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에서 음악을 하기 위해 드러머인 친구랑 같이 서울로 올라왔어요. 대학에 들어갔는데 별다른 재미나 흥미를 못 느꼈어요. 빨리 앨범을 내고 싶었죠. 저랑 드러머랑 원래 친구였고, 기타리스트랑 베이시스트가 서로 친구였는데 넷이 모여서 만남도 자주 가지며 ‘우리 빨리 음악을 하자’ ‘밴드를 하자’ 해서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이지(izi)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4인조 남자 밴드다. 오진성(보컬), 이동원(기타), 신승익(베이스), 김준한(드럼)으로 구성된 밴드로 2005년 1집 앨범 ‘modern life… and … with izi…’로 데뷔했다. 그룹명의 의미는 쉽다는 뜻의 영어 ‘easy’와 ‘드라이브톤’(일렉트릭 기타의 톤 중 하나)의 합성어다. 1집 수록곡 ‘응급실’은 KBS2 드라마 ‘쾌걸 춘향’ OST로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노래방 애창곡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0월 어느 날 소리잔보컬학원에서 이지(izi) 보컬 오진성 씨(36)를 만났다. 기자 일행을 맞이하는 그의 첫인상은 따스한 이미지였다. 오 씨는 ‘응급실’ 노래의 탄생배경, 이 자리까지 오면서 거쳐야 했던 시련의 시간과 에피소드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 등을 풀어나갔다.
‘응급실’로 받은 사랑… ‘세상에 없는 말’과 ‘사계’ 프로젝트로 이어나가
“사실 응급실 노래가 이렇게까지 대박이 날 줄은 몰랐어요. 당시에는 어떤 여자 가수 분이 이 노래를 부르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분이 제작을 그만둔다고 해서 제가 이 노래가 너무 좋은 나머지 제 앨범에 수록해도 되는지 여쭤봤어요. 앨범에 실으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저희를 프로듀싱 하던 분이 드라마 ‘쾌걸춘향’ OST를 맡게 됐고 그래서 이 노래를 거기에도 넣게 됐죠.”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에요. 지금까지도 행사를 가면 많이 부르는 노래죠. 그런데 밤이나 새벽에 갑자기 전화로 한 소절만 불러달라고 부탁해오는 분들도 있고 노래방을 가면 같이 간 분들이 꼭 듣고 싶다고 불러달라고 해서 힘들 때도 있었어요. 거의 매일 부르게 되니까요.”
오 씨는 이와 관련된 재미난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응급실’로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아 팬이 꽤 많았던 시절, 하루는 집에 갈 때 누가 자꾸 따라와 팬이 쫓아오는 것으로 오해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집까지 계속 따라와서 계속 따라오면 어떻게 하냐고 말했는데 알고 보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어서 몹시도 민망했었다며 웃었다.
“노래하는 매 순간이 감사하고 행복하지만 가수 활동을 하면서 위기도 있었어요.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성대결절로 인한 수술을 했죠. 그때 스트레스가 심하던 시절이었는데 그러면서 목에도 무리가 오면서 안 좋아졌어요. 수술을 하고 나서 성대가 붙어야 하는데 잘 안 붙어서 소리가 다 샜어요. 목소리를 다시 되찾기 위해 피아노 앞에서 매일 발성연습만 했죠. 지금은 다행히 목 건강이 많이 좋아졌어요. 제가 사람을 좋아하고 음주를 좋아하는 편인데 술을 좀 줄이면서 관리는 잘되고 있어요.”

“이에 힘입어 올 7월에는 ‘세상에 없는 말’ 노래를 발표했어요. 이 노래는 오랜만에 많은 사람에게 선보인 곡으로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어서 만든 음악이었어요. ‘슈가맨’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방송출연도 하고 그랬는데 사실 그때 성대 상태가 많이 안 좋았어요. 팬분들이 요청을 많이 하기도 했고 제가 음악적으로 욕심을 부려서 방송에 나갔지만 제대로 노래를 하지 못해 아쉬움이 정말 컸어요.”
오 씨는 오랜 시간 동안 건강을 관리한 끝에 새롭게 앨범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건강해진 이후 가장 첫 번째로는 다시 노래를 할 수 있게끔 기다려준 팬들에게 노래 선물을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래서 그가 올해 7월에 선보인 ‘세상에 없는 말’은 특별히 예쁜 가사로 노래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11월 5일, 새로운 노래를 또 발표해요. 이번엔 앞서 공개한 ‘세상에 없는 말’과 달리 저의 전공인 슬픈 이별 노래를 하려고 해요. 오래 전에 만들었던 곡인데 새로 편곡하고 노래했어요. 음원이 발매되면 간단한 쇼케이스도 할 예정이에요. 성수동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노래도 듣는 방식으로 계획을 잡았는데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좀 많이 힘든 상황이긴 해요. 그래도 될 수 있으면 진행해볼 생각이에요.”
“참고로 이번에 제가 준비하는 프로젝트가 사계예요. 이번 가을을 시작으로 해서 계절마다 한 곡씩 음원을 발매할 예정이예요. 다음에는 1월말 즈음, 겨울에도 제가 하고 싶은 노래를 할 생각이예요. 4곡이 다 나오면 묶어서 미니앨범으로도 만들고 싶어요.”
소리잔보컬학원서 직접 보컬트레이닝도… “앞으로도 마음이 담긴 노래하고파”
가수로서 성공한 오 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소리잔보컬학원 대표로 직접 보컬트레이닝도 하고 있다. 오 씨는 방황하던 시절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보이스 트롯’(MBN)에 출연했던 김현민 씨와 함께 가수지망생과 같이 생활하고 꿈꿀 수 있는 보컬트레이닝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2015년도에 김현민 씨와 함께 학원을 설립했는데, 원래는 수강생들이 많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수강생이 반 이상 줄었다고 전했다. 대면을 해야 하고 또 노래는 소리를 내는 일이다보니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요즘에는 상담전화가 많이 와요. 그런데 학원 원장인 저와 김현민 씨가 둘 다 바쁘다 보니 일단은 기존에 있는 수강생들에게만 집중을 하고 있어요. 그러나 앞으로 다른 좋은 선생님도 모실 계획이기 때문에 학원이 더욱 좋아질 예정이에요. 학원 수강생들의 연령대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해요. 저희 학원의 인기 비결은 정말 같이 느끼고 가족처럼 서로를 아껴주면서 마음으로 노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심적인 부분과 기술적인 부분이 잘 조화돼야 노래 실력이 늘거든요.”
오 씨는 ‘소리잔’이 ‘마음의 소리를 담는 잔’이라는 뜻이라고 전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기 때문에 소리를 잘 내려고 하는 노래보다는 정말 마음이 담긴 노래를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모두가 같이 한마음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보컬 트레이닝은 제가 노래를 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자꾸 목을 써야 되는 점이 힘들 때도 있어요. 그런데 수강생들이 보컬트레이닝을 통해 노래가 조금씩 늘고 노래를 하면서 마음으로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 깨닫는 부분이 많아질 때 뿌듯함을 느껴요. 노래를 하려면 따뜻한 마음이 중요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서로 교류와 공감을 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어요.”
“특히 이 과정에서 수강생 어머님들이 아이가 보컬트레이닝을 하면서 많이 밝아지고 좋아졌다고 해주실 때 보람을 많이 느껴요. 저는 노래는 마음이 중요하고 실력은 그 다음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수강생들과 같이 어울리며 즐겁게 노래를 하는 매 순간이 행복해요.”
그러나 그는 보컬트레이닝도 좋지만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것이 더 좋다고 덧붙였다. 일단 가수이므로 후배들을 지도하는 것에 있어선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좀 더 많이 깨닫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씨가 보컬트레이닝을 맡은 수강생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 아이돌 그룹도 있었다.
“노래는 마음이고 그 마음이 있기 때문에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 음악인생을 이끌어온 원동력은 제 노래를 사랑해주시는 팬들이에요. 저는 노래를 부르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함을 느껴요. 그런 것들이 제 원동력이자 힘이죠.”
“앞으로도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아프지 않고 노래하는 것이 제 꿈이에요. 또한 제가 하는 음악으로 친구들과 음악집단을 만들어서 좋은 음악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저의 목표예요. 그러면서 다 같이 공연도 하고 음악을 하는 인생을 살고 싶어요.”
[허경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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