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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개점휴업’ 50여일 만에 문을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위해 듣기 위해서였다. 여야 충돌로 상임위 구성은 하지도 못한 채 본회의만 연 것이다. 의원들은 두 달 가까이 일을 하지 않았지만 매달 의원 ‘월급날’인 20일 세비 1285만원(세전 기준)을 받았다. “국회의원들이 하루 일하고 한 달 임금을 고스란히 챙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의원들 세비는 하루 42만원 정도다. 의원들은 본 업무인 본회의나 상임위원회 회의에 불참해도 국회의장에게 미리 서류만 내면 관련 수당과 경비를 온전히 받을 수 있다. 국회의원에게도 무노동·무임금의 원칙을 적용해 “일하지 않으면 세비를 대폭 깎자”는 법안이 20대 국회에 이어 이번 국회에도 여러 건 발의됐지만 통과는커녕 본회의까지 올라온 적도 없다.
대한민국 국회는 입법 효율성과 무관하게 의원 처우만 세계 선두다. 올해 국회의원 보수는 세전 1억5426만원이다. 하지만 이건 의원들 혜택의 일부분이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올해 의원 1인당 ‘지원금’이 세비와 별도로 평균 1억153만원 책정돼 있다. 의원 1인당 매년 ‘업무추진비’로 348만원, 사무실 소모품비로 519만원이 지급된다. 매달 차량 기름값과 유지비로 146만원, 통신·우편요금 지원 명목으로 95만원, 비서실 운영비로 18만원이 나온다.
의원이나 보좌진이 출장을 다녀왔다고 영수증을 내면 1년에 평균 737만원까지 출장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입법 및 정책 개발 지원’ 명목으로도 연평균 최대 447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의원이 자기 홍보를 위해 홈페이지를 제작·관리하는 비용이나 의정보고서 등의 홍보 자료를 인쇄하는 비용까지 모두 세금으로 지원된다. 의원들은 또 보좌 직원 인건비로 연간 5억원 안팎이 지원된다. 각 의원은 4~9급 보좌관·비서관을 8명까지 둘 수 있고 인턴도 채용할 수 있다. 의원실 하나에 매년 7억5000만원 이상 세금이 들어가는 것이다.
의원들 해외 출장지원금은 별도다. 그래서 의원들은 국회가 멈추면 해외로 나간다. 지난달과 이번 달에만 50여명의 의원이 세금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거나 갈 예정이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가 문을 닫을 조짐이 보이면 해외 출장 신청이 물밀듯 들어온다”고 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지난달 6일부터 10일까지 3박5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다녀왔다. 미 타임지 초청 ‘넥스트 100인 2021’ 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출장이었다. 초청 행사였지만 장 의원은 항공비 892만원과 숙박비 126만원 등 총 1155만원을 국회로부터 지원받았다. 하지만 ‘방문 보고서’는 달랑 A4 용지 1장이다. 지난달엔 탈원전을 주장하던 민주당의 홍익표·이재정·이장섭 의원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방사성 폐기물 처리 선진 사례 조사’를 목적으로 오스트리아·프랑스를 다녀오면서 6000만원 넘는 돈을 썼지만 출장 후 국회에서 열린 핵연료 공청회엔 참석도 하지 않았다.
주요국 국회 중에는 경제 위기와 코로나19 유행 등을 이유로 보수를 스스로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의원 보수는 세계 금융 위기 때인 2009년에 마지막으로 인상된 뒤 13년째 동결돼 있다. 일본 의회는 코로나 유행에 따른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취지로 지난해와 올해 세비 20%를 자진 삭감했다. 반면 한국 의원들은 총선 때마다 보수 삭감을 공약으로 내걸지만 실제로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올렸다.
아무 일 안 해도 월급 받을 수 있고 월급 수준은 본인들이 직접 정하는 국회의원들. 험난한 세상의 노동자에 대해 잘 모르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임금인상 파업에 대해선 연일 성명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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