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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도박에 멍드는 대한민국(下-청소년 불법 도박)
시작은 푼돈놀음, 끝은 국력손실… “장난 아닌 애들 장난”
우월감으로 시작해 돈 때문에 점차 중독
중학교 한 반에 절반이 불법 도박 중독자
“학교·경찰 등 3자의 강제적 제재 시급”
홍승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1-09 00:03:02
▲ 단순히 재미로 시작한 불법 온라인 도박으로 인해 어린 학생들이 이른 나이에 큰돈을 잃고 또 다시 도박을 하기 위해 ‘2차 범죄’를 일으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귀가하는 학생들(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스카이데일리 DB]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윤승준·홍승의 기자]  최근 온라인 불법 도박이 기승을 부리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보니 청소년 등 어린 학생들의 중독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단순 재미로 시작한 불법 온라인 도박으로 인해 학생들이 어린 나이에 큰돈을 잃고 또 다시 도박을 하기 위해 ‘2차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도 적지 않아 그 심각성이 더하다.
 
소액으로 시작, 점차 수백만원 단위까지 중학교… 한 반에 절반 가량이 불법 도박중독
 
올해 4월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조사한 경기도 학생 도박 실태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45.4%가 지금까지 ‘돈내기 게임’을 해본 경험이 있다. 중·고등학생의 도박문제 수준은 문제군 1.1% 그리고 위험군 4.7%로 나타나 17명 중 1명은 도박문제 고위험집단에 속한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은 학생·학부모·교사 면담을 실시했다. 그 결과 학교 현장에 온라인 도박이 만연한 양상이라고 밝혔다.
 
불법 온라인 도박은 이전의 도박과 다른 양상으로 청소년이 접근하기가 더 쉽다. 카드·화투 또는 경마·카지노 등은 특정 도구나 특정 장소가 필요하다. 그러나 불법 온라인 도박은 스마트폰으로 시·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할 수 있어 중독이 되기 쉽고 주변에서 통제하기가 더 어렵다. 특히 불법 온라인 도박은 성인인증 절차가 없고 금액제한도 없어 청소년이 도박에 빠져들기 쉬운 구조로 돼 있다.
 
경기도 고등학교 ‘Wee클래스’(게임중독·학교 폭력 등 학교 적응을 위한 서비스)에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전문상담교사 김지현 씨는 아이들이 도박을 하는 가장 큰 이유로 ‘돈의 유혹’을 꼽았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명품 옷이나 물건에 관심이 높고 유흥비로 지출하는 돈이 만만치 않다”며 “도박으로 돈을 따게 되면 친구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면서 이후에도 계속해서 자존감을 도박으로 채우게 된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 도박을 시작했다는 18세 박 모 군은 한참 불법 도박이 인기를 끌었을 때는 같은 반 학생 28명 중 절반 가까이가 도박을 했다고 밝혔다. 박 군은 처음에는 돈 욕심이 아닌 ‘희열감’ 때문에 도박에 빠져들었지만 점차 돈의 유혹에 빠지게 되면서 결국 빠져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 청소년들은 성인보다 분위기에 휩쓸리기가 쉽고 도박에 대한 인식이 정립되지 않아 도박을 온라인 게임으로 착각할 가능성도 높다. 사진은 학생들에게 도박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그는 “처음에는 기껏해야 만원으로 소소하게 했던 것이 나중에 점점 불어나서 거의 250만원까지 잃었다. 망했다고 생각할 쯤에 아주 운 좋게 250만원을 땄는데 그때 멈추지 못하고 오히려 희망을 봤다”며 “도박은 돈을 잃으면 잃는 대로 복구하기 위해 손을 대고 적은 확률로 돈을 따면 그때부터 자신감이 생겨 또 다시 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도박에 빠진 이후에 더욱 커진다. 도박 빚이 늘면서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경우에는 친구에게 돈을 빌리거나 연결된 선배나 대학생에게 소액대출을 받으면서 점차 빚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된다. 이후 도박자금 마련이나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절도·사기·학교폭력·금품갈취 등 2차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일부 청소년이 돈을 구하기 위해 친구의 돈을 훔치거나 ‘에어팟’ 등 값이 나가는 물건을 훔치는 사례가 있었다.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과정에서 높은 이자에 부모님의 전화번호를 담보로 잡는 경우도 발생했다. 김 교사는 “금전적으로 조급해지면 2차 범죄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실제로 대포통장을 빌려주는 일 또는 고수익 단기 알바·성매매 등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한창 공부할 나이에 도박 빚에 허덕이는 청소년들… 성인 된 후에도 도박의 늪에서 허우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최근 들어 청소년의 도박 중독과 그로 인한 피해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이 1학년 후배를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 강제로 가입시키는 일도 있었다. 강제로 SNS 단체 채팅방에 초대해 가입을 요구하고 지인을 초대해야 나갈 수 있는 방식이었다.
 
청소년들은 성인보다 분위기에 휩쓸리기가 쉽고 도박에 대한 인식이 정립되지 않아 한 번 손을 대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한 번 도박에 빠진 청소년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할 가능성이 높고 무리하게 돈을 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범죄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원천차단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도박문제관리센터 경기남부센터 관계자는 “청소년 도박은 온·오프라인 상에서의 학교폭력을 낳고 결국 피해자를 자살로 내모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진다”며 “점점 도박 연령이 낮아지고 있어 학부모는 물론 사회적 개입으로 예방과 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도박중독은 범죄로 이어진다는 점도 문제지만 성인이 된 후에도 도박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해 사회적 손실을 낳는다는 점도 문제다. 청소년 시기에 도박을 접한 후 사회에 나가 한창 일할 나이가 됐는데도 도박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인생을 허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고등학생 시절 재미삼아 했던 불법 온라인 도박을 겨우 끊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던 강 모 씨는 선임이 도박을 하던 모습에 결국 다시 도박의 늪에 빠지게 됐다. 빚은 순식간에 900만원으로 늘어났고 A씨는 당시 사회복무요원으로 받는 월급은 모두 제2금융권으로 빌린 빚의 이자를 상환하는 데 썼다.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A씨는 부모님께 도박사실을 털어놓고 이자만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부모님께 제1금융권으로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때 각서를 쓰고 부모님이 대신 부채를 갚아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자신의 명의로 또 대출을 받아 도박을 했다. 부모님께 빌린 900만원과 자신이 빌린 900만원까지 A씨는 6년 동안 총 2000만원 정도의 빚을 남기고 도박을 끊었지만 한창 경험을 쌓을 나이에 도박에 빠졌다 보니 아직까지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애들이 그럴수도 있지” 안일한 인식에 솜방망이 처벌, 결국 국가적 손실로
 
다수의 전문가는 청소년 도박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 외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고 강조한다. 이에 현재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는 처벌 수위를 높여 도박중독의 심각성을 각인시켜주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서비스 이용자 현황을 보면 19세 미만은 463명에 달한다. 불법도박을 해도 도박문제관리센터를 찾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을 감안하면 실제 도박인구는 더욱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반해 경찰청에 등록된 청소년 도박 범죄는 72건에 그쳤다. 72건 중 48건은 전회처분을 받지 않았다. 전회처분은 전과뿐만 아니라 전과에 미치지 못하는 형사처분(기소유예, 보호처분 등)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나머지 22건 중 △기소유예 7건 △선도유예 3건 △보호처분 5건 △형 집행종료 6건 △미상 2건 △기타 1건 등으로 나타났다. 보호처분 종류에는 보호관찰·소년원 송치 등이 있다. 도박으로 구속돼도 정작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드문 셈이다.
 
반면 성인의 경우 도박을 한 사람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상습적으로 도박을 할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청소년 도박중독 문제는 성인보다 부작용이 큰데도 처벌은 훨씬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홍승의 기자/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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