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삐라와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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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삐라와 자유

조정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12 09:50:55

접경지역이 고향인 필자는 1970년대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과 조선중앙텔레비전은 물론 북한이 수시로 풍선에 매달아 보내는 삐라를 무수히도 접하며 성장했다. 밤만 되면 ‘미제의 식민지 남조선’이 어떻고 ‘박정희 전두환 괴뢰도당’ 어쩌고 하는 대남방송이 웅웅거리며 들려왔다. 비가 많이 오는 날 등 대남방송이 안 들려오면 오히려 불안할 정도였다. 군부대도 대남방송이 안 나오는 날엔 오히려 긴장감이 높아져 경계강도를 높이곤 했었다.

북한 방송은 TV 아테나가 고장 나면 채널9 KBS와 채널11 MBC 사이에서 어김없이 칙칙 소리와 함께 흘러나왔다. 화면과 소리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독특한 북한식 억양과 낯선 소재 등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여러 번 재방송해 죄다 외울 정도였다. 월북한 주한미군이 배우로 출연해 6·25 때 황해도 신천에서 양민을 학살했다고 조작한 신천사건을 다룬 영화도 기억난다.

북한이 보낸 삐라는 늘 사방 천지에 널렸었다. 산에는 말할 것도 없고 들녘에도 곳곳에 떨어져 있어 수거해 파출소에 갖다 주면 공책과 연필을 받곤 했다. 1980년 5월 중순께 삐라엔 ‘전두환 노태우 괴뢰도당이 광주에서 3000명을 학살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국내 언론엔 일체 광주 관련 보도가 안 나거나 소요사태가 진행되고 있다는 정도만 나올 때였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나는 건 삐라의 발간 주체가 ‘국군애국동지모임’ ‘자유애국민회’ ‘자주대한청년회’ 등 우리 사회 내부에 있을 법한 단체 이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신뢰도를 높이고 남남 분열을 꾀하고, 혹 삐라가 북녘 땅에 떨어졌을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삐라의 인쇄 수준과 종이 질이 너무 안 좋아 누가 봐도 단박에 북한이 보낸 것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삐라 내용 중에는 월북한 국군이 북한에서 대학에 입학하거나 결혼해 잘 먹고 잘 산다는 것과 단체사진과 개별 사진을 실었는데, 그들의 얼굴 표정이나 차림새가 너무 형편없었다는 점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북한 삐라에 속지 않은 것은 삐라 수준이 우리 의식 수준에 비해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북한의 경제력이 우리보다 앞섰다. 요즘은 탈북인들이 고향 땅으로 자유의 숨결을 불어 넣기 위해 전단지를 보내고 있다. 이를 막는 건 간첩 아니면 공산주의자들이다. 조정진 주필

▲ 박상학(왼쪽)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2018년 5월5일 경기 파주시 통일동산 주차장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당하자 서울평화상을 받은 북한인권 운동가 슈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정진 기자 jjj@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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