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2.6º
미세먼지 좋음
강릉 15.2º
미세먼지 보통
)
8월 발생한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침수된 차량들의 추정 손해액이 역대급인 1600억원을 훌쩍 넘기면서 상반기 자동차보험 70%대 손해율 유지에 따른 하반기 자동차 보험료 추가 인하 흐름에 경고등이 켜졌다.
23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한 차례 인하된 자동차 보험료가 수도권에 집중된 호우 피해 보상이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하반기에 또 다시 낮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당국 역시 기존 인하 요구에서 유보로 입장을 바꿨다. 원래는 손해보험사들이 상반기 역대급 실적 개선에 성공하면서 보험사 월별 손해율 등 시장 추이를 살피며 실적에 부합하는 보험사의 경우 보험료 조정을 적극 유도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최근 폭우 사태로 침수차 피해가 늘면서 하반기까지 손해율 모니터링을 해야 보험료 관련 방침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걸음 물러서는 분위기다. 사실상 올 하반기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손보사에 요구하지 않기로 한 셈이다.
보험료 인하 논의, 사실상 물 건너가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4개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모두 70%대를 기록했다. 손보사별로 보면 △삼성화재 76.3% △DB손해보험 76.5% △현대해상 78% △KB손해보험 75.9% 등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보험사가 사고가 난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자로부터 받은 수입보험료로 나눈 값을 말한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보통 손해를 보지 않는 자동차보험 적정손해율을 80% 정도로 보는데, 이 적정손해율이 개선될수록(낮아질수록) 보험사는 보험료를 더 낮출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된다.
실제로 손보업계는 지난해 자동차보험 영업손익이 4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고 손해율이 최저 수준을 기록하자, 올 4월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1.2~1.4% 인하한 바 있다. 4~5월 삼성화재 1.2% 인하를 필두로 △KB손보 1.4% △DB손보1.3% △현대해상 1.2% 등 줄줄이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내렸다. 당시 각 사의 손해율은 △삼성화재가 81.9% △현대해상 81.2% △KB손보 81.5% △DB손보 79.5% 등 이었다.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된 이유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전반적으로 교통 이동량이 줄어 자동차 사고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고금리·고유가·고물가 등이 겹쳐 소비자들이 경제악화에 따른 야외활동에 제약을 받는 영향도 컸다.
국내 시장점유율 약 85%을 차지하는 빅4 손해보험사의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70% 중반대로 나타나면서 집중호우 피해 발생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반기 자동차 보험료가 상반기에 이어 얼마만큼 추가로 인하될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달 8~9일 중부지역 집중호우 탓에 상황이 급전직하로 뒤집어졌다. 폭우 피해가 외제차가 밀집한 강남 지역에 집중되는 바람에 손해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당 5억원이 넘는 페라리 같은 최고급 외제차부터 벤츠·BMW·아우디·볼보 등 고가 차량이 다수 피해를 봤다. 이에 대형 손보사들은 9일 비상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18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호우가 시작된 8일부터 17일 오전 10시까지 12개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피해는 1만1488건이었고, 추정손해액은 1620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외제차 침수 피해 건수는 총 3741건으로 전체의 33%에 달했다. 피해 침수차 3대 중 1대가 외제차였다. 이번 침수 피해는 서울 강남지역에서 집중 발생해 외제차 접수 건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외제차 추정손해액은 전체의 58%인 934억8000만원에 달했다.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대형 4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피해는 9765건, 추정손해액은 1377억7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외제차 접수 건수는 3180건, 손해액은 794억6000만원이었다.
대형 4사는 차량 침수 피해를 신속하게 보상하기 위해 서울대공원 주차장 등을 임대해 차량 견인 및 현장보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추정손해액(1620억원)은 이미 사상 최악의 차량 침수 피해 규모를 넘어섰다. 이전까지 가장 큰 차량 침수 추정손해액은 2020년 7~9월의 1157억원(2만1194대)이었다. 2003년 태풍 매미가 4만1042대(911억원)로 가장 많은 침수 대수를 기록했다.
추가 비 소식과 보험금 청구까지 소요 시간을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침수 피해를 보상하는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도 감안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자차보험 가입률은 72.7%였다.
손보사들은 집중호우 사태로 큰 침수 손해를 입어 하반기 차 보험료를 올 상반기처럼 인하하는 것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손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계절적 요인을 고려해 봤을 때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상반기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 사업에서 실적이 개선됐지만 이번 침수 사태처럼 하반기에 다른 돌발요소가 불거질 수도 있어 현실적으로 보험료 조정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은 일단 하반기까지 손해율 모니터링을 해야 보험료 관련 방침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나오는 관련 통계를 지켜본 뒤 내년 상반기에 손보업계와 보험료 조정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손보업계가 상반기에 큰 수익을 거둔 만큼 보험료를 낮춰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회사원 김모(43)씨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운전자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할 수 밖에 없는데, 손해율에 따라 보험료도 투명하게 조정돼야 한다”며 “보험사들이 손해율을 근거로 인상할 때는 대폭 올리면서, 인하할 때는 찔끔 내리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험사들이 올 상반기에도 보험료를 1%대 선에서 인하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