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와 예술가의 문화교감, 고령군 ‘대가야의 여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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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평] 김기화(한국체육대학교 연구교수·춤비평)

김장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5-30 12:24:06

▲ ‘대가야의 여신들’ 1장 신화(神話) : 대가야 건국신화 ‘정견모주(政見母主)’ (사진 출처= 경상북도 고령군, 사진 촬영 : 김신중)

경상북도 고령군에서는 대가야의 문화 전통을 계승한 축제를 개발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켜가고자 노력해왔다. 2005년 설립된 ‘고령대가야체험축제’는 대가야의 역사를 담은 문화기반시설과 예술공연을 연동한 문화예술축제로 명확한 성격을 보여줬다.

분주하고 떠들썩한 상업적 축제와는 달리 아름다운 능선과 고분들로 포근히 감싸 안은 고도(古都)의 정취와 어우러진 ‘대가야 박물관’ ‘왕릉전시관’ ‘우륵박물관’의 전시로 5~6세기 한반도의 철기문화를 주도한 대가야의 위상을 잔잔한 감동으로 경험하는 축제였다. 그리고 품격있는 무대공연 ‘대가야의 여신들’로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을 치유하는 예술의 장으로 고령군의 문화 역량을 고무적으로 인식하게 하였다.

▲ ‘대가야의 여신들’ 2장 고대(古代) : 대가야의 철기문화와 풍요로운 일상. (사진 출처 : 경상북도 고령군, 사진 촬영 : 김신중)

‘대가야의 여신들’은 고령군이 제작한 창작 융복합 공연이다. 이번 공연은 그간 10회에 걸쳐 브로드웨이 뮤지컬 형식으로 올린 작품과는 달리 'K-문화'를 표방하며 흥과 신명의 전통적인 미의식을 작품에 투영하여 융복합 작품으로 공연하였다.

‘뮤지컬 가얏고’의 제목으로 우륵의 예술적 행보를 조명하던 그간의 작품 내용은 가야 문화권의 맹주로 우뚝 섰던 대가야의 건국 신화를 조명함으로써 지역민의 자기 정체성을 강화하고, 지역의 안녕과 풍요를 염원하는 작품으로 지역 공동체의 관심을 끌어내 고령군을 대표하는 지역문화콘텐츠로서 가치 매김에 충분하였다.

▲ ‘대가야의 여신들’ 3장 현대(現代) : 고령의 축제. (사진 출처=경상북도 고령군, 사진 촬영 : 김신중)

‘가야의 여신들’은 대가야 산천 신앙의 주신인 ‘정견모주(政見母主)의 모성적 신성성’을 통해 시공간(時空間)을 초월한 선민(選民)으로서의 자긍심을 일깨워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켜가려는 의도가 넌버벌 창작형식으로 표현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이 주목될 수 있던 점은 대중적 가치 인식으로 많은 사람과 소통하려던 점이다.

관객과의 소통이 적중했던 이유는 이애현 예술감독(전 경상북도 도립무용단 안무자)의 예술에 대한 철학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애현 예술감독은 경북 도립무용단 재직시절 가족 중심의 관극(觀劇) 작품을 꾸준히 개발하여 도민 예술 향유의 기회를 증대해 왔고, 지역에서 작품의 소재를 탐색하여 지역문화콘텐츠의 창작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러한 노력은 예술작품에 대한 지역적 공감대에 기반하려는 ‘소통’에 대한 그녀의 고민으로 이해된다. 특히 장애인 예술단을 이끌며 보여준 예술에 대한 편견 없는 실천은 이번 ‘가야의 여신들’에서도 녹여졌다.

지역의 연극동아리를 무대에 기용하였고, 고령 군립 가야금연주단과 어우러진 대중 지향적 선율에 맞춘 신나고 유쾌한 춤이 대미를 장식하며 관객이 흥겨운 어깨 놀음으로 신명을 발산하여 코로나 이후 얼어붙었던 마음을 다시 일상으로 회귀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였다.

‘가야의 여신들’은 시간적 전개를 사적(史的) 흐름에 관통하여 진행하였다. 과거에서 현대의 순차적 전개로 작품의 시간성을 부여하였고, 이 시간적 흐름에 대가야의 인문적 역량을 담아 신화와 융합하며 선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부각하였다.

자칫 방대해질 수 있는 전개 방식에 작품 초반에 간결한 성음(聲音) 낭독형식의 서사(叙事)를 활용하여 차분함과 낭만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며 관객의 호기심과 이해를 도왔다.

신격(神格)으로서의 정견모주는 해학적인 신체(身體) 표현으로 서민의 모습과 닮아 있는 인격(人格)으로 해석하여 정겹고 친밀한 캐릭터를 창조하였다. 3인(人) 1역(役)으로 표현된 정견모주의 역할 창조는 반복과 변화의 적절한 흐름을 꾀하며 중반부 이후의 작품 전개에도 탄력을 제공하였다.

넌버벌 형식의 주된 흐름은 댄스컬의 강점인 몸의 상상과 리듬의 결합으로 관객의 호응을 적재적소로 드러내게 하여 보는 내내 재미를 주는 동력이 되었다. ‘일춤’, 혹은 ‘노동춤’이라는 민속춤의 근간을 리듬절과 결합한 동작절로 완성하여 반복하고, 부분적 변화와 속도의 변화로 발전시키며 단순하되 고조되는 몰입을 만들어 관객의 리드미컬한 박수를 동원하며 참여형 공연의 만족도를 높이었다.

보는 내내 즐거운 관객의 호응은 마지막 반전을 꾀한 현대적인 시공간적 변화에 더욱 동화되며 콘서트에서 보여주는 열정적 관객참여와 흡사한 뜨거운 관극 열기로 대미를 장식하였다.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는 ‘소통’이라는 인식의 공유로 진일보해야 한다. 이번 공연은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확장된 예술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사례이다. 고령군과 전문예술가들의 협업은 지역 문화예술의 토대를 단단히 하는 모범으로 지자체 문화발전에 진지한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

김장운 기자 ju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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