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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망에 과도한 트래픽을 일으키는 콘텐츠 사업자가 인터넷 사업자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망 이용료’에 관한 논란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망 이용료 찬성 측에서는 망 이용료를 내지 않는 글로벌 기업이 국내 인터넷 생태계 거래 질서를 부정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에 망 이용료 반대 측에서는 망 중립성 원칙과 콘텐츠 사업자 피해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이에 구글이 적극적인 망 이용료 반대 운동에 나서면서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구글·넷플릭스만 무임승차” vs “망 중립성 무시… 통신사 ‘갑질’”
망 이용료에 대한 논란은 이전부터 나왔다. 디지털 콘텐츠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인터넷 사업자가 부담하는 유지보수 비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 사업자들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은 망 이용료를 내고 있지만 구글과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 지불을 거부하고 있어 역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다만 메타(페이스북)는 망 이용료를 내고 있어 여타 외국기업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망 이용료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며 정치권이 입법 움직임에 나서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정보통신망 이용료 지급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를 위한 공청회’를 지난달 20일 개최했다. 과방위는 망 이용료와 관련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관계자의 출석을 요청했으나 양측 모두 진술인이 참가했다.
공청회에 인터넷 사업자 측 패널로 참석한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국내·국외 CP의 99%가 망 이용 대가를 부담하고 있는데 인터넷 트래픽의 34.3%를 점유하는 구글과 넷플릭스는 국내 인터넷 생태계의 거래 질서를 부정하고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고 우월적인 협상력을 악용하는 일부 글로벌 기업에 대해 법적인 제재 수단 확보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현재 국회에는 망 이용료 지급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망 무입승차 방지법) 7건이 발의돼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에서 꼭 통과시켜야 할 목록에 망 이용료 법을 포함하며 법안 통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콘텐츠 사업자 측은 ‘망 중립성’을 근거로 망 이용료를 반대하고 있다. ‘망 중립성’ 이란 모든 네트워크 사업자와 정부들은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사용자, 내용, 플랫폼, 장비, 전송 방식에 따른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공청회에 콘텐츠 사업자 측 패널로 참석한 박경신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인터넷은 전 세계 누구나 소통할 수 있는 상품인데 정보전달료를 받도록 강제하는 망 이용료법은 그 선순환을 깨뜨리는 것”이라며 “한반도 내에 작은 망을 깔고 있다고 해서 전세계에 통행료를 내라고 하는 것은 K-콘텐츠를 압살하는 문화적 쇄국이고 통신사의 주머니만을 두둑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전 세계 망 사업자들은 인터넷 접속료만 받지 자기 망을 지나간다는 이유로 통행세를 받지 않는데 한국 인터넷 사업자들만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면서 “여기에 2016년에 발신자종량제가 도입되면서 한국의 인터넷 접속료는 다른 나라보다 몇 배나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콘텐츠 사업자들이 부당하게 내는 요금을 줄여주지는 못할망정 추가로 망 사용료를 받으면서 개선이 아닌 개악을 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망 이용료를 요구하는 것이 시장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는 통신사의 ‘갑질’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현행법상 일평균 이용자 100만명 이상, 국내 총 트래픽의 1% 이상을 발생시키는 콘텐츠 사업자는 망 품질 유지 의무를 지게 되지만 망 이용료를 꼭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프리카tv와 같이 망 품질 유지 의무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기업도 1년에 150억원 수준의 망 이용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콘텐츠 플랫폼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통신사가 콘텐츠 사업자보다 우위에 있는 입장이고 망 이용료를 내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법적인 근거가 없어도 망 이용료를 내고 있다”며 “이전의 망 이용료 논란만 하더라도 트래픽을 가장 많이 유발하는 구글은 못 건드리고 넷플릭스부터 건드리는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망 이용료 관련 논란이 커지며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소수의 국내 인터넷 사업자를 보호하려 편협하고 왜곡된 애국 마케팅을 하다가 국내 콘텐츠 사업자의 폭망을 불러올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K-콘텐츠 경쟁력이 강한 K-콘텐츠 사업자의 재앙적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도 SNS를 통해 “망 이용료법에 문제가 있어보인다. 잘 챙겨보겠다”는 글을 남기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망 이용료 항의 나선 구글·트위치… 국내 기업 해외 진출 문제도
망 이용료 법안 논의가 진행되자 구글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구글은 유튜브 코리아 블로그를 통해 망 이용료 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글은 최근 10년간 아시아 태평양 지역 네트워크 인프라에 22억달러(한화 약 3조원)를 투자했음을 강조하며 이미 인터넷 사업자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콘텐츠 플랫폼에 망 이용료를 받는 것은 이중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망 이용료 법안 통과 시 사업 운영 방식의 변경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 콘텐츠 플랫폼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는 구글이 운영 방식에 변화를 줄 경우 국내 콘텐츠 사업자 생태계나 유튜브를 즐겨 시청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구글은 사단법인 오픈넷과 연계해 ‘망중립성 수호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해당 서명 운동에는 구글이 운영 방식을 변경하면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유튜브 제작자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넷은 “인터넷이라는 상품은 전 세계 어디에서 구입해도 전 세계의 다른 모든 인터넷 이용자들과의 쌍방향 연결이 가능하며 이를 구매하기 위해 전 세계 모든 개인과 기업이 이미 인터넷접속료를 망사업자에게 지불하고 있다”며 “전 세계 수십만개의 망이 있지만 한국의 통신사를 제외한 전 세계 망사업자들은 망이용료를 별도로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망 이용료가 콘텐츠 사업자의 부담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며 K-콘텐츠 확산에도 방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픈넷은 “망 이용료 법안이 통과되면 콘텐츠의 인기에 비례해 요금을 물어야 하고 이 비용을 메꾸기 위해 콘텐츠를 보는 사람에게 돈을 받거나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에게 돈을 받아야 한다”며 “기존의 유료 플랫폼들도 우리나라 국민에게만 이용료를 더 받거나 한국 사람들이 많이 보는 콘텐츠를 적게 게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망 이용료 논의가 지속되며 실제로 운영 방식을 바꾼 사례도 나왔다. 아마존의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는 9월30일부터 화질 조정이 제공되는 채널에서 한국 내 동영상 화질을 최대 720p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트위치 공지에 수익 분배와 관련된 공지는 없었지만 일반적으로 시청자들이 1080p 이상의 화질을 선호하는 것을 생각하면 인터넷 방송인들에게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적으로 망 이용료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해당 공지에서 서비스 비용을 언급했기 때문에 최근 망 이용료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트위치는 “한국의 현지 규정과 요건을 지속적으로 준수하는 한편 모든 네트워크 요금 및 기타 관련 비용을 성실하게 지불해왔다”며 “그러나 한국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는 비용은 계속 증가했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트위치 측은 이어 “한국에서 서비스 운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새로운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한국 시청자의 원본 화질을 조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구글을 포함한 콘텐츠 플랫폼들이 모두 운영 방식을 크게 바꿀 가능성은 적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국내 콘텐츠 플랫폼의 해외 진출 문제도 있는 만큼 단순하게 볼 사안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 구글이나 넷플릭스가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정서가 퍼져 있는 만큼 입법 자체는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구글도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여론전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글이나 넷플릭스 혹은 다른 콘텐츠 사업자들이 운영 방식을 바뀐다고 해도 결국 다른 콘텐츠 사업자와의 경쟁 관계고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기업들이 모두 요금을 올리거나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위 교수는 “다만 우리나라에서 선례가 만들어지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망 이용료를 받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망 이용료를 받지 않는 나라에서 망 이용료를 내라고 하거나 이미 받는 나라도 더 내라고 할 때 할 말이 없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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