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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박선옥 부장|문용균 팀장·오창영 기자] 의료기술의 발달로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은퇴 후 제2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노후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탓에 새로운 돈벌이를 구하려는 은퇴자가 많지만 실제 재취업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사설기관에 따르면 50세 전후의 은퇴자 중 10개월 이내 재취업에 성공하는 비율은 3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최근 많은 은퇴자가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2019년 신규 창업자 중 50대는 34만9895명으로 전체의 25.5%에 달했다. 60대 창업자 역시 10%가 넘는 것으로 집계돼 시니어 창업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창업은 결코 쉽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창업 후 5년을 버티는 기업이 28.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심차게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사업화 단계에서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실패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중장년 창업인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 일했던 분야와 다른 사업 분야에서 얻은 성공이라 더 값지다. 늦깎이 창업에 성공한 주인공들은 사업 성공의 비결로 끈기를 가지고 포기하지 않는 믿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첫 사업 실패 딛고 끈기로 이룩한 사업… 소비자 니즈 충족에 완판 행진
이문희 대표는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친환경 음식물쓰레기 봉투 ‘쓰봉’을 개발한 인물이다. 생분해성 소재로 만들어 봉투째 음식물쓰레기를 버려도 약 한 달이면 봉투도 함께 썩어 없어진다. 더구나 비닐에 음식물쓰레기를 담아 버릴 때마다 손에 묻던 불편함 없이 봉투째로 버리면 된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빠르게 사로잡을 수 있었다.
이 대표는 과거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며 영업을 해온 세일즈맨이었다. 전 세계 최대 곡물·축산기업인 카길(Cargill)에서 전도유망한 인재로 주목받으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랬던 그는 늦은 나이에 돌연 자기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국제를 무대로 활동하던 이 대표는 2015년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언젠가 내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왔어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영업하고 정말 바쁘게 살았거든요. 나이를 먹으면서 한 곳에 정착해서 살고 싶더라고요.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리곤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했죠.”
이 대표는 첫 사업 아이템을 정하고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막상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을 때 시장의 반응은 보기 좋게 예상을 벗어났다고 털어놓았다.
“첫 사업 아이템은 흡연자를 위한 담배·라이터 일체형 케이스였어요. 흡연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라이터를 참 많이 잃어버리거든요. 그래서 이건 분명 흡연자라면 꼭 필요로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담배와 라이터를 함께 보관할 수 있는 케이스를 만들었죠. 개발에만 꼬박 2년 걸려 2017년 5월에 처음 시판했어요. 그런데 소비자의 반응은 기대와 달리 시큰둥했죠. 호주머니에 넣으면 너무 불룩하게 튀어나오는 게 불편했대요. 결국 판매를 시작한 지 3개월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어요. 1억5000만원을 하루 아침에 날려버린 거죠.”
첫 사업에 처참하게 실패했지만 이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동안 꾸준히 준비해온 ‘연구노트’에서 다음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다.
이 대표는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고 했다. 비닐에 담아 버리는 방식이 일반적인 한국에서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건 악취는 물론이고 음식물이 손에 묻는 등 불편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봉투째로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소시지를 만들 때 사용하는 콜라겐 성분으로 봉투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분해성 수지로 만든 음식물쓰레기 봉투 ‘쓰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소시지에서 착안한 콜라겐으로 봉투 만들기에 돌입했어요. 물론 개발 과정에서 문제도 있었죠. 콜라겐 성분이 열에 약해 열접착이 어려운 거예요. 봉투 모양을 잡으려면 열접착을 통해 마감을 해야 하는데 자꾸 터지더라고요. 터지는 쓰봉을 보면서 제 속도 함께 터졌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어요. 연구개발에 매진한 결과 1년 만에 열접착이 가능한 실링 방식 개발에 마침내 성공했어요. 특허도 따고 상표도 출원했어요. 제품 출시를 앞두고 너무나 기쁘고 설렜죠.”
이 대표는 모바일셀렉트 쇼핑앱(카카오메이커스)을 통해 쓰봉을 판매하기로 했다. 재정에 여유가 없어 광고나 마케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첫 판매를 개시했다. 1000세트를 준비했던 쓰봉은 한 시간 만에 완판됐다. 제대로 된 마케팅을 펼치지도 않았는데도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킨 제품만으로 거둬들인 엄청난 성공이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시는 분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괜찮겠다고 생각하는 제품을 만들곤 해요. 100명은 고사하고 주변사람 몇 명에게도 제품이 어떨까 묻지 않아요. 그저 자아도취에 빠져서 자신의 제품이 시장에 출시됐을 때 엄청나게 잘 팔릴 거라 착각하는 거죠. 더구나 다른 사람이 충고를 해줘도 딴죽을 거는 것으로 치부하곤 무시해버려요. 첫 사업에서 제가 바로 그랬던 거죠. 아무도 원하지 않던 담배·라이터 일체형 케이스를 제가 좋아서 만든 것처럼 말이에요.”
쓰봉의 성공이 있기까지 이 대표는 끈기 있게 세상과 부딪혔던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 단언했다. 특히 남보다 늦은 나이에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후배 예비창업자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도 쉽사리 포기하지 않는 ‘끈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첫 사업을 시작할 때 자본이 넉넉한 사람은 거의 없어요. 그렇기에 자본을 유치하려면 남들보다 더 부지런해야 해요. 창업 자금을 지원받으려고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수도 없이 찾아갔어요. 처음 방문했을 때 자격요건이 안 돼 지원이 어렵다고 거절하더라고요. 그래도 계속 찾아갔어요. 두 번, 세 번 찾아가다 보니 점점 제 얼굴을 기억하시더군요. 그렇게 다섯 번 만에 8000만원을 지원받게 됐어요. 그때 담당 부장님께서 하신 말이 기억나네요. 뭘 하든 일을 낼 사람이라면서 격려해주시더라고요.”
이 대표는 도움이 필요할 때 두세 번 찾아가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존심이 상해서 혹은 지레 포기해서 한 번 더 찾아가길 꺼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한다. 사업을 시작한 사람 중에 정말 절박한 사람은 10명 중에 2명 꼴에 불과하다며 예비 창업인에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끈기라고 거듭 강조했다.
투자 사기도 겪었지만 업계 1위 도약… 시장과 소통 위해 적극적인 도전 자세 중요
미래형 자동차 산업의 선봉에 서 있는 전기차는 미세먼지와 화석연료를 저감하려는 시대적 추세와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많은 기업이 전기차는 물론 관련 인프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적 흐름을 한 발 빠르게 읽은 이효영 클린일렉스 대표는 완속·급속 전기차 충전기를 개발하고 전기차 인프라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기차 충전기 사업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하게 됐어요. 주변 지인이 도전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추천했거든요. 대학 때 전기공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통신회사인 KT에 입사해 통신망 관리·ERP 개발·영업 부문에서 25년간 근무했어요. 그런 제게 전기차 충전기는 생소한 사업 아이템이었죠.”
KT에서 퇴직한 후 사업이라는 새로운 길에 들어선 것도 하나의 모험인데 전기차 충전기라는 익숙지 않은 아이템에 도전한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하지만 KT에서 개발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을 되살려 쉬지 않고 R&D에 매진했다. 이후 새로운 시스템 개발에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에 설립 6년째에 접어든 올해 이 대표는 매출 100억원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자신했다.
“당시 중소기업이 전기차 인프라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무모한 일이었어요. 전기차 충전기술이 표준화돼 있다 보니 누가 더 효율적인 제품을 만드는지 경쟁해야 했거든요. 게다가 충족해야 할 요건도 너무 많아요. 대기업에 비해 자본도 턱없이 부족하니 중소기업이 버티기란 매우 힘든 사업분야죠. 그런데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막 시작하던 2014년에 때마침 정부에서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선언했어요. 타이밍이 참 좋았죠.”
이 대표는 1억1000만원의 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전기차 인프라가 기존에 없던 신산업이다 보니 변화 속도가 매우 빨랐다. 차세대 기술 개발을 꾸준히 해야 할 뿐더러 어마어마한 비용도 요구됐다. 이 대표는 투자자 유치가 절실했던 무렵 사업 경험이 없다 보니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사업을 시작하고 가장 힘든 건 투자받는 일이에요. 돈이 있어야 경영을 해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유혹에 쉽게 흔들리기도 해요. 투자사기도 여러 번 있었고요. 이를테면 중국에서 우리 회사에 투자하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설립한 지 7개월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죠. 투자 소식에 너무 들뜬 나머지 핵심 직원들과 함께 베이징까지 찾아갔어요.”
“만나 보니 제대로 된 사무실 하나 없는 사기꾼이더군요. 자꾸 붙잡으며 변명하길래 그 길로 한국에 돌아왔죠. 또 한 번은 우리 회사를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어요. 계약까지 끝냈는데 빈털터리더라고요. 사기꾼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투자라는 말에 현혹돼 위험한 상황이 종종 있었어요. 참 순진했던거죠.”
이 대표는 창업진흥원의 창업성장 R&D 제도와 멘토링 제도가 재정·경영면에서 크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창업 기업을 위한 정부제도 덕분에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금 걱정과 경영 방식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업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된 클린일렉스는 창업 8개월만에 완속 충전기 50기를 한국전력공사(한전)에 납품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또 전기차의 도시 제주에 판매처를 확보해 자사 제품을 안정적으로 납품하게 됐다. 판매처 발굴과 R&D에 뚝심 있게 매진해온 클린일렉스는 2018년 전기차 완속 충전기 국내시장에서 1위로 도약했다.
“사업을 하면서 위기와 시련이 많았어요. 고객처가 갑자기 사라지는 등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이 예상치 못하게 빈번히 생겼죠.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어요. 옛말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잖아요. 자신의 제품을 믿고 꾸준히 달리다 보면 어느덧 성공하게 되더라고요.”
“대기업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면 실무에 대한 감각이 점점 떨어지게 돼요. 특정 분야의 업무만 처리해 다른 업무는 전혀 모르는 경우도 많죠. 사업은 완전히 달라요. 경영자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알아야 해요. 생산, 기술, 영업, 인사, 세무, 법무 등 각 분야에 대해 숙지하고 있어야 해요. 제 회사니까요. 만약 사업을 꿈꾸신다면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고 정확히 파악하세요. 감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 대표는 은퇴 후 사업을 계획하는 예비 창업인에게 적극적인 도전 정신을 키우라고 주문했다. 또 일단 사업을 시작하면 첫 제품을 빠르게 준비해 시장에 과감히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제품이 시장에 출시됐을 때 비로소 시장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반응을 보고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 성공을 향한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세상에 완벽한 제품은 없다며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완벽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혼자만의 착각은 스스로 매몰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은퇴 이후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는 예비창업자를 위해 사업 아이템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숲을 보지 말고 나무를 보세요. 디테일에 집중하세요. 빌 게이츠가 당시 윈도우 OS를 개발하지 않고 다른 사업을 시작했다면 지금과 같은 대부호가 될 수 있었을까요. 아닐 겁니다.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그 시기에 딱 맞는 사업 아이템을 정확하게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오창영 기자 / 깊이가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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