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2.6º
미세먼지 좋음
강릉 15.2º
미세먼지 보통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8일 국정감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최고 존엄’이라고 표현한 발언을 두고 의원 간 공방을 벌인 끝에 오전 질의 시작도 전에 파행했다.
당사자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유이자 조롱에는 성역이 없다”고 주장했고,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북한은 우리 지도자를 ‘삶은 소대가리’라고 야유하는데 용납될 수 없는 발언”이라고 한 발자욱도 물러서지 않고 맞섰다.
신호탄은 기 의원이 먼저 쏘아올렸다. 전날 법사위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기 의원이 강릉 미사일 낙탄 사고와 관련한 질의를 하던 중,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최고 존엄인가 하는 사람’이라고 지칭한 것을 두고 조 의원인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을 대상으로 한 법사위 국감에서 전날 군사법원을 대상으로 한 국감장에서 한 자신의 발언을 거론했다.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기 의원이 먼저 신상발언을 신청해 입장을 밝혔다.
기 의원은 “어제 국방부 군사법원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가 낙탄 사고 관련해 쭉 얘기를 하다가 질의를 마쳤는데 조 의원께서 문제 제기를 해 주셨다”며 “내 뉘앙스가 그랬나 해서 속기록을 확인해서 말씀드리겠다고 하고 찾아봤다”고 말을 시작했다.
그는 “이렇게 제가 얘기를 했다. ‘국민의 생명이 최우선 아닌가’라고 국방부 장관한테 하는 얘기”라며 “사람 한 분이 북한군에 의해 무참하게 피해를 당한 것인데, 그래서 저기에 ‘최고 존엄’인가 하는 사람이 공식적인 사과까지 한 사안이라고 (말했는데) 일종의 조롱이자 야유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렇게 표현됐다면 취지는 ‘최고 존엄’이라고 일컫는 사람이라고 하는 걸로 수정하겠다”며 “그런데 조정훈 위원이 뭐라고 말했냐면 동료 의원에 발언에 대해 코멘트하기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금 기 위원이 발언할 때 북한의 ‘최고 존엄’이 사과를 했다는 발언을 했다”며 “이건 앞뒤 맥락을 다 짜르고 최고 존엄 및 사과를 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기 의원은 “조 의원이 ‘김정은 위원장을 최고 존엄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사과를 요구했다”면서 “이게 사과할 사안인가. 요즘 검찰의 잣대로 보면 명백한 허위 사실 유포”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앞 뒤 다 자르고 ‘어떻게 북한의 최고 존엄께서 사과하신 사안인데’ 이렇게 들려질 수 있도록 해석을 하느냐”며 “저는 정말 납득할 수가 없고 정말 그렇게 인식하고 발언했다면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조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조 의원은 신상발언을 신청해 “미사일이 잘못 발사된 것에 대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사과라도 했는데 우리 대통령은 왜 사과하지 않느냐는 맥락이었다”며 “웃자고 한 농담이라고 했는데 그 농담은 웃을 수 없는 농담”이라고 재반박했다. 조 의원은 “최고 존엄이라는 단어는 북한 체제를 상징하고 북한 체제 정점에 김정은 위원장이 있다는 소리”라며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구성 영토 전체로 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그를 절대로 농담으로도 최고 존엄으로 부를 수 없다”고 맞받았다.
이어 조 의원은 “국회의원이 헌법수호의 의무를 선서한 사람으로서 해야 할 농담이 있고 할 수 없는 농담이 있다”며 “언급하는 맥락이 김정은 위원장은 사과라도 했는데 우리는 왜 안하느냐는 맥락이라고 판단을 했고 제 판단이 만약에 잘못됐다면 유감을 표시할 수 있지만 제 이해가 맞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그런 맥락에서 대한민국 국민을 월북 의사와 관계없이 피격하고 소각한 것을 사과를 받을 수 있다고 저는 믿지 않는다”며 “사과의 진정성, 저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계속해서 “어찌 이것을 우리가 발사한 미사일이 잘못돼서 대통령이 사과 안 한다는 것에 덧붙여서 우리 대통령을 비난하는데 사용할 수 있을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의원은 “월북 의사와 관계없이 국민 한 사람을 피격하고 소각했는데 그것에 대한 비난의 문제가 집중되지 않고 이상한 데로 흘러가는 거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며 “사과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를 들은 기 의원은 “의례적 정체 공세”라며 “국민의힘도 아닌 시대전환 조 위원이 이런 말씀을 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고 존엄’ 풍자와 해학도 안 된다는 사고방식이 ‘윤석열차’ (논란으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국회의원이 해서는 되는 발언의 선,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고 밝혔고, 공방이 가속화하자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조 의원을 질타하기 시작했다.
박 의원은 신상발언 신청을 하면서 “조정훈 의원에 대해 한마디 하겠다. 정의롭지 않다는 걸 내가 국민들한테 알리기 위해서, 동료 의원의 표현을 입맛대로 해석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박범계 의원은 자중하시라. 기 의원 두 번, 조 의원 두 번 신상발언하면 조용히 마무리 됐을 일에 갑자기 끼어드시니 일이 더 소란스러워지는 것”이라며 “갈 길이 머니 정리하자”고 질서정리를 유도했으나 말싸움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조 의원은 박 의원의 질타에 재차 조목조목 맞받아쳤고, 끝내 김남국 민주당 의원까지 가세했다.
김남국 의원은 “(박 의원이) 신상발언을 하겠다는데”라며 거들었다. 장내는 아수라장의 설전이 오고 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밖에 가서 기자회견 하세요”라고 말했다. 김도읍 법사위원장도 “박범계 의원님은 밖에 나가서 성명으로 하시라”라며 박 의원의 신상발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기 의원은 “그런 쓰레기같은 얘기를 들으려고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며 “기동민을 김정은의 꼬붕으로 만들어놓은 것과 뭐가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조 의원은 “제 신상발언에 이렇게 끼어드는 것이 민주당 간사님 다운 발언이냐”며“"NL(민족해방파) 아니냐”고 다시금 맞받았다.
이에 다른 민주당 의원까지 가세하여 공방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김 위원장은 “도저히 지금 가사를 계속 할 상황은 아니다”며 개의 43분 만인 오전 11시2분쯤 감사 중지를 선포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