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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국가별 굴 생산량 상위 5개국은 중국, 한국, 미국, 일본, 프랑스다. 인구 대비로 하면 우리나라가 1인 당 6.1kg으로 1위다. 2위 중국은 3.7kg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굴을 흔하게 먹지만 프랑스가 있는 유럽에서는 가격이 엄청나게 비싼 최고급 식재료다. 석화 기준 개당 1~2 유로(약 1400~2800 원), 비싼 건 4~5 유로(약 5600~7000 원)까지 한다. 이유는 생산량에 비해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굴과 석화의 차이는 양식과 자연산의 의미다. 석화(石花)는 갯바위에 붙어사는 자연산 굴을 의미한다. 양식업 발달 이후로는 수하식으로 기른 것을 굴, 투석식은 석화라고 부른다. 1960~80년대 프랑스 굴 양식업은 질병으로 인해 거의 붕괴된 적이 있다. 이때 세계 각지 굴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일본 미야기현 굴이 서식에 가장 적합했다.
프랑스는 일본에 지원을 요청했고 미야기현은 흔쾌히 굴 종패를 지원해 세계 5위 생산 대국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반대로 동일본 대지진 때 미야기현을 중심으로 일대 굴 양식업이 고사 직전에 몰렸을 때 이번에는 프랑스가 도왔다. 양국에 있어서 굴은 선린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프랑스에서는 굴을 ‘마신다’라고 표현한다. 레몬즙을 살짝 뿌리고 ‘호로록’하고 빨아 마시면 굴 특유의 고소함과 레몬의 새콤한 맛이 어우러져 입안이 즐거워진다. 레몬은 맛을 상승시키는 작용 외에 식중독 균 번식을 억제하고 영양분 흡수를 돕는다. 떫은 타닌 맛의 포도주, 홍차와는 같이 먹지 않도록 한다. 체내 철분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굴+초장’ 조합도 나름 현명한 방법이다. 레몬보다 초장이 보편화된 상황이고 초장에 포함된 식초가 어느 정도 레몬 몫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초장의 강한 맛이 굴 본연의 맛을 가리는 단점이 있다.
본격적인 생굴 시즌…전문점 많아
우리나라 식당가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이나 횟집의 경우 석화를 제공하고 굴 요리 전문점에서는 주로 국밥, 전, 찜, 무침, 전 등으로 조리돼 나온다. 가을 단풍이 좋은 창경궁 인근에는 ‘천하보쌈’이 생굴과 굴보쌈을 계절 메뉴로 내놓고 있다. 생굴 취급 기간은 기후에 따라 매년 유동적이다. 이곳은 굴을 따로 조리하지 않고 생굴로만 제공한다. 레몬은 따로 주지 않는다.
찬바람을 이기는 따뜻한 굴국밥이 생각나면 조계사 뒤편 수송공원을 찾아가 보자. 고려 말 문신 목은 이색의 영정(초상화)을 모신 ‘이색선생영당’ 앞 목은관빌딩 지하에 ‘김명자굴국밥’ 청진점이 있다. 프랜차이즈치고는 전국구로 규모가 있는 브랜드다. 이곳에서는 굴국밥을 비롯해 굴떡국, 굴매생이국, 굴매생이떡국 등 식사류를 비롯해 굴전, 굴파전, 굴매생이전, 생굴, 굴회무침, 굴보쌈, 굴돼지보쌈 등 다양한 굴 요리도 제공한다.
프랜차이즈 음식이 미덥지 않다면 광화문 광장을 가로질러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있는 ‘굴뚝배기전문점모려’와 ‘굴밭’이란 굴 전문점을 추천한다. 모려(牡蠣)는 굴을 뜻한다. 이들 식당 특징은 통영 굴수협에서 직송하는 굴을 사용하되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려에서는 정식 메뉴를 권하고 싶다. 굴뚝배기 식사에 생굴, 굴전, 굴젓을 모두 맛볼 수 있다. 모려 건너편에 있는 ‘굴밭’은 대표메뉴 굴국밥을 위시해서 굴알밥, 콩나물굴알밥, 전복굴알밥, 해물굴순두부, 굴해장라면, 굴떡국, 전복굴알밥 등 날치알을 이용해 다양한 굴 요리를 선보인다.
굴보다 고급 식재료 참꼬막
꼬막은 여러 종류가 있다. 나누는 기준은 껍데기 주름 갯수다. 방사륵이라고 하는데 참꼬막 17~18개, 새꼬막 32개, 피꼬막은 40여 개다. 주름이 굵고 수가 적은 것이 참꼬막으로 가장 맛있는 종이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부터 이듬해 봄 알을 품기 전까지가 맛의 절정기다. 벌교지역서 나는 꼬막을 제일로 친다. 정부서 인증한 수산물지리적표시 제1호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전남 보성군은 벌교 꼬막을 ‘바다향 가득한 별미 중의 별미, 탱글탱글 쫄깃쫄깃한 식감과 맛이 일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벌교에서도 여자만 일대에서 생산되는 꼬막이 으뜸이다. 양념을 하지 않아도 간간하고 쫄깃해서 그대로도 훌륭한 반찬이다. 참꼬막 삶은 물은 다른 조개류들처럼 맑지 않고 고동색을 띠는 게 특징이다.
인사동을 대표하는 식당 중 하나인 ‘여자만’은 전라남도 고흥과 여수 사이에 있는 만 형태의 지명에서 따온 남도음식 전문주점이다. 여류 영화감독 이미례 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꼬막 철이 시작되면 꼬막정식이 인기가 있다.
이곳에서는 찬바람이 쌩하고 불면 벌교 참꼬막을 계절 메뉴로 내놓는다. 양념참꼬막, 양념새꼬막, 꼬막무침 등 양념을 올리거나 무치는 꼬막 요리도 주력메뉴로 선보인다. 꼬막전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메뉴다. 가격대가 비교적 무겁다는 평을 받는다.
광화문역 근처에는 ‘현대주물럭’이란 고기집이 있다. 특이하게도 꼬막철이 오면 벌교 참꼬막을 이용한 정식을 판다. 3인 이상 1시간 전에 주문하면 맛있는 밑반찬과 함께 여자만에서 잡은 참꼬막으로 남도의 맛을 보여준다고 한다. 과거 토담이란 상호로 한식을 했던 경력이 있어서 업종을 바꿔 고깃집을 하지만 꼬막 요리가 맛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기름진 생선구이 고소한 맛 일품
지금부터 고등어, 꽁치, 삼치가 가장 맛있을 계절이다. 여름에 산란하고 겨울을 나기 위해 영양분을 잔뜩 섭취해서 지방이 한껏 쌓이기 때문이다. 지방은 곧 기름과도 같은 데 등 푸른 생선의 기름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건강에 좋다. 요즘은 고등어 하면 연근해서 잡힌 국산보다 노르웨이산이 먼저 떠오른다. 국산이나 노르웨이산 모두 지금이 제철이다.
꽁치는 어획량이 많아 값이 싸다. 그래서 쉽게 접할 수 있고 인기가 좋은 생선이다. 삼치는 세종실록지리지에 망어(亡魚)로 표기돼 있어 조선시대 사대부가에서는 이름 때문에 먹지 않았다고 한다. 삼치는 조림으로도 먹지만 고등어, 꽁치, 조기 등과 함께 구이로 먹는 대표 생선이다.
인사동의 랜드마크인 ‘안녕인사동’에는 ‘만석장가마구이안녕인사동점’이 있다. 이곳에서는 고등어, 삼치구이 정식을 주요 메뉴로 팔고 있다. 임연수어도 팔았지만 수요가 적어 메뉴에서 뺐다. 식당 내부가 넓고 깨끗하고 쾌적하다. 매장 한쪽에 쌈 채소 셀프 쇼케이스가 있어서 채소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지다. 솥밥에 다양하고 정갈한 밑반찬은 한 끼 생선구이 식사를 만족하게 이끈다.
식사 전후 걷기를 좋아한다면 종로 쪽 인사동 초입에 있는 ‘어머니가구워주신생선구이’ 식당을 추천한다. 상호가 매우 직관적이다. 재판소에서 도보로 10분 거리다. 산울림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가 오버랩된다. 물론 이 식당 주력 역시 고등어구이와 삼치구이다. 가격이 8000 원대로 합리적이다.
가을은 식재료가 육해공에서 풍성하게 나오는 계절이다. 가을을 만끽하고 제철 요리를 즐긴다면 이보다 풍요로운 삶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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