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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는 조선시대 최대 곡창지대로 산업과 문화가 발전했지만 20세기 산업화·공업화에 뒤처지면서 현재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전락했다. 지역경제의 기반인 농축산업은 고령화와 이농으로 인한 일손 부족, 농자재 가격 상승, 농축산물 가격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91년 매립을 시작해 2010년 완공한 새만금 간척지는 계륵(鷄肋)같은 존재다. 산업이 낙후된 전북의 입장에서 산업단지로 개발하고 싶지만 입주할 업체가 없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만금을 개발하겠다는 공약은 빠지지 않았지만 공약(空約)에 그쳤다.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의 전북 선거 공약은 대부분 새만금과 연관돼 있다. 새만금에 메가시티 조성, 국제공항 건설, 국제금융도시 유치, 그린 특화 국가산업단지 조성이 대표적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전북의 자치행정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봤다.
구호는 미래지향적이나 실행계획 부재… 회전문 정치경력 만연
넓은 평야를 끼고 있는 전북은 대지주의 영향력이 강한 전라남도와 달리 영남과 같은 산악지대의 정치적 특성을 보인다. 전남은 김대중 대통령이라는 걸출한 정치인을 배출했지만 전북에서 전국적 지명도를 얻은 정치인은 정동영·정세균이다. 다만 정동영은 대통령 선거, 정세균은 당내 대통령후보자 경선에서 패배했다.
민선 지방자치시대를 연 1995년 이후 현재까지 민선 도지사를 지낸 인물은 유종근·강현욱·김완주·송하진이다. 강현욱만 제외하고 모두 재선을 기록했다. 김완주·송하진은 전주시장에서 도지사까지 거머쥐었다. 전주가 전북의 중심 도시이고 지역의 정치적 허브 역할을 수행해 프리미엄을 얻었기 때문이다.
1~7기 민선 도지사가 제시한 도정 구호는 세계로 뻗어가는 전북, 강한 전북, 하나 되는 전북, 생동하는 전북, 천년 전북 등이다. 희망·신뢰·소득 증대·풍요·일자리 창출 등 정치 구호를 내세운 전남과 차이가 있다. 전북의 구호는 미래지향적 비전을 포함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광주·전남에 비해 보수적 색채를 띠고 있는 전북은 지역 정치인에게 우호적인 편이다. 기초자치단체·광역자치단체의 의원과 단체장을 넘어 국회의원까지 ‘종횡무진’하는 정치인이 적지 않다. 지역 주민들도 안면이 있는 정치인의 장기 집권을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주민들의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도 ‘끼리끼리 문화’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중앙 정치에서 ‘구악(舊惡)’으로 평가받아 개혁의 대상이 된 퇴물 정치인이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면 ‘의리’을 내세워 지지한다. ‘내로남불’의 전형임에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새만금 개발사업도 유명무실… 공무원 징계도 솜방망이 허술
2020년 기준 전북 지역내총생산(GRDP)은 53조원으로 486조원인 경기도의 10.9%에 불과하다. 충청남도·경상남도·경상북도가 100조원을 넘었고, 부산광역시·인천광역시가 90조원대로 그 뒤를 이었다. 1인당 GRDP는 2967만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772만원 낮다. 제주특별자치도보다는 조금 많았지만 강원도에는 뒤졌다.
지난 50년 동안 전북의 희망이자 골칫거리인 새만금 개발사업도 미래가 어둡다. 2023년 새만금에서 ‘세계잼버리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대회가 끝난 후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건설을 추진하는 국제공항도 유령 공항으로 전락한 전남 무안신안공항의 전철을 밟을 전망이다.
지역 최대 산업도시 중 하나인 군산의 경제 기반이 붕괴된 것도 걱정거리다. GM군산공장은 폐쇄됐고, 2017년 7월 가동이 중단됐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2023년 1월 재가동할 예정이다. 자동차·조선 관련 부품을 제조하던 중소기업도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1년 12월 기준 전북 인구는 178만명으로 2011년 187만명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2016년~2019년 4년간 낮은 출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조3000억원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변동이 없다. 전북도는 요즘 출생률은 높이고 전출을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경기도를 제외한 다른 시·도와 마찬가지로 인구 감소세를 역전시킬 묘안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불법행위에 연루된 공무원의 징계절차를 지연시키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도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공무원 출신이 지역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사례가 많아 우려를 낳는다. 서로 입장과 권한의 한계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권을 사이좋게 나누는 관행도 여전히 이어지는 모양새다. 은밀한 거래와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스포츠 이벤트로 관광객 유치 효과 미미… 산업기반 구축해야 인재 육성 가능
문화는 역사적 산물로 지역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유산이다. 전북의 문화재는 국보 8점, 보물 87점 등 총 822점이 있을 정도로 많다. 국보급 보물이지만 대부분 일반인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아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한계가 있다.
전북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축제와 대규모 체육대회를 유치했다. 주요 14개 축제는 전주비빔밥축제·군산시간여행축제·익산서동축제·정읍구절초꽃축제·남원흥부제·김제지평선축제·완주와일드앤로컬푸드축제·진안홍삼축제·무주반딧불축제 등이다. 이 가운데 무주반딧불축제만 전국적 인지도를 갖고 있다.
2017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2018년 전국체전, 2019년 전국소년체전을 개최했고,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가 예정돼 있다. 스포츠 이벤트는 단기간에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하는 장점은 있지만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설치한 시설물의 해체·보존·관리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흰 코끼리’다. 이미 치러진 스포츠 행사의 지역경제 유발 효과도 미미했다.
지역에서 배출되는 인재를 고용할 수 있는 산업기반이 취약해 인재 유출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북에는 전북대학교·원광대학교·우석대학교·전주대학교·군산대학교·호원대학교 등이 있지만 지방거점대학으로 전북대가 독보적이다. 다만 전북대조차 자동차·조선 등 지역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못하고 있다.
익산의 보석가공업도 1970년대 이후 명성을 날렸지만 존재감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금속세공이나 보석가공업은 대규모 원자재 생산지나 소비시장에 인접하지 못하면 활성화되기 어렵다. 인도 구자라트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이탈리아 밀라노가 소비시장과 인접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점은 귀감으로 삼을만 하다.
취약한 경제기반 극복해야 발전 가능… 실현 가능성 높은 정책이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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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 오동훈] ⓒ스카이데일리 |
전북의 자치행정을 평가한 결과는 총 50점 만점에 16점으로 평균 3.2점에 불과했다. 전남 14점에 비해서는 높고 광주광역시와 동일했지만 18점인 대구광역시, 각각 20점인 대전광역시·경상남도와 비교하면 뒤처진 편이다. 문화와 기술이 2점에 불과한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전남과 같은 호남에 속하지만 정치적으로 덜 폐쇄적인 점은 호평을 받았다. 삼국시대부터 호남은 뛰어난 인재를 많이 배출했지만 대부분 정치적 역량을 극대화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점도 유능한 인재를 유치·육성하는데 한계로 작용한다.
대표 산업인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이 붕괴된 이후 대체 산업을 찾아 재도약의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새만금 개발사업이 대표적이지만 공항 건설과 일회성 행사에 불과해 성장 기반을 구축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지역개발 정책을 수립해야 지역소멸 위험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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