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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따른 주택시장 불황에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청년 1인 가구 역시 늘어나면서 청년층 지원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수요증가에 발맞춰 연일 청년 주거정책 및 지원방안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책과 현실에 거리가 있어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는 등 지원 방안이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월세 비중 40% 돌파… 가파른 청년 1인 가구 증가세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2월 중순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8만6889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량 20만8315건의 41.7%를 차지했다. 2010년 관련 통계 공개 이래 가장 높은 월세 비중이다.
서울 연립·다세대 월세 거래량 역시 총 4만3129건으로 전체 거래량 11만4866건의 37.5%를 차지하면서 작년 월세 비중(32.8%) 대비 상승했다.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과거 연 2~3%대에서 올해 연 7%까지 치솟으면서, 높은 이자 대신 오히려 월세를 내는 것이 유리하다는 수요자들 판단이 수치로 반영된 것이다.
업계에선 최소 금리 인상이 멈추기 전까진 이러한 역전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동시에 청년 등 1인 가구 비중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달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22 통계로 보는 1인 가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716만6000가구로 전년 대비 52만2000가구(7.9%p) 증가해 전체 2144만8000가구 중 가장 많은 33.4%를 차지했다. 전체 가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1인 가구의 연령대로는 ‘MZ세대’로 불리는 29세 이하가 19.8%(141만8000가구)로 가장 많았으며, 70세 이상(18.1%), 30대(17.1%) 등이 뒤를 이었다.
1인 가구의 주거 형태는 월세가 42.3%로 가장 높았고, 전세 가구(23.4%)보다 18.9%p 높았다. 목돈 마련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29세 이하 1인 가구의 64.1%는 월세로 거주하고 있었고, 1인 가구의 20% 수준을 차지하는 20대 이하 역시 65% 이상이 월세에 거주하고 있었다.
이들은 전체 소득의 상당 부분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었다. 1인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2691만 원으로 취업자가 늘면서 전년 대비 11.7% 증가했지만, 전체 가구 연평균 소득 6414만 원과 비교하면 42%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지출 품목 중 주거·수도·광열 등 주거비 비중이 18.4%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이 지원받기 어려운 ‘청년 주거지원’ 제도… 실효성 높여야
이처럼 경제적·사회적 현상이 맞물려 청년들이 주거 부담이 높은 월세로 내몰리는 상황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 역시 ‘역세권 청년주택’ ‘청년 월세지원’ 등 청년을 위한 주거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여전한 실효성 논란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앞서 4월부터 정부는 무주택 청년을 대상으로 한 달에 최대 20만 원의 월세를 12개월간 지원하는 ‘청년 월세지원’ 사업에 국비와 지방비 총 3000억여 원을 예산으로 산정하고 제도를 시행했다.
이 제도는 전국 만 19~34세 무주택 청년을 대상으로, 보증금 5000만 원 이하 및 월세 60만 원 이하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 지원대상이 될 수 있다. 국토부는 지원대상 청년을 전국 약 15만 명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본인 소득이 중위소득의 60% 이하, 가구 소득(부모 소득)이 중위소득 100% 이하야만 하는 조건이 대다수 청년의 발목을 잡는다. 중위소득 60% 이하를 단순계산해보면 올해 기준 월 소득이 117만 원 이하여야 하는데, 최저임금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기준 9160원을 적용해 월급으로 계산하면 191만4440원이다.
서울 성북구에서 월세방에 거주하며 한 달 월세로 50만 원을 지출하고 있는 사회초년생 A씨(27)는 “중위소득 기준의 현실성이 너무 떨어져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제도라 생각한다”며 “수도권 월세방이 대부분 50만 원 이상부터 시작하는데 최근 월세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 느낌이 들고, 분명 무주택 청년 자격으로 지원한 것인데 부모 소득 구간에서 임차보증금, 대출금을 비롯한 각종 부채사항을 모두 기재하라고 해 확인하는 시간이 많이 소요돼 불편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청년들이 거주하는 월세방은 어느 정도 일시적인 주거 형태라고 생각하는데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아닌가 싶었다”면서 “주민센터에 이밖에 다른 청년 지원 제도가 있는지 문의했지만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와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성에 대한 지적은 시행 전부터 제기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지역별 임대료 수준에 큰 차이가 있는데 소득 기준을 낮게,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선 논의가 더 필요해보인다”며 “실효성 있는 정책을 위해서는 지원자 수혜자격 기준을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청년 및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역세권 입지에 공급하는 청년주택 역시 주거안정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돼 왔다.
앞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8개 역세권 청년주택의 전용면적은 평균 26m²(7.9평), 보증금과 월세는 각각 평균 5420만 원, 55만 원으로 조사됐다. 관리비는 평균 10만4000원이었다.
중장년층 대비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어 제도의 문을 두드리는 1~2인 가구에 제공되는 원룸형 주택이 비좁은 데다, 한 달 주거비용이 월세와 관리비를 합해 65만 원이 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허 의원은 “역세권 청년주택이 청년층 주거안정 기여는 인정하나,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면적이 작고 높은 임대료로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2022년 현재까지 준공된 역세권 청년주택 30개 단지 9939가구 중 공공임대는 2111가구다. 나머지 7828가구(78.8%)는 민간임대다.
이 같은 지적에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적극 공감하고 있고, 가격을 낮추고 면적을 넓히는 등 주거난에 처한 청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적된 시행 착오들은 최근 정부 차원에서 발표한 청년 등 서민 주거안정 목적의 ‘공공분양주택 50만호 공급계획’ 즉, 청년원가주택 제도가 필히 성공해야 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정부는 내년부터 5년간 역세권 우수 입지를 중심으로 공공분양주택을 50만호 설립, 이 중 약 34만호를 청년·신혼부부·무주택자에 배정할 계획이다.
크게 △나눔형(25만호·시세 70% 이하 분양, 의무 거주기간 5년 후 공공에 팔 때 시세차익 70% 보장) △선택형(10만호·6년간 살아보고 분양 여부 선택) △일반형(15만호·시세 80% 수준 분양) 등으로 나뉜다. 자금 조달을 위한 초저리·장기 전용 모기지도 제공된다.
다만 금리 인상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에 따른 건설업계 자금 조달난과 원가 상승 등 시장 불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세’에 대한 현실성 보완·해당 사업을 수행할 건설업계에 대한 지원·그리고 ‘로또 분양’ 악용을 막는 장치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시장 상황 특성상 금리 인상 종료·경기 위축 우려 등이 해결되지 않고선 민간부문 공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주거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청년층이 선호할 도심 내 공급 입지의 구체화, 대기수요가 풍부한 선호지역의 택지발굴로 꾸준히 수요를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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