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우려스러운 ‘대출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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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준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6-29 00:02:30

법정 최고금리는 법으로 정해놓은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대출 금리다.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희곡 ‘베니스의 상인’의 악덕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을 빗대 ‘현대판 샤일록 방지 금리’라 부르기도 한다. 금융 회사나 대부업체가 급전이 필요한 고객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금리의 상한선을 정한 것이다. 서민에게 큰 고통인 ‘대출 이자 폭탄’을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시장에 늘 긍정적인 효과만 주진 않는다. 금융 회사들이 받을 수 있는 이자가 내려가면 부실을 줄이기 위해 대출 심사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신용도가 낮은 취약 계층은 대출 자체가 제한돼 제도권 밖의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난다.

지난해 말 한국대부금융협회가 개최한 ‘소비자금융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대출 수요와 공급이 그대로 유지되고 최고금리를 현행 24%에서 20%로 내렸을 때 3조원 규모의 초과 수요가 발생하므로 57만명의 수요자가 대출 기회를 얻지 못하고 불법 사금융으로 흘러갈 것이다”고 내다봤다.

내달 7일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앞둬서 일까? 저신용 취약계층의 주요 대출 통로인 대부업의 이용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38만9000명으로 작년 6월 대비 11.8% 떨어졌다. 2015년 말 267만9000명을 기록한 이후 5년째 내리막길이다. 대형 대부업체가 대출 심사를 강화했거나 신규 영업을 중단하면서 대출을 받기 힘들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대부업 대출잔액도 같은 기간 15조원에서 14조5000억원으로 3.4% 줄었다. 2018년 말 17조3000억원, 2019년 말 15조9000억원 이후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앤캐시, 리드코프 등 주요 대부업체들은 내달 7일 이후 만기도래하는 대출건에 대해 신규 대출 수준으로 심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부업체의 신규대출 승인율은 약 10% 안팎이라 저신용·서민층의 상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20% 이하 금리를 받을 정도의 신용점수를 갖추지 못한 기존 고객들은 빌린 돈을 모두 갚아야 한다는 뜻이다.

앞서 일본은 2010년 6월부터 출자법상 최고금리를 연 29.2%에서 연 20%로 내려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3월 일본의 등록 대금업체는 1647곳으로 10년 전보다 73.3% 급감했다. 반면 대금업 이용자 중 원하는 금액을 대출 받지 못한 비율은 2010년 30.3%에서 지난해 43.2%로 늘었다. 같은 기간 불법 대금업 이용 경험자도 1.2%에서 8.8%로 7배 이상 뛰었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3월 법정 최고금리를 27.9%로 인하한 뒤 2016년 4분기 중신용자(4~6등급)의 비중은 1년 전과 비교해 40.9%에서 43.2%로 증가한데 반해 저신용자(7등급 이하)의 비중은 57.4%에서 54.9%로 감소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양날의 검’이다. 누군가에는 갚아야 할 이자를 줄여줄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는 대출 받을 수 있는 길을 막아버린다. 다가오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피할 수 없다. 앞으로 정부가 할 일은 더 이상의 추가 인하를 막고 3금융권에서 밀려난 취약계층들이 사채시장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정책 금융상품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사각지대가 존재하기에 쉽지 않을 것이다. 누구라도 ‘대출 난민’으로 전락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윤승준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윤승준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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