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감독 구조 개편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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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석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2-10 00:02:59

라임·옵티머스 등 펀드 사태가 해를 넘길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3곳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 심의도 연기됐다. 결과는 내년 초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각종 펀드 관련 피해자들은 추운 겨울 날씨에도 코로나가 2.5단계로 격상된 데 따라 참가인원을 9인 이내로 제한하는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금융감독원(금감원)이나 판매사 앞 등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펀드 환매중단 피해액은 6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벌백계로 강도높게 징계해 다시는 사기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는 기존에 벌어진 일에 대한 수습책일 뿐이지 재발 방지책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앞서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사모펀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으나, 일각에서는 근본적으로 금융정책·감독 측면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보고서를 내고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의 분리를 통해 독립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고 금융감독기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보고서에서 입법조사처는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은 양자가 서로 상충하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관계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나, 현재 금융위와 금감원의 감독 정책과 집행이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고, 감독정책을 금융정책기관인 금융위가 함께 수행해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한 입법조사처는 사모펀드 사태의 일차적인 책임은 금융감독당국에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금융위가 추진한 사모펀드 규제 완화 정책이 사태의 주요 원인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금융위가 한국형 헤지펀드 육성책을 내놓으며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완화책을 펼친 이후 총 361건의 사모펀드 환매연기가 발생했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금융사고 재발을 방지하고 금융감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현행법을 개정해 금융감독기관인 금감원을 금융위로부터 예산·인사상 독립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위 소관 업무 중에서 금융감독에 관련한 부분은 모두 금감원의 업무로 이관하고, 금융위의 지도·감독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가 나온 뒤 이를 둘러싸고 파문이 커지고 있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이 펀드 사태의 책임을 서로 미루는 듯한 모습을 보여 피해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한쪽에서는 ‘윤석헌 책임론’을 주장하면서 현재 금융위 산하 특수목적법인인 금감원의 ‘공공기관 재지정’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다른 쪽에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금융정책 기능은 정부가, 금융감독 기능은 독립된 금융감독기구가 수행한다며 현행 체계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체제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다른 나라를 보면 금융감독기관의 독립성 강화가 세계적인 추세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 국가의 경우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 정책은 각각 독립된 기관에서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IMF(국제통화기금)은 금융감독기관의 독립성을 강화할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 정무위원회를 중심으로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2003년 카드사태와 2011년 저축은행 사태는 금융정책이 감독정책을 지배하면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확보라는 본연의 책무보다는 이와 상충되는 경제정책과 경기대책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감독정책을 이용할 유혹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체제가 계속될 경우 언제든 대형 금융부실 사태나 금융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면 금융감독 체계를 뜯어고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한원석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