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기사와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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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기사와 홍보

조정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7-13 09:35:52

▲ 2009년 서울 청계천에서 열린 ‘청송사과 페스티벌’에서 ‘청송명품사과 건지기 이벤트’에 참여한 시민들이 뜰채로 사과를 건지고 있다. [뉴시스]

현대 사회는 홍보(PR·public relations) 시대다. PR을 ‘피할 건 피하고 알린 건 알린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알리는 PR이 대세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주재기자들이 올리는 발제를 보면 ‘아, 이런 것도 기사로 쓰는구나’ 하는 게 적잖다. 이를 테면 1일 취임한 지방자치단체장이 선거 때 다시 찾아뵙겠다고 인사한 노인정을 다시 찾는 행위 등이다. 거창한 취임식을 포기하고 민생 탐방으로 대체한 지자체장 관련 기사는 그나마 ‘보도’ 가치가 있다.

어쨌든 지방 정치인들의 매스컴 타기 노력은 가상하다. 그래서 교정 잘 봐서 가급적 게재토록 하고 있다. 어제는 경기도의회 한 의원이 관내 초등학교 운영위원장과 ‘학교 정문 진입로의 차도와 보도를 분리해 달라’는 민원을 상담했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사진까지 첨부해 일견 그럴 듯하지만 지면에까지 게재할 내용은 아니라 인터넷 기사로 처리토록 했다.

수년 전 울산고래축제조직위원회 임원들과 환담 시 “TV에서 ‘고뤠?’라며 웃기는 개그맨을 홍보대사로 영입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조언한 일이 있다. 조직위는 금세 반응해 개그맨 김준현을 고래축제 사회자로 영입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얘기를 후문으로 들었다.

경북 청송군은 모 일간지 기자가 “서울광장에서 하던 사과축제를 청계천에서 해보라”는 조언을 받아들여 대박이 터졌다. 뜰채로 청계천에서 사과를 건져 올리는 장면을 TV와 신문사 사진기자들이 대서특필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의회를 장악하면서 청계천 오염을 이유로 축제는 막을 내렸지만 지금도 뜰채 신화는 전설처럼 전해진다.

홍보계의 신화 중엔 여성 큐레이터가 있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큐레이터는 기자한테 보도자료를 보내며 ‘기자님, 미워요’ 등 낚시성 제목을 다는 걸로 유명하다. 기자에겐 보통 하루에도 수백 통씩 이메일이 오기 때문에 이메일을 연다는 것은 기사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걸 의미한다.

이메일을 여는 순간 기자는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고. 첫 문장이 “기자님, 자주 연락을 드리지 못하는 제 자신이 너무 미워요”였기 때문이다. 기자는 혀를 차면서도 두 손으론 기사를 작성하게 돼 있다. 때론 이렇게 수천만원짜리 광고보다 위트 있는 단어 몇 개로 수억 원의 홍보 효과를 낼 수 있다. 기사만한 홍보는 없다. 조정진 주필

조정진 기자 jjj@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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