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 자살률 급증, 일본만의 문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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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2-24 00:02:30

BBC는 18일 지난해 일본의 자살률이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자살률이 증가한 것 자체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난 한 해는 모든 것이 차단되고 대다수의 실패가 누적되며 이른바 코로나 블루라 불리는 우울감 현상에 빠진 전 세계적인 침체기였기 때문이다. 다만 특이한 점이 있다. 자살률 급증의 주요 요인이 젊은 층 여성이라는 점이다.

본래 자살률이 높았던 일본은 2009년부터 꾸준히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노력이 반영되어 지난 10년간 꾸준히, 천천히 낮아져왔다. 전체 자살률이 낮아지는 10년 동안 자살자의 남녀 성비도 전반적으로 남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양상이 이어져왔다.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며 내려오던 자살률 통계 그래프는 2020년에 들어서 위쪽으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부분이다. BBC가 제시한 2020년 일본 자살률 통계에 따르면 전체 자살자 중 남성의 비율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2019년을 나타내는 그래프 막대와 큰 차이가 없다는 소리다. 그래프의 방향을 튼 것은 눈에 띄게 증가한 여성 자살자의 비율이다.

외신은 이런 현상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보도했다. BBC는 2008년 있었던 일본 금융위기와 1990년대 초의 버블 사태와 같이 사회 전반적인 침체기에 자살률이 급증했을 때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젊은 여성이 아닌 중년 남성들이었다며 여성 자살률 급증은 이전 침체기에서 보지 못한 코로나 시대만의 특이현상인 만큼 일본과 같이 팬데믹을 겪고 있는 세계의 다른 국가에서도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음을 우려하기도 했다.

일본과 같이 불명예스러운 OECD 자살률 최상위권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자살을 시도한 20대 여성은 전체 자살 시도자의 32.1%로 모든 세대와 성별을 통틀어 가장 높다. 이미 2019년에도 전년 대비 25.5% 증가한 여성 자살률이 지난해라고 해서 증가하면 증가했지 감소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가정 내 돌봄 부담,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개개인의 고립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불안한 고용 상태도 그 원인으로 꼽혔다. 그렇잖아도 좁은 취업문이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좁아지면서 사회에 막 발을 딛은 20대 청년들은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노동시간 감소와 급여 삭감 등 부정적 경험을 했다는 응답이 49.6%였으며 채용 일정이 연기 혹은 취소되어 구직에 크게 어려움을 느꼈다고 대답한 사람은 87.4%나 됐다.

코로나19가 청년 전반에게 영향을 줬는데도 특별히 여성 자살률이 높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팬데믹으로 특별히 큰 타격을 입은 직종에서 여성 근무자의 비율이 높고 더 큰 타격을 입은 비정규직에도 여성 노동자가 많이 분포해 있다고 설명했다. 20대 여성 자살률 급증을 다뤄 조회수 14만여회라는 기록을 세운 유튜브 영상은 이를 ‘조용한 학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목받지 못하는 20대 여성들이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차차 사라져가는 것을 묘사한 것이다. 청년 자살이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지금, 주목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방안이 필요한 때다.

[박정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정은 je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