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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동물의 권리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2-21 09:58:30

▲ 이달 초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한 사육 농가에서 곰 3마리가 탈출했다가 금세 사살됐다. [뉴시스]

황선미 작가의 출세작 ‘마당을 나온 암탉’은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동화다. 갇힌 양계장에서 많은 것을 잃었지만 자신의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주인공 잎싹이 불임이 되어 폐계(廢鷄)로 낙인찍혀 양계장(마당)에서 쫓겨난 후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잎싹은 덤불 속에 버려진 남의 알을 품어 부화시켰으나 병아리가 아닌 오리였다. 가슴으로 낳은 오리를 차마 버리지 못하고 기르며 탈출을 시도하는 닭들의 생기·재기발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닭을 의인화한 장편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은 모성애와 정체성, 생명 존중과 먹이사슬 등 지구촌 생계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가치를 담고 있다. 잎싹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 의미 없는 양계장에 갇힌 닭의 삶을 청산하고 진취적이고 개성적인 삶을 살아가려는 신나는 모험도 담겨 있고, 결국엔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죽어가는 유한한 생명의 한계도 드러낸 수작이다.

어쩌면 인간도 시간과 공간이라는 사방이 막힌 벽 속에서 아등바등 살다가 ‘죽음’이라는 새로운 벽으로 이동하는 존재가 아닐까. 빈부도 국적도 민족도 이데올로기도 결국엔 다 부질없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즉 철이 들면 ‘죽음’의 세계로 떠나는 우주의 나그네가 아닐까. 1년 내내 척을 진 이웃이 있다면 연말이 다 가기 전에 풀면 어떨까.

이달 초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한 사육 농가에서 곰 3마리가 탈출했다가 금세 사살됐다. 사육 농가에선 곰한테 습격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60대 부부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해당 농가는 지난해 5월에도 곰 1마리가 탈출해 소동을 빚어 멸종위기종 사육시설 미등록으로 고발돼 벌금 300만 원 처분을 받았으나 아직도 무허가로 운영하다 이번 사고를 당했다.

환경부는 2025년까지 보호시설을 마련하고 2026년부터 곰 사육을 금지하겠다는 이행 계획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월요일인 19일 충남 공주시의 한 도로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갑자기 나타난 말과 부딪쳐 운전자와 동승자 등 3명이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말은 현장에서 즉사했다. 사고 25분 전 인근 승마장에서 “말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전해졌다고. 곰과 말도 닭들처럼 집단 탈출을 시도한 건 아닐까. 곰과 말도 개나 고양이처럼 산책 좀 시켜줘라. 조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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