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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잇따라 금품·향응 등을 포함한 비리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현 정부의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의 걸림돌이 될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범죄와의 전쟁’ 수준으로 엄단하겠다며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주택 270만호 공급계획의 열쇠로 여겨지는 정비사업이 향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현 시점에서 단속을 더욱 강화해 금품·향응 제공 및 조합 운영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공사→조합 금품·향응 제공 여전… 조합 운영 구멍도 커
롯데건설은 2017년 10월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올해 8월 말, 벌금 7000만 원을 선고 받고 항소 없이 그대로 형이 확정됐다.
해당 사업지는 신천동 17-67일대에 1888세대를 재건축해 짓는 프로젝트다. 공사비 5100억 원 규모의 대형 사업지로, 2019년 이주를 마쳤지만 설계안이 확정되지 않아 3년가량 착공이 미뤄진 끝에 올 6월부터 실제 착공에 돌입했다.
장기간 사업이 지연된 데다 공사비 상승으로 조합원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금품·향응으로 벌금형까지 받게 되면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등 일부 조합원들은 시공사 등을 상대로 시공계약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 취소소송은 최근 기각됐다. 하지만 비대위 측이 다시 항소를 검토하고 있어 다소 불안한 상황에서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
롯데건설은 9월 초에도 서울 서초구 ‘신반포 한신4지구’ 재건축 사업 수주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5000만 원의 벌금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재판부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2017년 한신4지구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타 건설사 입찰을 방해한 혐의와 더불어 총 10회에 걸쳐 부동산대책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조합원 및 가족 4900여ㅜ명을 초대해 7억2000만 원 상당의 식사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은 2017년 이후 내부 반부패교육 강화 및 클린 수주 센터 오픈 등 강력 조치로 불법 수주 근절에 나섰다고 밝혔지만, 연이은 사건에 따른 대내외적 이미지 손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국 국정감사에선 부산 사하구 괴정5구역 재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시공사 포스코건설과 건축설계업체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지난달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리처분인가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전이주비 57억 원이 집행됐는데, 도시정비법 45조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총회 의결이 필요했지만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최 의원은 조합에 기지급한 대여금이 건설사업관리(PM), 시공관리(CM), 정비업체 세 군데와 불필요하게 중복 계약됐고, 총회에 올라온 올해 예산안에 조합장 특별상여금, 조경특화 컨설팅 등 불필요한 예산이 800억 원이나 집행됐다고도 비판했다.
이어 최 의원은 2018년 시공사 선정 총회 당시 계약금 10%, 잔금 90% 지급 조건에서 2019년 초 중도금 60%가 생긴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최 의원은 “새로 생긴 중도금이 3000억 원 규모이고, 이자부담 예상액만 420억 원이기에 조합원 피해와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처음 시공사 입찰 제안대로 협상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희민 포스코건설 건축사업본부장은 “새로운 조합장 선출 이후 본계약에 앞서 관련 내용을 협상하겠다”고 답변했다.
건축 설계 업체의 설계비 과다 책정도 문제점으로 불거졌다.
최 의원은 “괴정5구역 설계비는 117억 원·제곱미터당 1만9264원에 계약됐는데, 인근 장림1구역은 29억7000만 원·제곱미터당 1만2400원에 계약됐고 같은 해 입찰한 우동3구역과 비교해도 2배나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해당 건축설계업체는 새 조합과 다시 계약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 같은 조합 운영 과정에서 제기된 비리 의혹은 타 대형사업장에서도 불거졌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5월 23일부터 6월 3일까지 둔촌주공, 보문5구역, 대조1구역 재건축·재개발 조합 3곳에 대한 합동점검을 진행한 결과, 총 65건의 부적격 사례가 적발됐다.
이들 조합에선 대규모 용역계약을 총회 의결 없이 수의계약으로 체결하거나, 예산에서 정한 임원 정원 외 상근임원을 추가로 임용해 급여를 지급하고, 조합원에게 중요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행위 등이 적발됐다. 국토부는 관련 조사를 토대로 검찰에 수사 의뢰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관련 처벌은 요원, 정비사업 증가 속 관련 비리 뿌리 뽑아야
이와 같은 정비사업 조합 관련 비리 의혹은 이미 십수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고, 현재 주요 건설사 대부분이 클린 수주 전략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유사한 문제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불법 행위에 따른 처벌이 강화되어야 하지만,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이 국토부와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 이후 재개발·재건축 합동 실태점검’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서울 내 30개 사업장에서 603건의 위반행위가 적발됐다.
603건 가운데 369건(61%)은 재건축 사업장에서, 234건(39%)은 재개발 사업장에서 적발됐다. 이 중에서 수사 의뢰까지 간 사례는 76건(재개발 42건, 재건축 34건)에 그친다.
수사 의뢰된 76건 가운데 수사가 완료된 건은 54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54건 중 혐의가 인정돼 기소된 건은 12건으로 22%에 불과했고, 나머지 42건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됐다.
최 의원은 “최근 둔촌주공 사태에서 보듯이 정비사업 비리가 심각한 상황인데, 실태점검 결과 위반행위를 적발하고 수사를 의뢰해도 기소돼 처벌받는 경우는 5건 중 1건에 불과하다”며 “도시정비법을 개정해 인허가권자의 관리감독과 처벌을 강화하고, 정비사업 비리를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국감에서 “민생현장의 거대한 부패, 서민들의 등골을 빼서 범죄 수익으로 가져가는 온상인 조합 비리를 뿌리 뽑아야 주택공급 시장에서 국민들이 신뢰하고 적정한 가격으로 품질 좋은 주거를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저희가 ‘범죄와 전쟁’ 수준에서 철저히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등 내년에도 굵직한 정비사업이 예정돼 있다”며 “금품·향응, 조합 운영 관련 비리 문제들을 잡고 가지 못한다면 소송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곳이 많아질 우려가 있고 서민 금전 피해도 가중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단속을 강화해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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