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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먼저 평가를 시작한 인천광역시 부평구는 2008년 인구가 57만명을 넘었지만 지속적으로 감소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부평은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미군부대, 지하상가로 유명한 지역이다. 대우자동차는 한때 인천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 인천 수출총액의 절반을 차지했고 20만명을 고용했다.
대우자동차와 더불어 부평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것은 미군부대였다. 미군부대는 2018년부터 평택으로 이전을 시작했고, 이전 부지는 현재 공원으로 개발 중이다.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한국지엠(GM KOREA)의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철수설까지 나오면서 부평의 미래는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1일 유동인구가 10만명이 넘었던 부평역 상권도 고사 직전이다.
과거의 영화를 회복해야 하지만 부활을 책임질 적임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6·1 지방선거에서 출중한 구청장과 구의원을 뽑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부평의 자치행정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봤다.
진보 정당이 우세한 정치 지형… 보수 정당 후보자 출마 홍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부평구 문화의 거리에서 ‘다시 뛰는 부평경제, 다시 뛰는 대한민국’이란 구호로 부평경제를 회복해야 한다고 외쳤다. 윤 당선인의 공약 중 부평과 관련 있는 것은 경인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부평국가산업단지의 구조 고도화, 전통산업과 고부가가치 산업의 연계 강화 등이다.
부평의 민선 1~7기 구청장은 최용규·박수묵·박윤배·홍미영·차준택이다. 박윤배·홍미영만 2선을 기록했다. 최용규·박수묵·홍미영·차준택은 진보 정당, 박윤배는 보수 정당 출신이다. 민선 3·4기는 보수 정당이 차지했으나 나머지 1·2·5·6·7기는 진보 정당이 승리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현 차준택 구청장은 같은 당 소속 송영길·홍영표 국회의원의 보좌관·입법보좌관을 각각 지냈다. 제 6·7대 인천광역시의회 의원을 거친 후 구청장에 당선됐다. 구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차 구청장이 제시한 36개의 공약 중 완료 12건, 이행 후 계속 추진 11건, 정상 추진 12건, 폐기 1건 등으로 공약 이행률은 96.1%다. 하지만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이행 충실도를 평가하기가 어렵다.
현재까지 6·1 지방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대부분 국민의힘 소속이다. 이익성 부평구의원(부평다·국민의힘), 조건도(국민의힘·전 한국지엠 부사장), 유제홍(국민의힘·전 인천시의회 의원), 손철운(국민의힘·전 인천시의회 의원), 최용복(국민의힘·부평의회 의원) 등이다.
민주당 출신은 김용석(민주당·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이 유일하다. 현 구청장도 민주당 소속이고 초선이기 때문에 재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부평 지역은 노동자가 많아 보수보다는 진보 인사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부평의 현직 국회의원은 부평갑 이성만, 부평을 홍영표로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이들이 공천권을 쥐고 있다.
재정자립도 17%로 전국 최하위권… 의원 일탈·공직기강 해이 만연
2022년 예산은 1조9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8% 증액됐지만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2021년 기준 세입과목 개편 전 재정자립도는 21.7%, 세입과목개편 후 재정자립도 17.1%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하위권에 속한다.
부평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업은 1429개이며 이중 소기업이 1405개로 98.3%를 차지한다. 부평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은 1609개로 △전기·전자 528개 △기계 391개 △장비제조 312개 △석유화학 111개 △섬유·의복 93개 △목재·종이 47개 △운송장비 25개 △음식료 19개 △기타 66개 등이다. 대표 기업은 동서식품, 한국지엠 부평공장 및 본사, 인켈 부평공장·연구소·본사다.
국가산업단지로 오랜 역사를 자랑함에도 대표 업종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제2테크노밸리로 불리는 판교나 안산 반월공단과 비교된다. 구청이 지역 특색에 맞춰 입주업체를 조정하는 노력을 게을리 한 것이 주요인이다. 핵심 산업단지가 중구난방으로 운영되며 지역 경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인구는 2008년 57만9000명에 달했으나 매년 감소해 2021년 9월 기준 48만8000명으로 최고점 대비 14.2% 줄어들었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7만5000명으로 전체의 15.33%를 차지해 2019년 13.6% 대비 상승했다. 2021년 복지예산은 전체 예산의 60%를 점유해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투자할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소모성 지출이 늘어나면 지역경제 정상화는 점점 어려워진다.
부평은 지역 공무원뿐 아니라 지역 의원들의 비리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2015년 모 의원의 20대 여성 훔쳐보기·징계·탈당·재공천에 이어 2019년 무료급식소 사용 취소, 다목적실내체육관 불법 용역까지 다양한 논란이 초래됐다. 2020년 코로나19 비상 상황에서 업무추진비로 단체회식, 2021년 보건소 공무원 과로사 방치, 부평구의회 증축도 지역정치의 후진성을 가감 없이 보여준 사례다.
미군부대 등 근대 문화유산은 존치 필요… 지역 인재 수요 충족 가능성 낮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문화유산은 없지만 일제 강점기 건축된 미츠비시 줄사택, 미군이 사용했던 캠프 마켓은 보존할만한 가치를 가진 근대 유적이다. 캠프 마켓 내부에 있는 무기제조 공장도 존치·철거 논란이 분분하지만 전문가들은 보존하라고 조언한다.
1997년 시작해 2021년 25회째를 맞이한 부평풍물대축제는 시민축제이자 전통예술축제다. 고대부터 부평평야 중심의 농경문화권이 형성되면서 자연스레 풍물이 발달했다고 한다. 2020년 코로나19로 취소, 2021년 행사 축소 등 지역 대표 축제 위상이 축소되고 있다.
부평의 역사는 1995년 3월1일 구의 명칭이 북구에서 변경된 이후다. 부평구 십정동은 1908년 일본인 니카오쿠 오오쿠라가 중국의 소금기술을 도입한 우리나라 최초 천일소금 시험지다. 매립공사와 산업화 물결로 1969년 사라졌지만 제염산업은 1980년대까지 인천경제·주민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부평에 있는 한국폴리텍대 인천캠퍼스는 전국 폴리텍대 중 가장 큰 규모다. 금형·기계·메카트로닉스·산업설비자동화·자동차·전기에너지시스템·컴퓨터 및 정보 통신 등을 가르친다. 부평국가산업단지에 필요한 인재를 조달하는데 한계가 있다.
지역경체 침체에도 정치인 해결 노력 미흡… 역량 낮은 후보 공천 관행 타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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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 오동훈] ⓒ스카이데일리 |
종합적으로 인천 부평의 자치행정을 평가하면 총 50점 만점에 14점, 평균 2.8점에 불과하다. 경제·사회는 각각 4점, 정치·문화·기술은 각각 2점으로 매우 낮다. 정치는 지역의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음에도 정치인의 해결 노력·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을 반영했다.
경제는 한국지엠의 경영이 어렵고 부평역 상권이 침체됐지만 주변 지역에 비해서는 양호한 편이다. 정체성이 미약하지만 부평국가산업단지가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회는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약 49만명으로 적지 않은 숫자라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친노동 정책을 펼치는 진보 정당이 장기 집권했지만 지역 발전이 정체된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또한 구청장이나 구의회 의원 후보자 중 역량이 부족한 인사를 공천하는 관행도 타파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선거를 위해 지구당 운영을 편향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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