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 리베이트 의혹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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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주주연합 “180억 리베이트 진상 규명해야”…27일 주총 앞두고 변수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3-05 13:17:59

▲ 한진그룹이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내·사외 이사 명단을 공개했다. 사진은 한진빌딩. ⓒ스카이데일리

한진그룹이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내·사외 이사 명단을 공개했다. 그간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3자 주주연합’(3자 연합)이 한진그룹 계열사의 재무구조, 지배구조를 주로 공격한 만큼 재무·금융 전문가들이 다수 포함된 점이 눈길을 끈다. 3자 연합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3자 연합측이 돌연 대한항공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대한 관계 당국의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한층 심화된 모양새다.

5일 재계 등에 따르면 한진칼은 4일 서울 중구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제7기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과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부문 부사장의 신규 사내이사 선임안, 신규 사외이사 후보 5명에 대한 개별 선임안 등을 의결했다.

신규 사외이사 후보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임춘수 마이다스PE 대표,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 등이다.

한진칼 이사회는 신규 사내이사 1명을 추가하고 사외이사는 임기 만료에 인한 사임 1명(이석우 사외이사)에 신규 5명을 추가한 8명 등 총 11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만약 그렇게 되면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73%로 늘어난다. 현재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됐다.

같은 날 대한항공도 이사회를 개최해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2명의 사외이사(안용석, 정진수)를 대체하는 후보 외에 1명을 추가해 사외이사 비중 확대에 나섰다. 신규 사외이사 후보는 정갑영 전 연세대학교 총장, 조명현 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박현주 현 SC제일은행 고문 등 3인이다.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우기홍 사장과 이수근 부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안도 결의했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한진칼은 추천된 사외이사 후보들이 지배구조·재무구조 개선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들이라고 설명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이 줄곧 한진그룹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를 비판한데 따른 대응으로 분석된다.

회사 측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사내 자문위원과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등 외부 인사로부터 후보를 추천받았다”며 “3자 연합이 제안한 이사후보보다 전문성과 독립성이 뛰어난 후보로 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계획이다”고 밝혔다.

또 한진칼 이사회는 법령에 따라 3자 연합의 주주제안도 의결·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다만 주주연합이 제안한 전자투표제의 경우, 시스템 해킹 등 보안 우려를 이유로 들며 이번 주총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3자 연합은 지난달 주주제안을 통해 △법령상 결격요건은 물론 강화된 청렴성 요건을 반영한 이사의 자격 조항 신설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할 것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등을 명시하는 규정 신설 등 내용을 정관 변경 안건으로 제안했다.

또 △전자투표 도입 명시 △이사의 선임시 개별투표 방식을 채택하도록 명시 △사외이사 중심의 보상위원회의 의무적 설치 규정을 정관에 두도록 정관을 개정하자고 요청한 바 있다.

이 가운데 3자 연합이 돌연 대한항공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서며 눈길을 끈다. 3자 연합은 한진그룹 전직임원회, 노동조합 등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손을 들어준 가운데 수세에 몰렸다. 이에 분위기 반전을 위해 예상치 못한 ‘한 방’을 날린 것으로 분석된다.

3자 연합은 4일 ‘대한항공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대한 한진칼 주주연합 성명서’를 통해 대한항공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대한 관계 당국의 수사를 촉구했다. 앞서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같은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근 프랑스 검찰이 에어버스가 대한항공 등에 항공기를 납품하며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3자 연합은 “국회 상임위 질의·답변 및 해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와 영국, 미국 검찰은 에어버스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대한항공의 A330 기종 10대 구매 대가로 고위 임원에게 1500만달러의 리베이트 지급을 약속했다”며 “실제로 2010년 200만달러, 2011년 650만달러, 2013년 600만달러 등 세 차례에 걸쳐 지급됐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범죄 행위에 관여된 인사들은 즉시 물러나야 하고, 새로 선임될 이사진에 포함돼서는 안된다”며 “이 같은 리베이트의 엄정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통해 되풀이되지 않도록 관계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주주연합은 “리베이트 사건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사안이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