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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경북 영천의 ‘창의정용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경북연합의병부대’라는 수식어 때문이다. 영천역사문화박물관은 여러 지역을 찾아다니는 전시회를 열어 영천의 잊힌 위대한 역사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리는 중추적 역할을 했다.
428년 전 임진왜란 당시 국가의 존망이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을 때, 영천 주민이 앞장서고 경북민이 힘을 모아 영천에서 이루어냈던 육지 최초의 대규모 전투를 볼 수 있다. 경북민의 위대한 승리를 선양하고 당시 국난을 극복해 낸 시대정신이자 경북민의 화합정신을 영천에서 찾고자 노력한 것이다.
임진왜란 영천성수복 전투에 관련한 자료를 받아 읽어보고 들어보니 “참으로 자랑스러운 지역사의 이야기 속에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발자국 깊이 더 들어가 살펴보면 영천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경상북도가 영천에서 일어난 사건을 통해 찾아야 할 중요한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경북민의 화합의 역사다. 더 중요한 사실은 경북 12곳 지역 민의가 모인 당시의 이름없는 백성들이 소박하게 나라를 찾고자 하는 경북연합의병이다.
조선 500년 역사에서 영천의 가장 자랑스러운 사건을 꼽으라면 1592년 9월2일(음력 7월27일) 이루어낸 영천성 수복전투 승리라는 것을 누구도 반박할 수 없다. 당시의 수많은 자료나 문집에 잘 남아있다. 428년 전 9월2일, 경북의 중심은 영천이다.
영천이 조선의 중심지 역할을 한 날이라는 것이다. 그 기록은 일본과 중국(명)에도 알려 이날을 반드시 되새기고 기념해야 한다. 2017년 영천역사문화박물관이 처음 관련 전시회를 열고 9월2일을 ‘영천시기념일’로 제정해 달라는 시민의 서명을 받아 청원서를 영천시 문화체육과에 올린 문서를 보았다.
시는 답변서에서 ‘시민들의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돼 있었다. 2018년에 다시 시민의 청원을 모아 올렸으나 ‘용역을 통해 살펴보겠다’는 시의 답변서 또한 보았다. 그해 11월 국회에서의 전시가 이뤄진 후 이듬해 2019년 1월 영천시의회 최순례 의원의 대표발의로 영천시기념일 제정과 지원조례안이 완성된 것이다.
경북연합의병부대 창의정용군이 영천을 수복한 날인 음력 7월27일을 변하지 않는 양력 9월2일로 기념일 날짜를 정하자고 주장한 것도 영천역사문화박물관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2022년 초 경북도의회 17명 의원의 발의로 ‘경상북도 임진왜란 연합의병 창의정용군 기념사업 지원 조례’라는 제목의 조례안을 경북도의회 상임위에 상정했다. 올 3월2일 도의회 임시회가 열려 상임위 설명을 통해 3월13일 조례가 확정됐다.
영천시 찾아가는 전시회와 같은 창의정용군 기념사업에 관해 경북도에서 공식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영천시의회에서 조례를 통해 9월2일을 기념일로 정한 영천성수복기념일은 영천지역에 국한된 내용이다. 따라서 경북도의회에서 창의정용군 기념사업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고자 하는 것에는 조금 다른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경북지역의 ‘경북연합의병 창의정용군’은 범위가 경북 전체를 아우르고 전국으로 지향하자는 것이 조례의 참뜻이다. 당시 선조의 위대한 역할을 선양하고자 함에 경북민이 모두 동참하는 것이다.
아울러 경북 10곳 이상의 단체장이나 도의회 의원들, 명문가문의 구성원들을 규합해 국가사업으로도 확대 가능한 역사문화 브랜드로 정착될 수 있도록 경북도민의 한목소리가 필요하다.
나라가 누란(累卵) 위기에 빠졌을 때 자기 자신과 가족, 국토를 지키기 위해 들풀처럼 일어난 게 민초 ‘경북연합의병 창의정용군’이다. 국난극복의 상징적 수도인 영천의 도시브랜드 가치 향상과 함께 남다른 호국 유전자를 가진 영천의 자긍심을 한국 속에서 높일 수 있는 기회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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