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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는 한 번 밖에 리필이 안 됩니다” 최근 기자가 찾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고깃집은 상추리필을 1회로 제한했다. 상추와 깻잎 가격이 폭등하면서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60대 여사장은 리필을 요청하자 상추와 깻잎을 가져다주며 “상춧값이 고깃값보다 더 비싸서 그러니 이해해달라”며 “대신 다른 밑반찬은 얼마든지 더 가져다 드리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상추 한 장당 가격은 200원 꼴인데, 한 번에 7장 정도를 내놓기 때문에 음식값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리필을 한 번으로 제한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게 의하면 깻잎, 오이등의 가격도 2배가까이 올랐다.
최근 고온다습한 기후에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 신선채소 가격이 크게 올라 ‘식탁 물가’가 비상이다. 식재료 수요가 많이 늘어나는 추석 명절을 기점으로 가격이 폭등하는 ‘채소 가격 쇼크’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실제 통계청의 7월 소비자물가 동향 조사로는 지난달 신선채소 물가는 6월보다 17.3%, 1년 전보다 26.0% 올랐다.
신선채소와 신선과실, 신선 어류 등은 계절과 기상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품목으로 꼽히는데 신선채소 가격이 크게 오른 이유는 고온다습한 기후가 영향을 미쳤다고 통계청은 보고 있다. 실제 전 월 대비 상승률은 △상추(108.0%) △시금치(95.4%) △오이(73.4%) △열무(65.8%) △호박(50.6%) △부추(37.1%) △배추(30.4%) △미나리(25.8%) △무(24.7%) △양파(10.7%) 등이다. 채소류 가격 상승(25.9%)이 두드러졌다.
최근 수도권 및 강원과 충청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말미암은 농작물 수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데,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3.5배인 1027㏊(헥타르·1㏊=1만㎡)의 농작물이 침수했다. 고온다습한 날씨에 더해 장마로 잎채소 작황에 어려움이 더해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평지에서 재배되고 있는 채소들은 잎사귀와 뿌리가 폭우에 녹거나 30도가 넘는 고온 날씨에서 잎사귀가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리고 만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사태 전 농촌인력을 상당부분 대체하던 외국인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는 바람에 인력난까지 극심해졌다. 양파와 무 등의 채소는 수확 인력 부족으로 작황이 어려운 상황이다. 폭우와 폭염에 더해 인력난이 겹친 것이다.
자영업자 식당 사장들은 오른 채솟값에 난색을 보였다. 원재료 가격은 오르는데 손님이 떨어져 나갈까 봐 음식값을 올리지 못하며 울며겨자먹기식 운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오후 찾은 서울 강동구에서 일식집을 운영 중인 사장은 “지난달 채솟값을 100만~110만 원 정도를 썼는데, 이달만 해도 벌써 150만 원을 넘게 썼다”며 “월말이 되면 200만 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강동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같은 날 “상추를 줘 봤자 남는 게 없어서 다른 잎채소를 알아보고 있는데 이마저도 녹록하지가 않다”며 “상추가격이 금 값이 된 걸 손님들이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은 “원료 값이 체감상 30%~40%가 올랐다”며 “단골이 떨어져나갈까봐 가격을 올리지는 못하고 있으나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채소출하량 급감의 어두운 기운은 농수산물 시장과 도·소매업자들에게 가장 먼저 번졌다. 이날 서울 강동구 암시종합시장에서 만난 청과물매체 A사장은 새벽부터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떼와 매대를 분주히 채우고 있었다. 그는 “물건이 없으니 계속해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천정부지로 뛸 것. 계속해서 가격이 오를거다. 당연하다. 아무리 찾아도 물량이 안나온다”고 설명했다.
A사장은 애호박을 들어 보이며 “이게 지난주에 개당 1000원 했는데 이번 주는 2000천 원 받는다”며 “체감상 30~40%는 앞서 올랐고 폭우가 지나간 이후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며 “폭우 때문에 채소가 휩쓸려 간 것”이라고 털어놨다.
또다른 청과물가게를 운영하는 B사장은 “보름 사이에 50% 정도 올랐는데, 시골에 가뭄이랑 폭우가 겹치면서 아예 야채가 없다”며 “쪽파 2000~3000원 받다가 지금 6000원 받는다. 다음주부터 7000원 될지 1만원이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C 사장은 “물건이 올 때마다 계속 오른다. 감당이 안 된다. 물건을 받아다 쓰는 나도 사가는 손님들도 메겨지는 가격에 팔고 사가는 느낌”이라고 한숨을 지어 보였다. C사장이 가리킨 자두바구니에는 자두 8알이 담겼는데, 가격은 1만원. 2주 전까지만 해도 4000~5000원에 판매되던 자두가 약 2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청과 도매업자 D씨는 “과일값은 아직까지 괜찮다. 크게 안올랐다. 진짜 문제는 채소다. 얼마나 오를지 가늠이 안된다”고 혀를 찼다.
정부는 농약비와 영양제 지원 등을 통해 집중호우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역대 최대 규모인 650억원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을 풀어 체감 물가를 낮출 계획이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신선채소 물가는 작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폭우로 인한 생산량 감소가 가격을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통상 수입산 농축수산물은 국산보다 저렴한 가격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최근에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가격이 뛰었다. 관세청의 ‘주요 농축수산물 수입가격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달 수입 소고기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2.0% 올랐다. △냉동 조기(29.4%), 냉동 명태(21.0%) △냉동 오징어(20.9%) △냉동 고등어(17.0%) △명태(14.1%) 등 수산물 △건조 무(50.1%) △냉동 밤(35.1%) △밤(8.3%) 도 일제히 가격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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