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악의 매력은 정말 많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웃기고 울리는 힘이 있어서 연주할 때마다 관객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부분이 가장 좋은 거 같아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색깔을 느낄 수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죠. 동해안 쪽 지역은 강한 느낌을 주는 음악이 있는가 하면 남도 쪽 음악은 슬픈 정서로 듣는 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죠.”
갑자기 수은주가 뚝 떨어진 겨울날 청파동에 위치한 연습실에 모인 20대 젊은 국악인들이 모여 만든 ‘서의철 가단’의 멤버들을 만났다. ‘서의철 가단’의 리더인 소리꾼 서의철 씨(27), 타악 김명준 씨(27), 아쟁 남성훈 씨(27). 거문고 강균임 씨(26), 가야금 오은수 씨(26), 대금 유석균 씨(26)가 오늘의 주인공들이다. 인터뷰 내내 국악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내는 그들에게서 밖의 한파를 녹일 만한 열정이 느껴졌다. 우선 서의철 대표가 ‘서의철 가단’에 대해 설명했다.
“서의철 가단은 우리 전통 음악을 지키자는 취지에서 실력있는 젊은 국악인들이 함께 모여 만들었어요. 저희 팀 이름에 ‘가단’을 붙인 것은 음악전문가들의 집단으로 문학과 풍류를 주도하며 창작활동을 비롯한 시대를 반영하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밴드와 같은 단체라는 의미죠. 저희는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는 ‘법고창신’을 되새기면서 현재 전승되는 전통음악을 제대로 익히는 동시에 저희만의 소리를 만들어가고자 해요. 일단은 듣기 좋고 향유하기 좋은 음악을 만들어 대중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서 대표가 친한 친구들 중에서 악기를 잘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팀을 만들어 공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멤버들이 서로 마음이 잘 맞고 조화를 잘 이뤘다는 기억이 있어서 그들을 다시 소환해 팀을 만들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7일 팀을 만들었는데 팀원들이 처음에는 큰 반응이 없었지만 열심히 연습하는 과정에서 서로 친해지고 오랜 기간 활동하고 싶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한다.
우리의 전통 음악 위에 창작의 열정을 더해 다양한 공연활동을 전개

장구를 담당하는 김명준 씨는 팀에서 총무를 맡아 멤버들이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서로 잘 어울리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10년째 연주하고 있는 악기인 장구의 매력에 대해 소리꾼의 고수의 역할처럼 장단을 맞추고 여러 가지 악기를 빛나게 하는 조력자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팀에서 맡고 있는 총무 역할도 그러했다. 명준 씨는 리더인 서의철 씨와 동갑내기 친구이자 군대 동기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평소 팀을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항상 대화하며 의견을 주고받는다고 했다.
가야금을 연주하는 강균임 씨는 팀의 홍보팀장을 맡고 있다. 그는 팀의 활동 모습들을 담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관리하고 SNS에 올리는 등 많은 사람들에게 서의철 가단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균임 씨가 자신이 12년째 연주하고 있는 거문고에 대해 소개했다.
“제가 하고 있는 악기인 거문고는 사람들이 흔히 가야금과 많이 혼동하는 악기예요. 두 악기를 비교한다면 가야금은 줄이 12줄이고 거문고는 6줄이에요. 가야금은 손가락으로 줄을 튕겨서 소리를 내고 거문고는 대나무로 만든 막대기로 줄을 치면서 연주하죠. 거문고는 소리가 낮고 웅장하고 울림도 커서 중후한 매력이 있어요.”
지난해 10월에 방송된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조선의 DNA, 내 안의 K-흥’ 편에 출연하기도 한 아쟁 연주자 남성훈 씨는 국악고등학교·한국예술종합하교 출신으로 구성된 ‘상자루’라는 팀의 멤버이기도 하다.
“제가 연주하는 아쟁은 궁중음악과 같은 정악아쟁과 산조아쟁으로 나뉘는데 저는 산조아쟁을 주로 하고 있어요. 활대를 사용하고 왼손으로 음을 조정하죠. 아쟁은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는 악기라고 해요. 저희 팀은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창작활동도 꾸준히 하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소리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동갑이지만 저보다 후배인 서의철 대표와는 같이 공연을 많이 하면서 음악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으며 더 가까워졌죠.”
유석균 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팀의 비주얼 담당이다. 그는 올해로 10년째 대금을 하고 있다. 대금의 매력에 대해 석균 씨는 정제된 느낌을 주는 맑은 소리를 내는 악기라고 한 마디로 소개했다. 서의철 씨와는 군대에서 만나 서로 국악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것을 알고 가까워졌다고 한다. 물론 지금의 팀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음악적으로도 서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가야금을 연주하는 오은수 씨는 서의철 가단의 팀워크가 너무나 좋은 점이 팀활동을 이어가는 데 큰 활력이 된다고 거들었다. 나이가 비슷한 또래이다 보니 팀 멤버들이 밥도 같이 먹고 연습도 즐겁게 하고 서로 고민이 있을 때 대화도 자주 나누는 편안한 분위기를 팀의 장점으로 꼽았다. 다른 멤버들보다 연주경력이 오래된 15년 차 가야금 연주자인 은수 씨는 자신의 악기 가야금의 매력을 소개했다.
“가야금은 여성적인 매력을 낼 수 있는 아름답고 고운 소리를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흔히 가야금과 거문고를 비교하지만 저희 팀에서 거문고를 하는 친구 균임이와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어서 좋아요.”
소리꾼 경력만 22년이 넘는 서의철 대표는 국악을 전공한 친구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현실적으로 국악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음악에 전념할 수 있는 자리가 제한돼 있어서 활동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예술 분야도 그렇지만 국악을 하는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한 분야에 매진하기에 안타까움이 크다고 말했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꿔 서의철 가단 활동을 하면서 연주했던 곡 중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곡을 물었다. 서 대표와 명준 씨는 ‘청파풍류’와 ‘심방곡’을 소개했다.
“‘청파풍류’라는 곡은 우리 전통음악을 맛깔나게 살려낸 음악이에요. 5명의 멤버들이 악기를 연주하면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음악이죠. 저희 팀 멤버들이 좋아하는 ‘심방곡’은 전통음악에 그 기원을 두고 있고, 시나위라는 음악이기도 한데 일종의 즉흥곡으로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높은 곡이라고 봐요.”
석균 씨는 ‘신민요’를 꼽으면서 어렵지만 좋아하는 곡이라서 애착이 가는 곡이라고 말했다. 은수 씨도 ‘심방곡’을 좋아하는데 개개인의 기량을 잘 알 수 있는 곡이기도 하고 솔로 가락 부분을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균임 씨는 소리꾼 서의철 씨가 잘 부르는 ‘육자배기’와 ‘흥타령’이 좋다면서 이 곡들은 팀의 대표곡이기도 하지만 특히 의철 씨가 공연 때마다 가사를 조금씩 바꾸면서 다른 느낌을 만들어 신선한 느낌을 주는 점이 좋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악 활동을 하면서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서의철 가단 멤버들에게 뒤에 오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는지를 물었다. 성훈 씨가 먼저 답했다.
“국악을 배우는 분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지만 이 분야는 크게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분야도 아니어서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계속 연주를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이 되는 것이 사실이죠. 저 역시도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그것에 대해 회의감을 이겨내고 꾸준히 악기를 통해 저의 세계를 가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선 악기를 잘 다루기 위해 연습하고 자신에게 맞는 소리를 찾아가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봐요. 음악에 정답은 없으니까요.”
서 대표는 국악이 너무 정형화된 부분이 있는데 특히 옛날 명인들의 음악을 무조건 따라하는 부분이 가장 아쉽다며 대회에서 상을 받기위해 그렇게 하는 부분이 많지만 오랫동안 국악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것으로 스스로 체득하면서 창의적인 음악활동을 하면서 우리 전통음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전통음악을 지키기 위해서는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다고 서 대표는 강조했다.
“가장 필요한 부분은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음악 교과서에 해금과 아쟁 사진이 잘못 실린 적도 있는데 이런 부분이 가장 안타까웠어요. 지금도 혼동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 듯 해요. 또 가야금 같은 전통악기연주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전통음악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더 적어지고 있는 듯해서 안타깝죠. 예를 들어 학교 방과후 활동에서 가야금이나 우리 전통악기를 다룰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국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전통음악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통음악을 하는 팀들도 많아지면 좋겠어요.”
서 대표는 앞으로의 활동계획으로 올해 코로나가 잘 끝나서 일상을 되찾는 날이 오면 지난해 하지 못했던 공연을 많이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매년 곡 녹음도 꾸준히 하고 앞으로 오랫동안 멤버들과 행복하고 건강하게 활동하면서 국악을 전파하고 싶다는 희망을 덧붙였다.
“저희 서의철 가단은 한국 국악의 미래를 열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멤버들이 서로 마음이 맞아 함께 1년 넘게 팀을 이끌어 왔는데 앞으로도 계속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정동현 기자/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댓글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