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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한 곳에 머무는 텃새와 달리 철새는 계절에 따라 유랑한다. 한국 정치인을 ‘철새’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해타산에 따라 정당·지역구를 수시로 바꾸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이 낮아 정치인이 정치철학이나 신념도 없이 떠돌아다닐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문제다.
인천광역시 계양구 정치판도 시끄럽다. 계양을을 지역구로 둔 송영길이 서울특별시장에 출마한다며 주소지를 서울 송파구로 옮겼기 때문이다. 송영길은 더불어민주당 대표뿐 아니라 인천시장도 지낸 5선 국회의원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20대 대선 패배 책임을 져야할 전임 대표가 서울시장에 나서는 것은 문제라는 반발도 있다.
송열길이 떠난 계양을 보궐선거에 관심을 가진 지역인사도 많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도 많지만 청년세대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계양구의 자치행정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봤다.
윤석열정부의 개발 공약과 밀접… 진보·보수 후보 출마 러시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3월 31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천시 관계자들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인천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전략 수립 간담회를 개최했다. 윤당선인의 공약 중 경인고속도로·제1순환도로 지하화, 서창~김포 간 고속도로 건설, 서울도시철도 5호선 검단~강화 연장 등은 계양구와 연관돼 있다.
계양구의 민선 1~7기 구청장은 이헌진·이익진·박희룡·이익진·박형우이다. 이익진과 박형우가 각각 2선·3선을 지냈다. 2선을 한 이익진은 진보 정당과 보수 정당을 오가며 당선됐다. 3·4기는 보수 정당이 차지했지만 1·2·5·6·7기는 진보 정당이 승리했다. 대체적으로 진보 정치색이 짙은 지역이다.
민선 5~7기를 맡고 있는 박형우 구청장은 민주당 인천시당 사무처장, 인천광역시의회 재선 의원 출신이다. 박 구청장의 54건 공약 중 완료 44건, 추진 중 9건, 보류 1건 등으로 공양이행률은 91%라고 주장한다. 부평구·연수구와 마찬가지로 공약의 중요도는 설명하지 않아 구체적인 성과를 평가하기 어렵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재 구청장 후보로 출마 선언한 인사의 면면이 다양하다. 진보 정당은 윤환(민주당, 3선 계양구의회 의원), 이용범(민주당, 전 인천시의회 의장)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보수 정당은 조동수(국민의힘, 전 계양구의회 의장)가 유력하다. 이들 외 민주당계 김유순·박성민·박해진·손민호, 국민의힘계 고영훈·오성규·이병학 등도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계양구는 계양갑과 계양을로 나눠져 있으며 계양갑 유동수, 계양을 송영길로 둘 다 민주당 소속이다. 인천시민은 지역 토박이보다는 호남과 충청 출신들이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편이다. 계양구는 진보적 색채가 강한 지역이지만 지방자치 30년 동안 지역경제는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재정자립도 지속 하락 중… 인구 줄어들어 침체 가속화
계양구의 2022년 재정은 6351억원으로 전년 5770억원 대비 9.09%인 581억원이 증액됐다. 이 중 사회복지 분야 지출 예산은 전체의 61.12%를 차지했다. 세부 내역을 살펴 보면 산업·중소기업 예산은 0.51%, 과학기술 예산은 0%다. 지역개발이 뒤쳐진 이유를 잘 설명하는 예산 내역이다.
재정자립도도 2021년 연수구의 세입과목 개편 전 재정자립도 37.3%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계양구의 2021년 세입과목 개편 전 재정자립도는 19.4%, 세입과목 개편 후 재정자립도는 15.6%로 기초자치단체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이유는 경제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2019년 계양구에 있는 기업은 1만8712개로 이중 도·소매업 4018개, 숙박·음식점업 3222개, 운수·창고업 2888개, 협회·단체 및 수리·기타 개인 서비스업 2118개, 제조업 1646개, 보건업·사회복지 서비스업 817개, 교육 서비스업 813개, 부동산 810개 등의 순이다.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은 379개 업체로 전체의 2.03%이다.
1000명 이상 근무하는 기업은 단 1개뿐이다. 근로자 숫자로 구분하면 1~4명 1만5201개, 5~9명 2175개로 10명 미만이 근무하고 있는 업체가 92.86%를 차지한다. 대부분 영세하고 소기업들이다. 2022년 3월 말 기준 인구는 29만4200명으로 2010년 34만7800명 대비 15.41% 감소했다. 지역 경제구조의 변화·발전이 없어 매년 지역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계양테크노밸리사업 예정지 관련 투기의혹이 제기됐다. 계양구의회 의원이 개발지구 일대 용지를 매입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2021년 인천시 종합감사에서 기간제 노동자의 부적절 채용 59건이 적발됐다. 구청 공무원의 동료 성추행 혐의 조사도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국가 지정 문화재 전무… 동네잔치 불과한 축제도 구조조정 필요
계양구는 계양산을 중심으로 넓은 평야지대와 하천이 흘러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인천 동북부 지역의 역사적 중심지였다. 계산2동에 국가사적 제556호로 지정된 삼국시대 최초로 축조된 계양산성이 자리 잡고 있다. 계양구에는 특별히 국가 및 시가 지정한 보물은 없다.
지역 축제행사는 부평향교석전대제, 계양산 국악제, 구립예술단 정기연주회, 구민의 날 기념 오페라 공연과 가을음악회 및 불꽃놀이, 산신제, 도당제 등이 있다. 축제도 동네잔치에 불과하고 관광객 유치 효과는 전무하다.
문화공간은 계양아트갤러리·계양문화회관, 야외공연장은 작전·서운·계양산 야외공연장, 구립예술단은 여성합창단·풍물단·소년소녀합창단·교향악단 등이 있다. 구청 차원에서 다양한 합창단을 운영할 필요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계양구에는 경인여대, 경인교육대 인천캠퍼스가 자리 잡고 있다. 경인여대는 간호보건복지, 관광호텔, 디자인·뷰티, 사회실무, 유아·아동, 정보기술(IT)·방송 관련학과 등이 개설돼 있다. 경인교육대는 초등학교 교사를 배출한다. 지역 산업을 발전시킬 인재 육성과는 동떨어진 대학만 있다.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는 계양산업단지는 사업비 2014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기계·장비, 금속가공, 전자부품·컴퓨터, 영상·음향·통신장비 등을 제조하는 기업을 유치할 예정이다. 계양구 남측 서운산업단지와 북측에 조성될 계양테크노밸리가 상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2월3일 기준 공영주차장 관리업체 1개를 포함한 52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새 비전 설정 실패한 구정… 지역발전계획 새로 수립해 실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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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 오동훈] ⓒ스카이데일리 |
종합적으로 인천 계양구의 자치행정을 평가하면 총 50점 만점에 10점, 평균 2.0으로 2.8점의 부평구에 비해서도 낮다. 인천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한 연수구가 총점 20점, 평균 4.0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참담한 성적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기술 모두 각각 2점을 받았다.
연수구는 송도국제도시의 개발에 매진하면서 미래를 지향하고 있지만 계양구는 새로운 비전을 설정하지 못했다. 현재 정치체제로 낮은 재정자립도, 감소하는 인구, 영세한 기업 등은 당분간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발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6·1 지방선거에서 구청장과 구의원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수도권에 속하면서도 정체된 광역자치단체가 인천시다. 인천시는 보수와 진보의 치열한 각축장이었지만 정작 유능한 정치인을 배출하지 못했다. 계양구도 지역발전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수립하지 않으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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