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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주한·미군 철수’등의 충격적 내용이 담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마크 에스퍼(58) 전 국방장관이 10일(현지 시간) 출간한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A Sacred Oath)’가 화제와 함께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2017년4월 경북 성주에 설치된 미군 사드 포대는 5년 이상 야전에 임시 배치된 상황이지만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하던 문재인정부하에서 5년가량 방치되다시피 한 사드 기지가 한·미 동맹 위기까지 불러일으켰다는 것이 에스퍼 전 장관의 주장이다.
이에따라 문 정부서 ‘환경영향평가’ 불발 등의 이유로 임시설치된 사드가 새롭게 취임한 윤석열정부의 한·미 동맹의 전략적 안보동맹으로의 격상 및 강경한 대북대응기조를 타고 제자리를 잡아갈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에스퍼 전 장관의 회고록을 살펴보면 ‘한·미 동맹’과 ‘중국 눈치 보기’ 사이에서 줄타기하던 문 정부의 기본 입장을 확인 할 수 있다. 2018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문제를 제기하며 사드를 철수하려 했는데, 문 정부가 협조하지 않아 사드를 철수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는 사드 정식 배치가 계속 미뤄지자 “2020년 카운터파트(서욱 전 국방장관)에게 ‘사드의 한반도 철수를 고려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에스퍼 전 장관은 “한국이 중국의 궤도로 끌려가는 상황을 걱정했다”고 적었다. 그는 “사드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의 방어를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내가 육군장관, 국방장관을 지내는 동안 정상 가동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 관계 당국과 미군 측에서도 볼 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은 17일 미국 하원 청문회 답변에서 경북 성주 사드 기지에 대한 접근 제한이 한·미 동맹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현재와 같은) 제한된 접근은 사드 운용과 한국 국민 및 미군 방어 등을 위한 동맹의 역량을 저해하고 대북 준비 태세에도 영향을 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해 3월 한국을 방문해 서욱 당시 국방장관과의 회담 및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서 장관을 향해 “사드 기지를 지금 같은 상태로 계속 둘 것이냐”며 “동맹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사드 배치 전후 중국 눈치 보기 급급했던 文정부
실제 2017년 집권 당시 즈음부터 문 전 대통령은 사드 배치 논란에 대해 “한·미 간 합의를 쉽게 취소하기 어렵다”며 “중국·러시아를 설득하고 국회 비준 등 공론화를 거치자”고 밝혔다. 19대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사드 배치 문제를 “다음 정부에 넘겨야 한다”며 ‘전략적 모호성’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6년 박근혜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하자 ‘재검토’를 주장하며 정부를 맹공한 바 있다.
그는 2016년 7월 정부의 성주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이후 사드 배치 결정은 “졸속 결정”이며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비판했다. 대선정국에서는 중국, 러시아의 심기를 살핀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는 “한·미 간 합의를 쉽게 취소하기 어렵다”라며 “중국·러시아를 설득하고 국회 비준 등 공론화를 거치자”고 제안한바 있다
당시 ‘사드 주한·미군 배치 결정’ 발표 이후 시작된 중국의 경제 보복이 장기화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등이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아 대부분 천문학적 영업손실을 봐야 했다. 이 같은 기류에 문 전 대통령은 사드 배치가 한국에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와 함께 사드배치 초기부터 배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은 문 전 대통령은 집권 이후에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베를린 구상’을 통해 대화로 남북 간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8월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며 “북한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화가 해결책이라 자신하던 문 정부가 사드 정식 배치를 임기 내내 미결정 상태로 방치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4월 스카이데일리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받은 국방부 제출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2017년 7월 이후 총 5건의 환경영향 평가를 진행했으나 여기에 성주 사드기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성주 기지에서 근무하는 한·미 장병 400여명은 여전히 낡은 옛 골프장 클럽하우스와 컨테이너를 숙소로 사용하고 있으며 시설 개선을 위한 공사 자재·장비 반입이 사드 반대 단체와 일부 주민의 반대 시위로 막혀 있는 실정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장병들은 온수·난방이 잘 공급되지 않는 열악한 상황에서 근무중이다. 주한 미군들의 불만이 엄청난 데다 미국 정부는 중국 눈치 보기로 사드 배치를 문 정부가 의도적으로 연기했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는 상황이다.
문 정부의 이 같은 구상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도발과 ICBM과 핵실험 방지를 약속한 ‘모라토리움’의 해제 때문에 사실상 무산되고 말았다. 북한은 4월25일 태양절을 전후로 선제 핵 공격위협까지 내세우며 윤석열정부에 대대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취임 이전부터 ‘한·미 동맹강화’와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윤 정부는 사드배치에 정상화와 함께 추가배치까지 약속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한·미 양국 정상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정부 출범 이후 첫 정상회담을 하고 기존 안보 동맹을 넘어서는 포괄적 전략 동맹 강화로 격상했다. 기존의 안보 동맹을 넘어 경제·기술과 글로벌 공급망, 원전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전략 동맹 강화로 격상한 셈이다.
“중국의 경제보복 부당” 尹정부, 사드 추가 배치까지…
윤 대통령의 사대 배치와 사드 정상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했다. 그는 여러 차례 메시지를 통해 사드의 필요성과 함께 강화 의지를 피력했다. 대권 물망에 올랐던 지난해 7월15일 한 인터뷰에서 그는 사드 체계 배치는 “명백히 우리 주권적 영역”이라며 “(중국이)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려면 자국 국경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레이더를 먼저 철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월1일 인천 강화군 최북단에 있는 강화평화전망대를 방문해 “사드를 포함한 중층적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 수도권과 경기 북부 지역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실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에 북한이 탄도미사일 등 잇따른 군사도발을 하자 윤 대통령은 대권 후보 시절 ‘사드 추가 배치’라는 한 줄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성주 사드 포대는 사거리가 200㎞라 요격 범위가 수도권에 미치지 못하므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수도권 주민 2000만명을 지키려면 사드를 추가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 윤 대통령 측 계획이었다.
윤 대통령은 당선 후 4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첫 외신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이 한 경제적 보복은 한국과 국제 사회가 볼 때 완전히 부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중국에 대한 강한 정치적 입장을 가지기 위해 미국과의 군사 동맹에 기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같은 행보는 대통령 취임 후 신중모드로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박진 외교부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사드 추가 배치 공약과 관련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맞서 수도권 방공망을 보강한다는 차원에서 나온 제안”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공약 실행 여부에 대해선 “심도있게 검토해서 어떤 결론을 낼지 깊은 논의를 해 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달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도 사드 추가 배치가 포함되지 않았다. 인수위측은 이에 대해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을 철회하겠다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정부 출범 후 관계부처 및 국회 등과 협의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한발 물어서는 태도를 보였다.
사드 추가 배치건이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중 교역 규모가 현재 3000억 달러를 넘어 한·미, 한·일, 한·유럽연합(EU)의 총 무역 액을 합친 것에 육박하는 만큼 윤석열 정부와 중국간 갈등이 커질 경우 한국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도 만만치 않다.
중국 아태평양 외교 전문 연구기관인 차하얼학회 국제여론정세 연구센터의 차오신 비서장은 2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올해 공산당 20차 당 대회를 치르는 중국 공산당이 자국 국가 안전과 이익을 위협하는 이런 문제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례에 비춰 중국은 그동안 이런 문제에 대해 강력한 반격으로 대응했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사드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군 병력, 장비, 인구밀집지역, 핵심시설 등을 방어하는데 사용되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자국 영토를 향해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종말 단계인 즉 탄두가 분리돼 낙하하는 단계에서 요격하는 무기체계를 말한다. 사드 한 개 포대는 요격 미사일 말고도 △발사대 6~9기(1기당 미사일 8발 장착) △사격 통제 레이더 △포격 통제소로 구성되며, 성주에 배치된 사드 포대에는 발사대 6기다.
사드 배치를 중국이 반대하는 이유는 고성능 X밴드 레이더(전진배치용) 탐지거리가 1200~2000㎞에 달해 중국 전역의 군사 동향을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성주 사드 포대에는 탐지거리가 600~800㎞로 한 단계 낮은 레이더가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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