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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사는 것도 결국은 중독이에요. 인생은 쓰면서도 달콤하고 고통스러우면서 행복한 것이죠. 결국 삶이란 눈물과 웃음의 이중주(二重奏)라고 할 수 있어요. 인생이 쓰면서도 달콤한 이유는 바로 우리가 ‘인연’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죠.”
뭐 하나 마음처럼 풀리지 않는 때가 있다, 그럴 때 삶은 마냥 부정적으로만 비치기 일쑤다. 일도 사랑도, 혹은 삶 자체가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내 안의 행복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실천하라는 뻔한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지만 와 닿지 않는다. 코로나 팬데믹에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스카이데일리가 삶의 질을 바꿔줄 행복을 찾는 팁을 줄 수 있는 전문가를 만났다.
신광철 시인(63)은 ‘시’를 통해 현대인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먼저 아파하고 대신 아파해준다. 시인은 현실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직업이란다. 유년시절부터 시인을 꿈꿔온 그는 각종 분야에서 칼럼을 쓰기도 하고 ‘한국인’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기도 한다. 또 시뿐만 아니라 소설을 통해 독자에게 다가가기도 한다.
詩人 신광철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사연
신광철 시인은 충북 진천에서 태어나 6세 때부터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후에 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했다. 시인으로 출발했지만 시는 밥벌이가 변변찮아 작가로서 책을 쓰기 시작했다.
“시를 써달라는 곳에 보내면 10곳 중 1곳에서 돈을 주는데, 시 값이 보통 5만원이에요.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연봉 60만원’인 직업이 시인이에요. 힘들지만 글을 계속 쓰고 싶은 마음에 <칭기즈칸 리더십>이라는 책을 썼고 베스트셀러가 돼 제 인생을 바꿔 줬어요. 시인은 어릴 적부터 제 꿈이었죠.”
신 시인은 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 그는 한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지만, 출판사의 부탁으로 ‘한옥’을 인문학적으로 풀어 기록하기 위해 전국 한옥을 취재한 것을 책으로 내놓기도 했다. 그 책이 전 세계 대사관의 비치도서가 됐다. 한국인의 정신이 담긴 한옥을 취재하면서 ‘한국인’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인이 한국인을 모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신 시인의 생각이다.
“제 인생에 못 하는 것은 없어요. 조금 모자라면 어때요. 그냥 하는 거예요. 시를 쓰는 것조차도 남한테 배워본 적이 없어요. 시를 써서 등단하고 난 뒤 처음 문학인들을 만나본 것이 전부이죠. 풍수지리나 무당, 한옥 등 누구나 혼자서 아주 흥미로운 주제를 접하고 배울 수 있어요.”
사랑이란 상대의 ‘향기’와 ‘가시’를 함께 품는 것
사랑이란 무엇인가. 수없이 들어온 흔하디 흔한 말이지만 이렇다할 만한 정답은 없다. 신 시인은 사랑이란 ‘하늘의 마음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저 본능과 욕망에 이끌린 감정은 사랑과 비슷한 감정일 뿐이라고.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존재를 만났을 때 비로소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고 시인은 말했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특별해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곧 나의 시선이에요. 그러니 나의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겁니다. 인연은 ‘사람’을 선물 받는 것이죠. 한 사람을 선택할 때는 그 사람의 고난까지 함께 선택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에요. 내 향기도 있고, 상대의 향기도 있어요. 반대로 내 가시도 있고 상대의 가시도 있어요. 사랑이란 가시와 향기가 함께 만날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것이죠.”
상대의 삶과 사랑도 그의 세상에서는 특별한 만큼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이라는 설명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사랑이 있는데 마음이 끌리는 ‘영혼의 사랑’과 그 반대인 ‘현실적 사랑’이 있다. 신 시인은 형편을 따지지 않고 젊은 사랑, 영혼의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내 것만을 고집하다보면 좌절하기 마련이죠. 세상 살면서 내가 옳은 것이 많으면 불행한 삶이 될 거예요. 우리는 남이 나를 틀렸다고 말할 때 화내곤 하죠. 사실 그것은 고마운 거예요. 나를 깨워주는 상대에게 고마워해야 한단 말이죠.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향기와 가시도 함께 품는 겁니다.”
시인은 사람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사람은 자신이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나는 약속이라고 시인은 해석했다. 이토록 힘든 세상에 왜 태어났는가. 위대하고 경이로운 ‘나’의 생명활동을 느끼고 진화하기 위해서란다. 나의 몸이 생명현상을 이룩하고 지속하는 일 자체가 기적같은 일이고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슬퍼함이 행복이라는 것. 즐기지 못하는 인생은 노동이며, 노동 중에서도 강도 높은 막노동이란다. ‘나’를 먹여 살리기 위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은 ‘살’이에요. 아기의 살이 보들보들하지만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과 피부를 접촉하는 느낌이에요. 이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영광이죠. 정신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아요. 탑을 쌓을 수도, 집을 지을 수도 없죠. 때론 오래 살수록 더 많은 생명을 죽여서 먹어야 하는 몸의 치명적인 단점도 있어요. 이렇듯 살아있는 것은 영광이에요. 시간에 떠내려가지 말고, 그 전에 내 갈 길과 할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죠.”
지독한 세상에 ‘못난 나’를 이끌며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위대한 일
삶은 씁쓸한 중독이라고 신 시인은 표현했다. 인생은 쓰면서도 달콤한데 그것은 인연과 사랑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랑의 최초 증상은 그리움에 따른 불면으로부터 온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그리움이 보름달처럼 떠오르기 마련이며, 그 고통은 거부할 수 없이 나를 끌어당기는 고통이라고 시인은 말했다.
“세상에 행복해지는 방법은 단 한 가지가 있어요. 이 방법은 스님에게도 편지로 써 전한 바 있지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지는 방법은 너무 쉬워서 역설적으로 아무나 할 수 없어요. 그 이유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방법 외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죠. 긍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안에 긍정을 들여놓지 않으면 아무것도 의미가 없게 되고, 의미가 없는 삶은 ‘왜 사는가’밖에 생각이 들지 않죠.”
긍정이 삶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긍정이나 행복과 같은 단어들은 좋은 말이지만 너무 상식적인 내용이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신 시인은 삶에서 긍정을 모두 부정으로 바꿔보면 긍정이라는 단어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삶이 너무나 불행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빛을 만나게 해준 것이 긍정이며 어둠을 만나게 해준 것이 부정이라고 말했다.
“긍정으로 삶의 방향이 정해지는 방법은 ‘못난 나를 데리고 살아가는 내 자신이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에요. 잘난 나를 데리고 사는 것은 너무나 쉽죠. 하지만 나 자신은 못났죠. 못나도 너무 못났고 못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녜요. 전 글 쓰는 것 빼고 다 못났어요. 근데 못나면 좀 어때요, 창피한 것이 아니에요. 이런 나를 이끌고 살아가는 나는 정말 위대한 존재죠.”
신 시인은 실학자 계연수가 1911년에 쓴 것으로 알려진 <환단고기(桓檀古記)>를 재미있게 풀어서 소설로 출판할 예정이다. <환단고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환’과 배달국으로 알려진 ‘단’, 단군의 고조선으로 알려진 ‘고’를 기록한 책이다. 그는 단군 이전의 고대사를 다룬 내용으로 총 5권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출판하는 책은 이 중 2권에 해당되며, 나머지 3권은 이르면 올해 안에 출판할 계획이다.
꿈과 현실의 외딴 섬을 연결하는 ‘배’… 그것이 시인
한국인의 뿌리에 관심이 많은 신 시인은 ‘한국인’으로서 우리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어디를 보아도 ‘언어’와 ‘말’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은 국가는 없다는 설명이다. 신 시인이 말하는 위대한 우리의 언어를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 중요한 것은 ‘한 글자’, 그 다음 중요한 것은 ‘두 글자’로 정리된다고 말했다.
“얼굴에서 중요한 것은 뭘까요. 눈과 귀, 코, 입이죠. 하늘은 별과 달, 해, 비, 눈이죠. 꽃, 물, 시… 끝도 없어요. 곰이나 용 같은 토템을 제외하고 사람과 함께 지내던 ‘가축’도 한 글자예요. 소, 개, 닭, 양, 말이 있어요. 돼지는 ‘톳’으로 불리다 동물의 새끼 ‘아지’가 붙어 톳아지로 불리다 도야지, 돼지로 불리게 됐죠. 성분과 조리과정, 맛이 수천가지인 나물을 전 국민이 먹는 나라도 한국밖에 없어요. 이처럼 한국인은 위대하죠.”
끝으로 신 시인은 특히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시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사람들에게 꿈을 꾸도록 비전을 제시하고 그 꿈에 이르는 길을 앞서서 닦아가는 일이 시인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꿈을 꿔야 해요. 꿈을 꾸게 해주는 역할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시인이라고 생각해요. 먼저 꿈 꿔주고, 대신 꿈 꿔주죠. 먼저 아파주는 것이 시인의 역할이에요. 그래서 이 시대에 시는 꼭 필요한 존재죠. 시인은 산업화 세계에서 자본주의와 가장 먼 곳에 있는 존재예요. 꿈과 현실이라는 외딴 섬 사이에는 ‘새’와 ‘배’가 필요해요.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 시인이죠.”
[이한솔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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