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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노인 빈곤율과 급증하는 노년층 1인 가구 추세 등으로 사회적으로 단절된 이들이 자택에서 나 홀로 임종을 맞는 고독사(무연고 사망)가 이제는 거의 일상화되는 추세로 접어들고 있다.
수명은 갈수록 늘어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력이 비례해 증가하지 못하는 현실 탓에 가족 해체, 사회단절 등에 이어 고독사가 현대 사회의 풍속도로 굳어져가는 인상이 짙다.
최근에는 ‘고독사 사회’ ‘청년 고독사’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현대사회 들어 고령화가 이뤄지고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핵가족화 등이 촉진되는 것도 이같은 추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즉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경제력이나 연령과 무관하게 고독사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가족이나 이웃은 있지만 홀몸노인이 생활고와 병고 등에 시달리다 나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독거노인뿐 아니라 30~50대의 중년남성 혹은 1인 가구 청년 등이 사망한 지 수 개월 혹은 수 년 만에 백골로 발견됐다는 우울한 뉴스까지 종종 접하게 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취약계층 노인의 고립이 더욱 심각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도 서글픈 현실의 한 단면이다. 저소득 독거노인에게 집중됐던 고독사가 1인 가구에 이어 청년층까지 파고드는 모양새다.
올해 3월20일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한 빌라에서 홀로 살던 70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숨진 채 발견된 사례를 떠올려보자. 같은 주택에 사는 집주인은 A씨가 약 2주 동안 보이지 않고 그가 거주하는 1층 호실에서 악취가 나자 119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방당국이 현장에 출동해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니 화장실 앞에 누운 채 숨져있는 A씨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자 독거노인으로 구청의 1인 가구 모니터링 대상자로 등록돼 있었다.
A씨는 평소 이웃이나 가족과 별다른 교류나 왕래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집안에서는 보통의 고독사망자와 비슷한 느낌의 환경이 조성돼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방치된 쓰레기 더미, 음식물 용기 등이 흐트러진 채 쌓여 있었고, 각종 고지서와 마스크, 음식물 등이 남아 있는 냄비와 오물 등이 이불 바닥에도 흩어져 있었다. 밥솥 안에는 말라붙은 밥이 한 덩어리 남아 있었다고 한다.
노인 고독사는 도시사회에서 오랜기간 누적돼 온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0’ 보고서에 의하면 60세 이상이 △사회적 고립도 △상대적 빈곤율 △자살률 등의 지표에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노인 우울증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다. 노인이 느끼는 고독감은 주로 사회적 역할 상실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고독감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전통적 가치를 기대하는 부모 세대와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자식 세대가 공존하는 과도기에서 세대 간 상호의식의 불균형으로부터 심리적 갈등이 생기곤 한다. 다른 세대와 소통하는 기회가 적은 독거노인의 고독감 해소를 위한 특별한 대책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고령자부터 청년까지 파고드는 사회 암세포 ‘고독사’
지난해 기준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무연고자 사망자의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수는 2880명으로 2016년 1820명 대비 58.2%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사망자의 45.1%를 차지하는 1298명으로 조사 돼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한국은 사망 후 3일 이내에 발견된 죽음을 고독사라고 칭하는 데, 사망 후 3~7일 정도 지나 발견되는 죽음을 굳이 고독사라고 칭하며 심각하게 여기는 것은 시신이 온전치 못한 것이 주요 이유다.
초기에는 실직이나 경제적 능력 탓인 중장년 남성에 대한 고독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개인주의 가치관 확산 및 인권과 권리의식 및 가치관 충돌 등으로 독신자가 늘어나고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경제력과는 상관없는 고독사, 연령과 상관없는 고독사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지자체가 집계한 10~30대 무연고 사망 사례는 2017년 63건에서 지난해 100건으로 늘었다. 무연고사망으로 처리되지 않는 고독사도 많아 실제 고독사하는 청년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0~30대 젊은 층의 고독사도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7월 2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6평 남짓한 오피스텔에서 31세 청년인 B씨가 죽은 지 사흘 만에 발견된 사례도 있다. 회사생활을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자취생활을 하던 청년 B씨는 오피스텔 관리비를 3개월이나 내지 못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3월에는 헬스장을 운영하던 34세 남성 C씨는 서울 마포구의 한 원룸에서 죽은 지 열흘 만에 발견돼 큰 충격을 자아냈다. 유족들에 따르면 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헬스장 운영이 어려워지자 막노동으로 생계를 해결했다고 한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주변에 돈을 빌려 가며 임대료를 충당했고, 결국 버티지 못해 사망에까지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박진옥 나눔과 나눔 사무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고독사는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새로운 위험”이라며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과 그로 인한 고독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관계망을 촘촘히 하고 지역사회에서 돌봄과 긴급지원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독사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문제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가난과 우울’ 고독사 사회 일본이 주는 교훈
한국보다 앞서 초고령사회를 경험한 일본에서는 사회적 고립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는 뜻에서 ‘고립사(孤立死)’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혼자 생활하다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개인적 측면이 아닌 ‘사회적인 단절과 고립된 상태’라는 사회적 측면을 강조하는 용어로 보인다. 후생노동성 등의 자료를 보면 ‘고독사 대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선 연간 3만2000명 이상이 고독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직자와 이혼율 급증, 비혼 풍조와 개인주의 문화 확산 등이 고독사가 늘어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노인 중 돈 없이 장수하다 극빈층으로 전락한 초고령자 등이 아무도 모르게 임종을 맞이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은둔형 외톨이가 초고령사회 현상과 맞물리면서 ‘동시 고립사’라는 새로운 사회현상까지 등장했다. 일본 지자체들은 고령 노인 혼자 사는 집 대문에 흰 수건을 걸어두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흰 수건이 걸려 있지 않으면 신변에 무슨 일이 생겼으니 이웃들이 챙겨보자는 의미다. 고독사 맞춤형 보험상품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고립사에는 반드시 고립생(孤立生)이 앞서는데, 2010년대 후반 일본에서는 ‘자기 방임’이라는 용어가 화제가 됐다. 글자 그대로 직역하면 자신을 방치한다는 의미다. 사회적으로는 고립사 전초 단계로, 쓰레기를 치우지 않거나, 제대로 씻지 않는 등 위생을 게을리하다 결국 식사를 거르고 병원도 가지 않으며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내몰려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일본에서는 2011년부터 고독사 보험상품까지 등장했다. 시신처리와 집청소 유품 정리 등을 모두 해 주는 고독사 특화 상품은 사망자 뒷수습에 큰 부담을 느끼던 1인 임대 가구 집주인들의 인기 상품이 됐다.
2016년 일본 메이지대학 실태조사를 보면 독거가구의 80%가 여성으로 이들 가운데 생활보장기준에 상당하는 연 150만 엔 이하가 30%를 차지한다. 이들 중 그나마 정부의 생활보호를 받는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3600만명 시대가 열린 일본에선 현재 연금을 받는 노인인구가 30%전후이다. 올해 기준 일본 직장인들의 급여에서 매월 나가는 공적연금(국민연금, 후생연금)은 한국(급여의 9%)의 2배인 ‘18.3%’이다.
연금 역사가 긴 서구사회와 마찬가지로 돈이 들어오는 속도보다 나가는 속도가 더 빨라 발생하는 연금 고갈, 연금 노후화 문제가 발생했고 향후 받는 고령화 인구의 연금 문제가 화두로 올라오면서 고립사 문제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적인 일본인은 대개 연금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가재정 악화로 연금과 의료비 지원이 더욱더 줄어들게 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문제는 한국도 일본과 같이 1인 가구와 초고령사회 기류를 따라가면서 고독사 위험사회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고독사 예방을 위한 전국 지자체의 정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1인 가구는 증가 추세에 발맞춰 고독사 예방사업을 본격화했다, 고독사나 고독사로 추정되는 무연고사망으로 위기 가구에 대한 체계적 발굴을 한층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한 돌봄지원,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공영장례도 시행키로 했다. 특히 서울 ‘살피미’ 앱은 중장년층에서 고독사 위험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우선적 서비스를 대상으로 하고 돌봄 사각지대에서는 주민 등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경남 합천군에서 개발한 ‘국민안심서비스’ 앱은 1인 가구 노인의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연령층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에 착안해 12시간 동안 사용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으면 등록된 자녀나 이장, 담당 공무원 등의 전화번호로 문자 메시지가 전송된다. 담당 공무원 등이 전송된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이다. 부산시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도시가스 검침으로 고독사를 막고 있다. 예를 들어, 도시가스 사용량이 급격히 줄거나 냉장고 문 여는 횟수가 ‘0’이 되면 위험 신호를 분석해 고독사를 예방해준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예방법)‘도 지난해 4월1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관계 중앙행정기관장과 시·도지사는 매년 12월 31일까지 다음 연도 고독사 예방 시행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특히 5년마다 실시하는 고독사 실태조사도 이루어진다. 조사 대상자의 주거·생활 여건, 사회적 관계 등 고독사 위험 요인에 대한 사항과 고독사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 등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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