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쌍용차, 고강도 구조조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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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영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8-20 00:02:14

쌍용자동차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은 쌍용차에 빌려줬던 대출금 87억5000만원의 만기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회수를 강행했다.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차 경영권 포기 의사를 밝힌 것도 모자라 향후 어떠한 투자 계획도 없다며 매몰차게 선을 그었다. 그렇지 않아도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쌍용차에 잇따라 악재가 닥치면서 많은 이들이 쌍용차의 앞날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쌍용차가 올해 상반기 2000억원이 넘는 영업 적자를 냈다. 이에 쌍용차의 외부 회계감사인 삼정회계법인은 쌍용차의 누적된 적자로 기업 활동을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해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이에 쌍용차는 유가증권시장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쌍용차는 18일 하루 거래가 정지되고 19일부터 거래가 재개됐다. 이번 관리종목 지정은 2009년 기업회생 절차 이후 11년 만이다.

실제로 쌍용차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상반기 쌍용차 매출액은 1조35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8683억원에 비해 27.4%(5120억원)나 줄었다.

1조원 대의 매출액을 올리는 것이 무색할 만큼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상반기 쌍용차 영업손실은 21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손실 769억원보다 적자폭을 더욱 키웠다. 당기순손실도 2024억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 776억원과 비교해 대폭 악화됐다. 쌍용차는 2017년 1분기 이후 1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해당 기간 누적 적자만 6271억원에 달한다.

더욱이 유동성 위기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쌍용차의 유동자산은 5376억원이다. 반면 유동부채는 1조원으로 유동자산의 거의 두 배에 육박한다. 당장에 쌍용차가 보유한 유동성으로 유동부채를 갚더라도 절반 정도밖에 탕감하지 못하는 셈이다.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단기 차입금만 해도 3000억원을 상회한다.

이를 이유로 삼정회계법인은 쌍용차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입장이다.

기업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쌍용차는 당장 유동성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최대주주의 투자 계획 철회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꽉 막힌 가운데 쌍용차는 새 투자자를 물색해 자금을 유치하는데 매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마힌드라는 74.65%에 달하는 지분율을 낮추고 새 투자자에 최대주주 지위를 넘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쌍용차에 관심을 보이는 신규 투자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지분을 줄이면 외국계 금융기관의 단기 차입금 2000억원 가량을 즉시 갚아야 한다. 외국계 차입금에는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51%를 초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어 만약 이 조건을 어기게 되면 차입금은 고스란히 새 투자자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쌍용차는 정부의 도움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KDB산업은행 등 정부 기관은 쌍용차에 대한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쌍용차에 유동성을 투입해 당장 위기를 모면하더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실적 부진과 유동부채 과잉으로 또다시 경영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결국 쌍용차가 법정관리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경영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 문제는 이로 인해 발생하게 될 지역경제 피해 규모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완성차업체 자체가 상당한 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간 산업이다 보니 쌍용차의 위기를 단순히 하나의 민간기업 위기로 치부하긴 힘들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만약 쌍용차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갈 경우 직접 영향을 받는 고용인원만 약 6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접 영향을 받는 고용인원까지 합칠 경우 피해 규모는 지역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체 1차 협력업체는 448개, 종업원 수는 16만명이 넘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 입장에서도 쌍용차의 위기를 가만히 두고볼 수 만은 없다.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게 가장 좋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 차원의 유동성 지원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만 그 전에 쌍용차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진정성있는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 당장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쌍용차가 생존을 위해선 뼈를 깎는 고강도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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