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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두고 카드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당초 11월말 발표될 예정이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안도 이달 말로 연기됐다. 그동안 꾸준히 이뤄진 카드 수수료 인하로 인해 카드사의 신용결제 부문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서다. 더 이상 별다른 혜택이 없는 무리한 수수료율 인하는 카드혜택 축소로 오히려 소비자들의 손해를 불러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선 앞둔 정치권, 사실상 카드수수료율 인하 방침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적격비용 기반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개편안 발표를 이달 말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당초 지난달 말로 예정됐던 발표는 카드사들의 신용부문 적자가 커지면서 업계뿐만 아니라 카드사 노동조합까지 강하게 반발하면서 연기됐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번에도 카드수수료율을 인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실물경기가 악화된 데다, 무엇보다도 내년 3월 치러질 예정인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전국 약 260만명으로 추정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표심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카드수수료율 문제가 경제적인 문제보다는 정치적인 사안과 연계돼 진행되는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카드수수료율이 인하됐던 시기를 보면 2012년 대선과 2016년 총선 등 선거를 앞둔 시기에 이뤄졌다.
금융당국은 적자 증가를 감안해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타협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란 정부가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과 마케팅 비용 등 원가를 들여다본 뒤 적정 수준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해주는 제도다.
지난달 17일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만난 자리에서 카드 수수료율 개편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별다른 성과없이 끝났다. 이날 고 위원장은 카드사들의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 허용 등 부수·겸영 업무를 확대해 ‘종합 페이먼트 사업자’로의 발전을 지원하겠다고 밝혀 카드수수료율 인하를 달래기 위한 ‘당근’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동안 카드수수료율은 2007년 이후 12년 동안 13차례나 인하됐다. 여기에 2012년부턴 세계 최초로 정부가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까지 도입돼 3년 주기로 조정돼왔다. 이로 인해 2007년 4.5%에 달하던 일반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1.97~2.04%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현행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연간 매출 30억원 이하 ‘우대 가맹점’에 대해 매출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식으로 운영된다.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경우 신용카드 0.8%, 직불카드 0.5%의 수수료율이, △연매출 3억~5억원 1.3%(신용)·1.0%(직불) △5억~10억원 1.4%·1.1% △10억~30억원 1.6%·1.3%가 적용된다. 연매출 10억원 이하 카드 가맹점에 적용되는 신용카드 매출 세액공제(1.3%)를 감안하면 실질 수수료율은 3억원 이하 가맹점은 -0.5%, 3억~5억원 0%, 5억~10억원 가맹점은 0.1~0.4%에 불과한 실정이다.
카드업계·노조 거센 반발… 고객·가맹점에 별다른 이익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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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호연 기자] ⓒ스카이데일리 |
카드사들은 이미 전체 가맹점의 96%가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우대가맹점’인데다 연 매출 10억원 이하 가맹점은 사실상 수수료 제로(0%)라며 추가 인하에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카드사 노동조합도 대정부 투쟁을 선언하며 파업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8일 7개 신용카드사 노조 협의체인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카드노조협의회)는 카드 수수료율 인하 중단과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폐지를 촉구했다. 카드노조협의회는 지속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로 카드산업이 붕괴 직전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신용결제 부문에서 지난 2년간 약 13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희망퇴직을 지속하고 신규채용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하면서 일자리도 줄어드는 추세다. 실제로 2002년 12만명을 넘어섰던 카드모집인은 지난해 9500여명, 올해 들어 8500명 규모로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삼성카드를 포함한 카드사 8곳의 영업점포는 2018년 6월 308곳에서 지난해 6월 180곳으로 2년 새 128곳이나 감소했다.
카드노조협의회 측은 “노조를 포함한 카드사 전체 입장은 수수료 인하가 아닌 12년 동안 계속 내렸던 수수료를 일부 제자리로 올려야 한다는 의미의 수수료 현실화를 요구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러한 카드 수수료율 인하가 시행 초기와 달리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이나 카드 가맹점 입장에서도 더 이상 별다른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될 때마다 수수료 하락에 따라 감소된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포인트나 무이자 할부 등 혜택들을 줄이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사의 무이자 할부 가맹점 수는 2018년 382만곳에서 올해 9월 315만곳으로 67만곳이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가맹점 수는 오히려 90여만곳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기간중 무이자 할부 승인 금액도 약 74조원에서 58조원으로 급감했다.
일선 자영업자들의 입장에서도 카드수수료율 인하로 그다지 큰 이익을 볼 수 없는 실정이다. 경기도 성남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안모씨(38)는 “지금보다 카드수수료율이 0.2~0.3%가 떨어지더라도 한 달에 월 몇만원 정도 손에 더 쥐는 셈이다”면서 “크게 이익 보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결제 부분에서 계속 격자가 나면 결국 소비자한테 주는 혜택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대출 쪽에서 보는 이익으로 어느 정도 커버하겠지만 내년 대출 총량규제가 도입되면 수익성 악화가 명백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적격비용 제도는 다른 상황을 전혀 보지 않고 비용을 절감하면 절감된 만큼을 인하 여력으로 보는 제도이다”면서 “수익이 안 좋아지니 다시 비용을 절감시키려고 노력하다 보니 비용 절감 노력이 다시 인하 여력이 되는 ‘악순환’이 된다”고 꼬집었다.
빅테크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돼
카드업계에서는 간편결제 수수료가 과도하다며 빅테크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한다. 결제 대행이라는 동일 서비스를 하고 있음에도 빅테크 업체들이 더 많은 수수료를 받고 있어 ‘역차별’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지난 9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 수수료율은 카드사가 0.8~1.6% 수준인데 비해 네이버와 카카오 등 간편결제 서비스 수수료는 2.0~3.08%로 드러났다. 특히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소상공인에 적용되는 수수료는 신용카드가 0.8%인데 비해 네이버페이의 주문형 결제 수수료는 3배 가까이 많은 2.2%였다.
최근 네이버·카카오페이나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 등 송금 앱을 통해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고객이 늘면서 카드사의 신용부문 매출이 타격을 입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카드수수료율 인하의 당위성에 의문을 들게 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2020년 국내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평균 지급카드(신용·체크카드 포함) 이용규모는 2조5000억원으로 전년대비 0.6% 늘어나며 증가세가 둔화됐다. 이 중 신용카드 이용규모는 전년대비 0.3% 감소로 전환됐고, 체크카드는 1.5%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모바일뱅킹 등 소액결제망을 통한 계좌이체금액은 하루 평균 72조8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7.8%나 증가했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의 경우 가게 입구에 업주의 계좌번호를 붙여놓고 계좌이체로 돈을 받는 경우가 많다. 서울 관악구에서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이모씨(40)는 “절반 이상의 손님들이 카드 결제보다는 간편 결제앱을 통한 송금으로 결제하고 있어 카드 매출액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규제를 받고 있으니 빅테크도 규제를 받아야 한다가 아니다”라며 “카드업계의 규제가 비정상이니 이를 완화해서 (빅테크와) 공평한 환경에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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