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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우크라 전쟁 발발 1년
러시아가 촉발한 세계 경제 위기
김학형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2-17 00:02:40
▲ 김학형 경제산업부 부장대우
21세기 들어 유럽에서 첫 전쟁이 발발한 지 벌써 1년이 흘렀다. 지난해 2월24일 새벽 러시아 정부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돈바스 지역 내 러시아인의 보호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유럽연합(EU) 가입 저지 및 중립 유지”를 위한 ‘특별 군사작전’이라며 우크라이나를 전격적으로 침공했다. 전쟁이 아닌 작전이라니, 인류 역사에 궤변이자 억설(臆說)로 기록될 감이다.
 
유럽 국가 대부분은 제1·2차 세계대전을 반성하고 그 교훈을 후세에게 전한다. 주지하다시피 독일은 유대인을 조직적으로 학살한 홀로코스트(1933~1945년)를 전쟁범죄(War Crime)로 인정하고 가르친다. 러시아가 전쟁을 어찌 교육하는지에 대해서는 견문이 부족하지만, 어쨌든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인식은 크게 다르다. 특히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1812년)을 ‘조국전쟁’, 2차 대전 중 대(對)독전을 ‘대(大)조국전쟁’이라고 부르며 두 전쟁의 승리를 자긍·자랑으로 여긴다.
 
승전 기념일도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1945년 5월8일(Victory in Europe Day)이고, 러시아는 그다음 날인 5월9일이다. 스탈린이 연합국에서 받은 독일의 항복문서(8일)를 인정하지 않고, 당시 소련이 주목받을 수 있는 항복 조인식(9일)을 요구해서다. 실제로 2차대전 종전 뒤 소련은 동유럽에서 영토와 영향력을 넓혔고 미국에 비견하는 세계 강국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와중에도 러시아는 2020년과 2021년 대독전 승전 기념행사(열병식)를 성대하게 치렀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러모로 세계에 깊은 인상을 줬다. 군사력 2위(글로벌파이어파워 자료) 국가가 22위 국가를 상대로 얼마나 고전하는지 똑똑히 보여 줬다. 약소국이 불신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유를 향해 강대국에 저항하는 모습은 전 세계인에게 감동과 미안함을 동시에 안겼다. 무엇보다 세계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2년간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돈)과 함께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서서히 벗어나려던 세계 경제를 인플레이션으로 이끌었다.
 
시작은 에너지 대란이었다. EU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등의 제재를 가했고, 러시아는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응수했다. 러시아 의존도(원유 27%·천연가스 40%가량)가 높던 유럽이 중동 같은 다른 에너지 생산국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곧바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공급망이 마비됐다.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는 전쟁 전인 2020년 4월 배럴당 16달러에서 2022년 6월 120달러로 7배 넘게 상승했다.
 
곡물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조했다. 세계적인 곡물 생산국인 우크라이나가 농삿일을 멈추자 곡물 가격이 들썩였다. 밀과 대두의 가격은 지난해 3월과 6월에 각각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식량가격지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인 지난해 3월 159.7p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 공급망 불안으로 2020년 하반기부터 오르던 식량 가격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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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중 다행으로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방위산업 수출이 크게 늘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국내 방산 수출은 연간 20억~30억 달러 수준에 머물렀으나, 코로나19로 연기된 주요 수출이 재개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2021년 72억5000만 달러의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세계 방산 수출 4대 강국 대열에 오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경제 성장과 안보 강화를 동시에 꾀할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당장 종전돼도 예전으로 돌아가긴 어렵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시작된 탈세계화 움직임은 이 전쟁을 계기로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공급망은 미·중 또는 미·중·러 세 축으로 갈라졌다. 특히 미·중은 생산력·공급망 등을 무기로 각국에 자기편에 서라는 엄포를 놓기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이 전쟁이 끝나야만 에너지·식량 공급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이 세계 경제 위기로 기록된다면 가장 큰 원인으로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야욕이 꼽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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