬을 맡았던 기준(36)은 사촌 형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사촌 형에게 기타와 작곡 등 많이 배웠습니다. 학교만 끝나면 매일 기타를 쳤습니다. 중2 때 문화체육부(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청소년 가요제에 출전해 대상을 탔었죠. 다른 참가자들은 기성 가수들의 노래를 불렀지만 저는 제가 직접 작사·작곡한 ‘우리만의 세상’을 불렀고 대상을 받았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기타를 시작했던 기준은 중3 때 피아노를, 고2 때는 드럼을 독학으로 배웠다. 실력이 탄탄했던 그는 가요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뒀고 고3 때는 EBS 청소년 가요제에 참가하기도 했다.

“EBS 청소년 가요제 대회에 참가했을 때 방송국 측에서 멘토를 붙여줬습니다. 저의 멘토는 그룹 ‘뱅크’ 선배님들이었고 그분들의 영향으로 제 노래실력을 한층 더 끌어올렸던 계기가 됐습니다”

기준은 음악을 ‘삶의 탈출구’라고 정의했다. 그는 대학시절에도 음악을 계속했고 음악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갔다고 했다.

“대학교 1학년 시절이었습니다. 한 음악대회에 참가하게 됐는데, 한 기획사 관계자가 저를 잘 봐서 메인 보컬로 캐스팅이 됐었죠. 저는 그룹 ‘EYE 2 EYE’로 정식 데뷔를 했습니다. ‘EYE 2 EYE’는 줄여서 I2I로 부르거나 썼지요. 저희 그룹은 기획사의 첫 아이돌그룹이었습니다. 기획사의 두 번째 그룹은 ‘H.O.T’에서 나온 토니안, 이재원, 장우혁이 뭉친 JTL이었습니다”

당시 기준의 데뷔 동기로는 그룹 GOD, 가수 백지영 등이 있었다. 기준은 데뷔 동기들과 같은 연습실에서 안무연습을 했다. 소속사는 서로 달랐지만 한 연습장에서 만나 서로 격려하며 꿈을 키웠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뜻과는 다르게 날개를 펼치지 못했다.

“그 시절 기획사의 재정이 무척 안 좋았습니다. I2I는 제대로 활동도 하지 못한 채 해체가 됐었죠”

기준은 다시 비상하기 위해 5년 동안 절치부심 노력했다. 2004년 ‘리트머스’라는 발라드 그룹으로 다시 대중들에게 모습을 보였다.

“당시에는 아이돌 가수가 아니면 승부할 수 없는 시대였습니다. 같은 기획사의 ‘자탄풍’ 선배님이 있었는데, 그분에게 많은 조언을 받았습니다. 저는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며 I2I 데뷔 때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연습을 했었죠”

리트머스는 I2I와 달리 발라드를 부르는 그룹으로 일본에서 최고의 뮤직션들과 함께 녹음을 하며 준비를 했었다.

“제 목소리는 미성(美聲)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신승훈, 조성모 선배님들이 ‘자신들의 계보를 이을 차세대 주자’라고 평가해 주셨습니다. 제가 방송할 때마다 두 선배님들이 일일이 모니터링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여러 선배님들의 관심과 코칭을 받으며 발라드 가수로서 기반을 마련해 나갔습니다”

혼성그룹 리트머스는 노래 ‘Blue’와 ‘할아버지 시계’로 대중들의 인기를 얻었다. ‘할아버지 시계’는 미국 동요를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각색한 리메이크 곡이다. 한국 정서에 맞게 편곡해서 그런지 대중들에게 반응이 좋았다고 기준은 설명했다.

“리트머스로 다시 활동할 때 동기 가수로 동방신기, 테이, VOS 등이 있었습니다. 첫 데뷔 때처럼 같이 의지하며 미래의 인기스타를 꿈꾸었죠”

하지만 그는 또 다시 꿈을 접는 상황을 맞았다. 이번에도 기획사가 재정난을 겪으며 그룹이 해체됐던 것이다.

“리트머스가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상황은 제 뜻과 다르게 흘렸습니다. 꿈이 사라져버리니까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식은땀이 날 정도였지요. 당시 남모를 고초를 많이 겪었죠”

두 번의 그룹 해체라는 아픔을 겪은 기준은 꿈과 희망을 잃고 방황의 늪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같이 연습하던 데뷔 동기들을 TV를 통해 지켜보면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길이 없었고 그룹 해체 후 3년 동안 음악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다.

“함께 데뷔했던 동기들은 모두 잘 됐는데 저만 낙오자가 된 것 같았습니다. 제 욕심이 너무 컸었나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국 젊은 나이에 뜻을 펴지 못하고 가요계를 떠나게 됐습니다. 저를 위해 많은 분들이 애를 써주셨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스러웠죠”

“두 번의 그룹 해체를 겪고 2008년부터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 사역자로서 기독교 음악가로서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특히 장애인 사역을 통해 큰 보람을 얻었습니다. 그들에게 노래도 가르치며 함께 노래 부르는 제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2010년 SBS 드라마 ‘그대 웃어요’에서 제 목소리가 그대로 담긴 ‘할아버지 시계’가 OST로 나오는 것을 봤습니다. 다시 힘이 났어요. 그래서 가요를 버릴 것이 아니라 희망의 등불을 전할 수 있는 노래로 불러보자고 다짐했습니다”

이제 기준은 욕심을 버리고 디지털 싱글 앨범을 준비했다. 그는 자신감을 되찾고 홀로서기를 위해 노력했다. 얼마전 소속사 IDOK ENT를 통해 ‘내 사랑이니까’를 발표했다. 이 곡은 한 여인을 잊지 못한 애절한 심정을 담은 내용으로 기준이 직접 작사·작곡을 했다.

“한창 앨범을 준비할 때였습니다. SBS 드라마 ‘끝없는 사랑’에서 다시 제 노래가 나오는 것을 듣게 됐습니다. 드라마 OST로 조성모 선배님이 ‘사랑합니다’라는 곡을 불렀습니다. 이 곡은 리트머스 시절 제가 불렀던 ‘할아버지의 시계’란 곡을 재편곡한 것입니다”

“드라마는 지금도 방영되고 있지요. ‘할아버지 시계’는 제 목소리로 한 번, 조성모 선배님 목소리 한 번, 모두 두 번 드라마의 OST로 사용됐습니다. ‘끝없는 사랑’에서 제 노래가 다시 방송을 타자 지인들이 알아주면서 리트머스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는 듯 했습니다. 저 역시 뜻하지 않은 관심에 조금 놀랐었죠”

기준은 이 같은 반응을 제쳐두고 그동안 열심히 준비해 온 디지털 싱글 앨범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갈 뜻을 밝혔다.

“아직은 방송보다는 라디오 위주로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또 장애인을 위해 아름다운 곡도 계속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제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것은 제 목소리로 세상에 밝은 빛을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