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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 세력 다툼에 때 아닌 간장이 소환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당내 갈등을 빚고 있는 ‘입당파’ 안철수 의원과 속칭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을 빗대 “다음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했다. ‘간장’은 ‘간철수(간 보는 안철수)’가 별명인 안철수 의원과 장 의원을 빗댄 것으로 보인다. 말 못하는 간장이라 항의는 못하겠지만 간장으로서는 “지들 싸움에 날 왜 파느냐”고 항의할 만하다.
1985년 김동길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권력욕에 사로잡혀 있던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 씨를 향해 “세 김씨가 ‘우리는 간다’는 내용의 성명서나 하나 발표하고 이 나라의 어느 시골로 낙향을 한다면 얼마나 멋진 정경이겠습니까. 산 좋고 물 좋아 은퇴하여 낚시질하기 좋은 곳을 소개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 세 김 씨여, 아직 빛이 있는 동안에 서울을 떠나세요. 어서 떠나세요. 어둡기 전에”라고 썼다.
김 교수의 낚시론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세 김 씨와 얽혀 있던 정치 모리배를 제외한 다수의 국민이 호응했다. 그런데 칼럼이 크게 회자되자 엉뚱한 곳에서 항의가 들어왔다. 법적 고소·고발 조치까지 거론했다. 바로 강태공들의 모임인 전국낚시연합회가 들고 일어난 것이다. 낚시는 신성한 레저이자 취미인데 ‘낚시질이나 가라’는 것은 낚시인을 모욕했다는 게 이유였다. 암담한 시절의 ‘웃픈(웃기면서 슬픈)’ 이야기다.
간장과 관련된 인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1917년생인 박정희는 하마터면 태어나지 못할 뻔했다. 이미 3남2녀가 있던 모친 백남의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입이 하나 늘어나는 게 부담이 돼 ‘낙태’를 결심하고 간장을 끓여 한 사발씩 마셨다고 한다. 언덕에서 구르기도 했지만 ‘오기’로 안 죽고 태어났다는 탄생 설화다. 낙태시술이 없던 조상의 고단한 삶의 단편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박정희의 얼굴이 까마잡잡한 것도 이때 먹은 간장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전한다.
옛말에 장맛이 변하면 집안에 불길한 일이 생길 징조라 하였다. 그래서 장을 담그려면 택일을 하고 고사를 지냈다. 장을 담그려는 주부는 사흘 동안 부정을 타서도 안 되고, 외출도 안 되고, 개를 꾸짖는 것도 금해야 했다. 장맛이 좋아야 음식 맛도 좋다. 정치인들은 괜한 간장 건드리지 말고 제 할 일이나 제대로 하기 바란다. 조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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