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송파구의 핵심 지역에 위치한 중앙전파관리소(이하·관리소) 부지 개발을 놓고 미래창조과학부(이하·미래부)와 기획재정부(이하·기재부)가 충돌하고 있다. 관리소 부지를 개발하자는 쪽으로는 협의가 이뤄졌지만 개발방식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기재부는 금싸라기 땅에 들어선 관리소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그곳을 민자 개발해 수익시설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미래부는 ICT클러스터를 건립해 관리소를 비롯해 비슷한 성격의 시설을 유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중앙전파관리소는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서울 지하철 3·8호선 가락시장역 6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인근에는 가락시장, 롯데몰, 문정동 로데오거리, 문정동 법조타운, 문정지식산업센터, SRT수서역 등 송파구 지역의 핵심 시설들이 모여 있다.

현재 관리소 부지의 총 면적은 5만154㎡(약 1만5171평)에 달하지만 내부 토지 활용은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테니스 코트만 8면이 설치돼있고 면적의 반 이상은 푸른 잔디만 깔려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개발 전문회사인 어반에셋매니지먼트 정성진 대표에 따르면 현재 관리소가 위치한 5만㎡ 가까운 부지의 시세는 약 6800억원에 달한다. 관리소 인근에 거주 중인 주민들은 금싸라기 땅이 그대로 방치된 지금의 상황이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관리소 인근에 위치한 골드공인중개사 사무소 안정미 실장은 “관리소 부지는 지하철 두 개 노선이 겹치는 환승역과 맞닿아 있다”며 “상당한 유동인구를 보장하는 가락시장에 바로 붙어 있는 초역세권인 탓에 개발을 하면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관리소가 지나치게 넓은 토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인식은 지역주민들 뿐 아니라 관련된 기관인 미래부, 기재부, 송파구청 등도 공감하고 있다. 앞서 각 정부부처는 지난 2008년 중관소를 이전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한 적이 있다.

김희숙 관리소 주무관에 따르면 현재 관리소에 근무하고 직원의 수는 약 900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중 약 700명은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전파관리소에 파견근무를 나가 있는 상태다. 실질적으로 가락시장역 인근에 위치한 관리소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약 200명 정도에 불과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남인순(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08년부터 인근 주민들과 송파구청 등이 관리소를 이전하고자 노력한 결과 2010년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인근 그린벨트 지역으로 이전을 확정했었다”며 “하지만 당시에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저촉된다고 해서 이전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부터 미래부, 기재부 등을 중심으로 다시 관리소 이전에 대해서 논의하기 시작했다”며 “이번에는 이전 예정시기에 맞춰 법을 개정 할 수 있도록 해 이전에 발목이 잡히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관리소는 미래부 관할의 국가기관이고 해당 부지는 국유지다. 때문에 관리소를 관할하는 미래부와 국유지를 관할하는 기재부가 해당 부지 개발을 주도한다. 하지만 두 기관의 입장이 엇갈려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미래부는 중관소 부지를 ‘송파 ICT 보안 클러스터’로 만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현재의 부지에 6동의 건물을 지어 기존의 관리소를 그대로 존치시키는 한편 전자파측정센터, 인터넷침해대응센터, 정보보호 종합지원센터, 전파산업 종합지원센터 등 관련 시설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범 미래부 전파정책기획과장은 “관리소 부지에 공공청사를 중심으로 해서 R&D지원시설과 청년창업지원시설도 보조적으로 배치할 것이다”며 “수익시설은 건축비 회수가 가능한 수준의 최소한으로 설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송파구청 역시 이러한 미래부의 계획에 찬성을 하고 나섰다. 조재현 송파구청 전략개발과 주무관은 “미래부에서 제안하는 송파 ICT 보안 클러스터가 송파구에 더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다”며 “만일 이 부지에 대규모 상업시설이 들어온다면 인근 주민들의 상권에 피해가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미래부와 송파구의 주장에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가락동에서 10년 넘게 살아왔다는 박은영 씨는 “관리소 부지에 공공청사가 들어온다면 공무원들이 밥은 구내식당에서만 먹고 지역 상권은 단지 출퇴근으로 지나치기만 해 인근 상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오히려 대형 상업시설이 입주해 길을 마주보고 상권이 형성되도록 해야 인근 주민들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본다”며 “송파구의 상권침해 우려는 상권의 본질을 잘 모르는 탁상 행정의 결과물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재부 역시 인근 주민들과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관리소 부지에 상가 등 수익시설을 설치해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손주연 기재부 국유재산조정과 사무관은 “기재부는 기본적으로 국유재산에 수익시설을 설치해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기본적인 사업 모델로 삼고있다”며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옛 남대문 세무서 터를 재건축한 ‘나라키움 저동빌딩’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관소 부지는 송파구의 대표적인 노른자위 상가지역을 개발할 수 있다”며 “민자를 유치해 개발하거나 자체적으로 수익시설을 건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중구 저동1가에 위치한 나라키움 저동빌딩은 국가 소유로 지난 2008년 옛 남대문세무서 터를 재개발에 완공됐다. 지하 4층, 지상 15층 높이의 빌딩으로 대지면적 3243.8㎡(약 981평), 연면적 26937.81㎡(약 8148평) 규모다. 정성진 대표는 “나라키움 저동빌딩의 경우 현재 빌딩의 가치는 1700억원에 달한다”며 “현재 매년 76억원의 임대수익이 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관리소 부지의 경우 현재는 2종주거지역이기 때문에 현재 가치가 6800억원이지만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가서 이 지역이 상업지역으로 바뀌게 되면 토지의 가치는 9100억원까지 상승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는 수익 시설 중심으로 개발이 된다면 국가 재산이 2300억원 가까이 오른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는 “관리소 부지는 ICT 클러스터 같은 공공기관보다는 상업지구가 들어오는 것인 인근 지역을 발전시키는데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래부의 계획보다는 기재부의 계획대로 상업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훨씬 큰 효용을 볼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