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관광지 부실 안정관리 ‘도마 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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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왕리 문화탐방로 안내 표지판조차 없어 황당
추석 연휴 만조 때 진입로 잠겨 관광객 고립까지
구민들, ‘토박이’ 김정헌 구청장 무성의에 분통

김양훈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16 13:07:56

김정헌 인천 중구청장은 영종도 토박이 출신으로 시의원 경력 등 중구청장 도전과 낙선에 이어 민선8기 구청장에 당선됐지만 이후 지역 안전관리에 허점을 보여 구민들은 나중을 기억하라며 직격탄을 날려 안전 불감증이 만연한 중구가 비난을 받고 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오후 중구 영종도 을왕리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이 만조 때 허벅지까지 차오른 문화 탐방로 진입로를 위태롭게 건너오고 있었지만 제재가 없었다. 을왕리해수욕장을 찾는 방문객들은 너도나도 "중구가 안전사고를 키우고 있다"고 항의하고 있는 현실이다.

방문객에 따르면 “선녀바위 해변에 올라갔다가 길을 잃었는데 안내 방송도, 안내자도 없고 이정표도 없어요. 헤매다가 내려오니 물이 차 건너지 못하고 물 빠질 때까지 1시간 넘게 기다렸어요.”

을왕리해수욕장을 찾은 조모(78·여·부평)씨의 증언이다. 조 씨는 “해변로에 가로등이 하나 없어 깜깜한 곳에 갇혀 무서웠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 추석 연휴에 을왕리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물놀이와 산책을 즐기고 있다. [사진=김양훈 기자]

을왕리해수욕장은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추석 연휴를 맞아 기자가 찾은 날에도 많은 관광객으로 붐볐다. 해수욕장에 진입하려는 차들이 많아 30여분을 기다린 끝에 겨우 주차할 정도였다.

김 청장은 영종도 지역에서 시의원 2번 구청장 2번을 지낸 뒤 민선8기 중구청장으로 당선됐다. 누구보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정치인으로 판단되어 유권자들은 표를 주었다. 그런데 지역 해수욕장을 여름에 방문하고 관리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추석에 많은 방문객이 찾아올 것이란 사실은 중론인데 몰랐다면 무능하다는 평가다.

김 청장은 지역 토박이로 십수 년 정치활동을 하면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언론에 거론되었다. 허나 아동 사망 사건이 터지자 주민 일침은 심각하다. 추석 명절 방문객은 수천 명인데 반해 관리자는 보이지 않았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해수욕장이 폐장(8월31)한 이후 “방문객께서는 물놀이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현수막만 눈에 띄었다. 추석명절 관리자 특별 배치도 할만 하지만 전혀 보이지 않았다.

취재를 나갔던 본지와 결과를 공유한 K기자는 “모래사장을 걷다 보니 자동차 스마트키가 떨어져 있었다. 잃어버린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답답할까라는 생각에 해수욕장 한쪽에 마련된 통합안전관리센터를 찾았지만 운영하지 않아 용유파출소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9월12일 오후 만조 때 을왕리해수욕장 문화탐방길 진입로가 바닷물에 잠겨 관광객들이 미처 건너오지 못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바닷물이 상승하기 전 을왕리해수욕장 문화탐방길 진입로의 모습 또한 답답함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다.

만조 시 문화탐방로 문제점을 중구청장이 모를까? 하늘이 붉게 물들며 일몰이 시작되자 바닷물 수위도 점점 높아졌는데 문화탐방로 입구는 차오르는 물 홍보는 그간 얼마나 대외적으로 알려 졌을지 의문이다. 문화 탐방로는 중구가 2020년 을왕리해수욕장과 선녀바위해변의 산림을 이어 탐방로(약 2㎞)를 조성했다.

초입 해안로는 만조 시 바닷물에 잠기므로 물때를 맞춰 이용해야 한다. 진입로 주변에는 ‘일몰 및 만조 시간에는 안전사고예방을 위해 통행을 금지한다’며 안내표지판이 걸려는 있다. 안내방송도 병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방문객은 이를 못 듣거나 들었어도 시간을 놓쳐 고립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실제 이날도 바닷물 수위가 높아지면서 방문객들이 허벅지까지 차오른 물살을 가르며 위험천만하게 오가고 있었다. 심지어 어린아이를 앞세워 건너기도 했다. 자칫 발이라도 헛디디면 바다에 빠질 수도 있는 위험한 지역이다. 물이 차 올라 고립된 사람들은 결국 1시간30분가량 지나 물이 빠진 후에야 건널 수 있었다.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왔다는 최모(18·남) 학생은 “지난번에 왔을 때 좋아서 또 왔는데 이렇게 고립될 줄 몰랐다”며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겪고 보니 무섭고 황당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 군의 어머니는 “안내방송을 했다는데 전혀 못 들었다”며 “물이 빠지는 시간을 기다리기 힘들었지만 다치지 않아 다행이다. 안전에 대해서 좀 더 신경을 써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문화탐방로는 이정표가 없어도 잘 아는 길 아니냐”며 “현장을 둘러본 뒤 필요한 부분에 조치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했다.

중구는 “만조 시 바닷물에 잠기는 문화탐방로 진입 부분에 안전 펜스를 설치해 안전하게 건널 방안을 마련하고 추후 새로운 노선의 덱길도 계획 중”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탐방로 입구 해안로에 가로등 설치 등 세부적인 대책은 없어보인다.

최근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선착장에서는 아동이 바다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민은 예산을 들여 관리하는 지역에서 사고가 일어나자 안타까워하면서 중구 행정이 엉망이라고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김양훈 기자 y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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