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SNS 자해는 ‘도움요청 SO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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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주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7-06 00:02:36

10대 청소년들이 위험하다. 자해를 한 이후의 사진을 SNS에 게재하거나 자해 경험이나 방법을 타인에게 보여준다. ‘내가 이렇게 힘들다’는 일종의 신호이자 일면식 없는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SNS를 규제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한편으론 아이들의 ‘해방구’ 역할을 해 무조건 제재보다는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더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중 우리나라 10대 청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율이 평균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청소년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4.9명. 이는 OECD 평균인 3.4명보다 높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우리나라 10∼19세 청소년의 최대 사망원인은 자살이라 밝혔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청소년은 2015년 2318명에서 2019년 4620명으로 2배나 폭증했다. 경찰청의 2019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자살 위험군 초중고 학생은 △2016년 8691명 △2017년 1만6940명 △2018년 2만1438명 △2019년 2만2128명으로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통계수치만으로 아이들의 자해 이유를 알기가 어려워 본격 취재에 돌입하자 이들은 가장 쉽고 익숙한 SNS에 자신의 상황이나 심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한 10대 여성은 부모의 막말, 학업 스트레스, 연인관계로 인한 실망 때문에 자신의 팔이나 허벅지 등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상처를 낸다고 했다. 분노와 원망을 표현할 방법이 없어 자해로 대신하는 것이다.

다른 10대 여성은 신발을 벗고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까마득한 지면이 보이는 모습을 촬영하면서 “내가 죽고 나면 누가 울어주긴 할까”라는 말을 남겼다. 이처럼 생사의 갈림길로 발걸음을 옮기는 시도를 하는 아이들은 그만큼 자신이 처한 현실의 무게를 버티기 어렵다는 것을 순간의 고통으로 잊는 자해로 표현했다.

심리전문가는 청소년이 자해를 하는 것은 자신이 처한 고통스러운 상황을 주변에서 이해하지 않기 때문에 행동으로 발현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이는 사회가 청소년들을 좋지 않은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는 현상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해를 감행하는 청소년은 자신이 처한 힘든 상황을 주변에서 이해해 주지 않기 때문에 힘든 표현이 행동으로 발현되는 것이다”며 “특히, 공격성이 자기 안으로 들어오면 자해·자살을 시도하는 반면, 이를 억지로 막을 경우 타해·타살로 변할 수 있다는 점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철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또 “자해 시도가 많아진다는 것은 사회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방증이므로 이를 개인의 장애로 바라보기보다는 사회가 청소년들을 낭떠러지로 몰고 있다고 생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면서 “심지어 한 학교에서 10명 중 2명이 자해를 한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우선 부모와 주변에서부터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처한 외로움과 고통을 알리는 신호로 자해를 택한다. 하지만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란 말처럼 이들의 자해는 주변의 정서적 지지와 관심을 얻고 싶은 생존의 몸부림이자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SOS)일 수 있다. 따라서 사회는 이런 아이들에 대한 비난과 제재를 가할 게 아니라 올바른 심리적 해방구를 찾는데 함께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심리적 고통 속에 있는 아이들에게 일부 돈에 눈 먼 성인들이 ‘고통 없이 죽는 법’이라며 마약 등 약물을 홍보하는 악의적 행태도 있었다. 이런 행동을 하는 악질 성인부터 선제적으로 발본색원해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지켜주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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