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우크라 상황에도 진행 중인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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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백신에도 ‘에코’가 필요하다

박선옥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3-25 00:02:40

21세기 하고도 2020년대 들어서 세계는 질병과 전쟁이라는 인류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두 가지 시련에 직면했다. 그 시련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언제까지 이 상황이 지속될지, 어느 지점까지 가야 상황이 누그러들게 될지, 아직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다.

21세기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2000년 이후 최근 2, 3년이 인류에게 닥친 가장 큰 시련의 시기라는 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물론 특정 국가나 민족, 혹은 개인에 따라서는 이보다 더한 시련의 고비도 넘겼으리라. 하지만 보편적으로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당장 눈앞에 닥쳐온 시련으로 말하자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거의 지구 전체가 몸살을 앓아 많은 생명을 잃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을 뒤흔들어 놓은 경제적인 타격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게다가 비대해지는 권력에 대한 야망을 주체 못해 남의 나라의 영토권을 침범하고 무고한 생명에 무차별 폭격을 가하는 러시아의 침략행위로 인류는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때에 환경문제를 거론한다는 것은 다소 한가해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역시 긴급한 이슈들 앞에서 마냥 뒷전으로 밀어둘 수만은 없는 문제다. 게다가 두 영역이 상호연관성을 가질 때는 더욱 그러하다.

환경문제와 관련해 경각심을 일으키게 된 계기는 아마도 1990년대에 거론된 오존층 파괴현상일 것이다. 22일(현지시간) BBC가 다룬 분석기사에 따르면 당시 오존층에 생긴 구멍에 관심을 갖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쯤 훨씬 많은 오존층 파괴가 진행됐을 것이라고 한다.

애초에 오존층에 구멍이 난 것을 발견한 사람은 영국의 조나단 셴클린이라는 기상학자였다. 1970년대에 남극에서 보내오는 데이터를 담당하던 셴클린은 해가 거듭하면서 뭔가 이상한 조짐을 눈치챘다. 그는 수년간 누적된 데이터 속에서 1970년대 말 무렵부터 오존 수치가 뚝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연구팀 실장에게 이 사실을 전했지만 그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1984년 남극에 위치한 한 연구소 상공의 오존층이 지난 10년 사이에 3분의 1 정도 줄어들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셴클린은 동료 연구진과 함께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발표해 세상에 경각심을 일깨웠다.

셴클린과 동료가 발표한 논문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제는 우리 귀에 익숙한 ‘클로로플루오로카본(CFC)’, 즉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내용이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프레온 가스는 가전제품의 냉매, 헤어스프레이나 면도용 거품에도 편리하게 사용되던 화학물질이다. 그후 1989년 프레온 가스의 제조와 사용을 금지하는 몬트리올 의정서가 채택된 이후,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프레온 가스는 단계적으로 다른 물질로 대체됐다.

오존층은 지표면에서 10~50km 상공에 해당하는 성층권에 주로 자리잡고 있는 대기층이다. 이 오존층이 소중한 건 바로 태양으로부터 내리쬐는 유해한 자외선 복사를 막아주는 보호막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오존층이 없다면 지구상의 생명체는 아마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그들은 “세계 각국이 프레온 가스 사용을 금지하지 않는다면 2050년 무렵이면 오존층의 파괴가 전 지구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따라서 지구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다”고 경고한다. 불과 30년도 안 남은 시간이다.

프레온 가스 사용이 중단된다 하더라도 오존층 보존에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화산폭발이나 아산화질소 등을 배출하는 비료 사용 등을 통해서도 오존층은 파괴된다. 로켓을 발사할 때도 오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 상황이 엄중하지만 이에 수반되는 환경문제도 외면할 수는 없다. 백신만 하더라도 이를 영하 70도로 보관해야 하는 문제는 환경론자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바이오앤테크나 화이자 백신을 영하 70도로 보존하고 장거리 수송을 위해서는 ‘수소화불화탄소(HFC)’라는 가스를 사용해야 한다. 지난해 1월15일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HFC는 이산화탄소보다 무려 2만3000배 더 지구온난화에 유해한 작용을 한다.

다시 말하면 코로나 백신은 한편으론 당장 생명을 살리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지구상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일에 간접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재천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석좌교수는 코로나 예방을 위한 약품 백신을 고집하는 대신 지구를 대하는 방식의 ‘생태적 전환’에 의한 ‘생태 백신’을 대안으로 제시한 적이 있다. 이는 인간이 환경과 친하게 지내는 방식을 넘어서서 환경, 즉 다른 생명체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하는 환경중심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인류에게 닥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이 같은 인식의 전환이 보편적으로 이뤄져야 하겠다.

박선옥 논설실장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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