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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권, 특히 비은행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에 대한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만큼 부동산 대출 건전성이 더 나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즉각 점검에 나선 것은 물론이다.
6일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비은행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규모는 2018년말 40조2000억원에서 2021년말 78조1000억원으로 3년 새 94.3% 급증했다. 업권별 대출 증가율은 카드‧캐피탈사가 146.8%에 달했고 보험사 87.5%, 저축은행 78.8%, 증권사 73.8% 등의 순이었다.
보험연구원 ‘보험산업의 부동산 PF 대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보험회사 기업대출 규모는 137조4000억원이었다. 기업대출 대비 보험사 PF 대출 비중은 2016년 4분기 20.1%에서 지난해 4분기 30.6%로 늘었다. 지난해 말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42조원이었다. 2016년 말 15조7000억원에서 167.5% 급증했다. 은행권보다 무려 13조96억원이나 더 많았다. 보험사 대출채권 총액 대비 PF 대출 비중도 같은 기간 8.3%에서 15.8%로 증가했다.
보험사 PF 대출 금액 중 연체 금액 비중은 가파른 상승세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보험사의 PF 대출 연체율은 0.31%로 지난해 말 0.07% 대비 0.24%p 상승했다. 약 4.5배 뛰었다. 금액으로는 305억원에서 1298억원으로 불어났다.
PF 대상 사업은 보통 규모가 크고 거대한 자금이 요구되는 만큼 복수의 금융기관이 대주단을 구성해 투자에 참여한다. 이때 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회사를 대주라고 하고, 금융회사가 복수일 때는 대주단이라고 한다. 대출 절차는 접수상담→분석·협의 및 시공사 선정→사업약정체결→신탁계약 및 신탁등기→대출실행→자금관리계약→정산 순으로 진행된다.
현물로 담보를 잡는 것이 아니라 사업성을 따져 대출이 발생하는 구조여서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시 미분양 증가로 현금 흐름이 막히면 위험 요소가 발생하게 된다.
문제는 경기 변동성이 커지면서 현재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고금리·고물가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자 일부 지역의 경우 미분양이 발생해 돈의 흐름이 끊기면서 일부 중소 건설사들의 PF 대출 연체율이 높아졌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전, 경기도, 강원도, 대구의 연체율이 이상 신호를 보였다. 1분기 기준 대전 지역의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과 비슷한 0.46%로 금액은 45억원에 달했다. 경기 지역의 연체율은 0.10%로 금액은 147억원이었다.
강원과 대구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연체가 없다가 올해 들어 처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지역은 21.19%로 금액은 206억원에 달했고 대구 지역의 연체율은 1.92%로 금액은 900억원에 이르렀다.
지방에서 시작된 ‘미분양 공포’는 수도권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지방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해 약 1만호 수준이었으나 올해 들어 약 2만호로 올라섰다. 서울 또한 5월 기준 미분양 주택이 688호로 전월 360호보다 2배 가량 증가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미분양 아파트는 강북구에서 332가구로 가장 많았다. 이어 마포구 245가구, 중랑구 69가구, 강동구 33가구 순이었다. 규모별로 따지면 전용 40㎡ 이하가 280가구, 전용 40~60㎡는 226가구, 전용 60~85㎡는 182가구였다.
다른 비은행 업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올 1분기 국내 증권사들의 PF대출 연체율은 전국 평균 6.2%로 지난해 말 3.1%에서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PF 대출 연체 금액은 지난해 말 1232억원에서 올 1분기 1985억원으로 약 753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기, 인천, 전남 지역 연체 금액이 크게 불어났다. 인천은 지난해 말 56억원에서 올 1분기 352억원으로 여섯 배 이상 치솟았고. 경기는 같은 기간 170억원에서 332억원으로 95.2% 증가했다. 전남도 135억원에서 1분기 272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캐피털 업계도 보험사와 증권사처럼 부동산 PF 대출 문제로 기업대출 건전성 지표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28개 캐피탈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약 20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1.8% 가량 불어났다. 부동산 시장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0%대였던 PF 대출 연체율은 올 3월 현대캐피탈 1.69%, 하나캐피탈 0.78%, KB캐피탈 0.73%로 상승했다.
저축은행 PF 대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달 금감원이 저축은행 PF 대출 사업장 1174곳을 점검한 결과 공정과 분양률 등이 저조한 사업장에 대한 대출이 2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저축은행들은 이 중 1조3000억원(57.8%)을 건전성 정상으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이 PF 사업장의 공사 지연이나 중단 우려가 커졌음에도 정상으로 평가한 대출이어서 사실상 ‘숨은 부실’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비은행권의 PF 대출 규모가 커진만큼 부동산 경기 둔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비용 상승,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부동산 PF 대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은 3월 보고서에서 “부동산금융 관련 상품 형태가 다양하고 경기변동에 따른 위험노출 형태와 금융업권별 리스크 정도가 상이하다”며 “세부적이고 차별화된 대응 전략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부동산 PF 대출 시장의 위험 관리 강화 등을 고려하면 경기 악화로 부동산 PF 부실 위험은 과거에 비해 크지 않지만 부동산 경기 둔화 위험에는 여전히 노출돼 있어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권은희 의원은 “2021년 말 기준 보험권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약 42조원으로 은행권 대출 규모보다 커졌다”며 “금리상승과 부동산 경기 악화라는 시장 상황에 대비해 금융당국 및 보험사는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건전성 관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비은행권 PF 대출 부실이 금융리스크로 확산되지 않도록 충당금 적립을 유도하는 등의 관리·감독으로 적극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경제 복합위기 상황에서 비은행권이 취약한 고리라는 인식에서 충분한 충당금을 쌓으라는 메시지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에서 “현재까지 PF 대출과 대체투자 관련 건전성 지표들은 양호하지만,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공사 중단 사태 발생으로 PF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달 31일 제4차 ‘금융리스크 대응 TF 회의’를 열고 현재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에 적용중인 부동산 PF 대출 규제를 캐피탈사까지 확대 적용하고 금융사가 위험에 대비해 쌓는 대손충당금을 더 늘리기로 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고강도 긴축 우려, 유럽 경기침체 및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 등이 부각되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 차주의 이자상환 부담 확대, 부동산 등 주요자산의 가격하락 리스크 등 금융시장내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금융 산업의 리스크 요인에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응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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