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는 ‘국민고통지수’ 완화에 발 벗고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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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국민고통지수(Misery index)

임한상 차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7-12 00:02:35

물가상승률과 실업률로 국민의 경제적 고통 정도를 나타내는 ‘국민고통지수’가 7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국민의 생활 상태를 가늠하는 경제지표 중 하나인 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수치로, 높게 나타날수록 경제적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국민고통지수 상승의 경제적 효과 및 정책 시사점’ 보고서를 지난 5일 발표하며 올해 1분기 국민고통지수가 10.6을 기록, 2015년 1분기부터 분기별 지수를 산출해 온 이래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역대 평균치 7.7의 1.38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경연은 실업자 수치를 산정할 때 노동 시간 주 36시간 미만이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자를 더하는 확장 실업률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한경연 측은 확장 실업률 대신 공식 실업률을 적용하더라도, 올해 1분기 지수 7.3으로 이는 역대 가장 높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고통지수는 미국에서 건너온 경제지표다. 영어로는 미저리 인덱스(Misery index)다. 1960년대에 미국 민주당 정권에서 정치고문을 역임한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삶의 질을 보여 주기 위해 고안했다. 미국에선 고통지수가 10이 넘으면 국민 불만이 높아지고, 20에서는 정권이 위기 상황에 빠진다고 본다.

본보기로 인용되는 게 1979년 제2차 오일쇼크 후의 경기후퇴와 물가폭등으로 정권을 내준 지미 카터 대통령이다. 정권 말기 고통지수가 20을 넘었다. 1980년 미 대선에서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이 이 숫자를 거론하며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카터 대통령을 향해 “재선할 가치가 없다”고 공격해 승리를 거뒀다.

미 언론은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경제는 41여년 만의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경험 중이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8.6% 급등해 1981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실업률은 비교적 안정되어 있지만 치솟는 물가상승률로 고통지수는 10을 훌쩍 넘겼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5월 고통지수는 12.2다.

전 세계의 경제고통지수도 빠르게 치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하락해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금리 때문에 빚이 있는 사람들이 허덕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5월 고통지수는 5.1로 지난해 평균 2.6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뛰었다. 일본의 고통지수가 5를 넘은 것은 7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유럽연합(EU)의 5월 경제고통지수는 14.9에 달했다. 유럽이 재정위기를 겪었던 2012년 11월의 14.2를 뛰어넘었다. 파키스탄은 27.23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심각한 경제 위기에 봉착한 스리랑카는 59.20를 찍었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가운데 현재 스리랑카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13일에 정권을 이양하겠다는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다. 튀르키예(터키)는 무려 89.92로 나타났다. 튀르키예의 5월 물가상승률은 73.50%였다. 교통비가 107.6%, 식료품비가 91.6%, 생활용품비가 82.08% 올랐다.

물가상승이 정권을 뒤흔들고 있는 건 세계적인 경향인 것으로 보인다. 식품 등의 가격 인상이 잇따르자 사람들이 물가상승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긍정 평가는 6월 1주 53%에서 7월 1주 37%로 16%p나 떨어졌다. 특히 부정 평가 이유로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는다’고 밝힌 응답자가 같은 기간 2%에서 12%로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이런 엄중한 상황을 인식한 듯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첫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민생안정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는 대통령실에서 열렸으나, 다음 회의부터는 현장을 찾아 전문가, 현업 종사자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늦었지만 천만다행이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액면 그대로 민심의 반영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복합 위기가 밀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이야말로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적 체감도가 높은 대응능력이나 리더십을 보여 줘야 할 때다. 국민이 3월 선출한 사람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윤 대통령이다.

임한상 차장대우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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