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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형 인공지능(AI)으로 주목 받고 있는 ‘챗gpt’의 신종 피싱앱 피해자가 구글 플레이스토어(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구글이 판매하는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앱)를 중심으로 속출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21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A씨는 19일 오후 스마트폰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접속해 ‘챗gpt’를 검색했다. 검색 결과 최상위에 뜬 아이콘은 ‘오픈채팅 AI 챗봇’ 당시 기준으로 100만 회 이상의 누적 다운로드 수가 확인됐다.
A씨는 아무 의심 없이 언론에 소개 된 ‘챗gpt’ 아이콘과 유사하게 생긴 모습에 다운로드를 한 후 가입했다. 영문으로 된 앱에 접속하자, 서비스 이용을 위해서는 회원 가입이 필요하다며 해외결제가 가능한 카들 정보를 써넣으라는 창과 함께 구글 계정이 아닌 다른 이메일 계정을 넣으라는 페이지가 떴다.
그는 “구글에서 최상단에 띄어준 앱이라 챗gpt인줄 알았다”며 “앱 소개에도 AI오픈챗이라고 적혀있어서 아무 의심이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A씨에 따르면 카드 정보와 이메일 주소를 넣자마자, 순식간에 해외 결제로 39.99달러(한화 약 5만3000원)가 결제됐다. 유료 결제라는 고지 없이 회원 가입 페이지를 이용했을 뿐인데, 동의 없이 돈이 빠져나가 결제된 것. 본인 확인이나 결제 확인 등에 대한 보안 절차도 없었다. 그렇게 설치된 앱은 정상 작동을 하지 않았다. 무료 질문은 3개까지만 가능했으며, 질문할 때마다 연이어 광고가 나왔다.
A씨는 당황한 마음에 리뷰를 낱낱이 살펴봤다고 한다. 리뷰에는 피싱(사기)앱임을 고발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가짜앱이다. 말 귀를 하나도 못 알아듣는다” “챗gpt가 아니다. 유의하라” “다운 받아 진행하자마자 7만 원이 결제 됐다” “본인 확인절차인지 알고 카드 번호를 입력하자 39.99달러가 결제됐다. 이런 무책임한 경우가 어디에 있나?” 등 A씨와 같은 피해 사실을 복수의 사용자가 경험하고 있었다.
리뷰가 쓰여진 시기는 이달 초부터로, 챗gpt가 언론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과 같았다. A씨는 “피해 사실이 수주 전부터 공유 됐음에도 플레이스토어 측에서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아 동일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생각을 하니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밝혔다.
A씨는 환불을 시도했다. 그는 플레이스토어의 안내에 따라 환불 요청 이메일을 개발자에게 보냈다. 개발자 측은 답장으로 플레이스토어에 문의하라며 URL을 제공했다. A씨는 해당 URL로 구글 측과 연락을 시도했다. 관계자는 A씨에게 가입 당시 결제 내역과 이메일 주소를 보냈다. 답장이 왔다. 여러 차례의 이메일이 오고갔고, 플레이스토어 측은 자체 환불이 불가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관계자는 A씨에게 “먼저 문의한 계정에는 해당 앱의 정기 결제 가입 내역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구글 고객센터는 계정을 기반으로 상담을 지원하기에 인증되지 않은 다른 계정에 관한 확인 및 상담을 진행해 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관계자는 “고객님께서 회신해주셨던 카드 내역서를 확인했을 때도 거래 내역에 Google*판매자 혹은 Google Payments Korea(구글페이먼트코리아유한회사)로 확인되지 않았기에 Google 결제 시스템을 통한 결제가 아닌 앱 자체 결제가 이용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환불 요청은 개발자 측으로 문의가 필요한 점을 다시 한번 전달해 드린다”고 밝혔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내에서 결제 된 게 아니며, 가입계정 또한 구글 계정이 아닌 앱 내에서 자체 결제된 것으로 개발자에게 문의하라는 것이었다. 개발자에 A씨는 문의 메일을 보냈으나 재차 구글플레이스토어에 문의하라는 기계적인 답장이 여러차례에 걸쳐 왔을 뿐 환불을 책임지겠다는 메시지를 받을 수 없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이와 같은 앱 스토어 관련 사기피해는 수년 전부터 발생해왔다. 구체적으로 ‘무료 체험이라 클릭했는데, 1년치 자동 결제’ ‘유행하는 앱이라 설치했는데, 달마다 동의없이 수만 원이 빠져나갔다’ 등의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때마다 구글 측은 “개발자 쪽으로 문의를 해야 한다” “앱 내 결제에 대한 환불 권한은 앱을 만든 개발자에게 있다”는 식의 책임회피 답변만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 앱을 막지 못한 구글은 사기 앱을 판매한 측에 책임을 묻고, 사기 앱을 판매한 측은 구글에 환불을 받으라니 사기를 당한 피해자만 속출하는 구조인 것이다.
통상 플레이스토어의 결제 시스템은 사용자가 신용카드 번호를 한 번만 등록하면 이후 구글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 자동 결제를 할 수 있게끔 돼 있다. 구글 환불 원칙은 48시간이 지나기 전에 플레이스토어에서 직접 주문을 취소하거나 관계자를 통해 취소하는 것이다.
48시간 이전까지는 구글이 주문을 취소할 수 있고, 개발사 고객센터에 환불을 요청해야한다. 인앱결제(앱 내에서 콘텐츠 구매)를 하더라도 앱 내에서 ‘별도 결제’를 할 경우에는 개발사를 통해서만 환불을 받을 수 있고, 개발사에서 환불을 거부할 경우에는 받을 수 있는 방식이 사실상 없다.
구글 측은 사기 앱 같다는 A씨의 질의에 ‘콘텐츠 문제 및 위반 신고’를 하라고 했다. 문제가 발생한 시점 해당 앱을 신고했으나, 앱은 21일 현재까지도 플레이스토어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관련 민원들은 어떤 식으로 대처했는가’ ‘이 같은 앱에 대해 안전성과 보안성 검증 없이 올린 이유는 무엇인가?’ ‘다수 피해자가 리뷰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째서 대처하지 않고 있는가?’ 등에 관해 해당 메일 계정을 통해 문의했으나 답장을 받을 수가 없었다.
구글, 모니터링 없는 앱 등록에도 수수료 수익은 막대
이 같은 구글의 ‘사기앱 논란’의 본질은 ‘앱 마켓의 앱 등록 절차의 허술함’에 있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플레이스토어는 앱을 검수하면서 원칙적으로는 피해 가능성이 있는 앱을 노출하지 않도록 검수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사전 검수에 대한 법률상 의무가 없다.
이에 반해 앱 등록 절차는 매우 간편한데, 구글 플레이 스토어 안내에 따라 관련 페이지에서 개발자가 직접 앱 이름과 관련 설명을 입력하고 아이콘 그래픽 이미지, 콘텐츠 등급, 출시 국가 등을 선택하면 앱을 올릴 수 있다.
구글 측은 “서비스 제공업체에 잠재적 법적 책임 야기, 재정 평판 보안과 관련 악영향을 주는 경우 앱을 삭제하거나 중지할 수 있다”면서도 “모니터링할 의무를 지니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구글은 앱을 중계하고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발표한 바로는 지난해 말 기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 플레이스토어 시장점유율이 75%로 압도적이다. 국내 앱 마켓에서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점 때문에 소비자들은 플레이스토어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앱 등록으로 구글 측은 자사 결제시스템을 통해 유료 콘텐츠를 결제할 경우 업종별로 10~30%의 수수료를, 결제 외에 앱 안에서 가능한 다른 결제방식을 택할 경우 소비자가 결제하는 금액의 6~26%를 수수료로 받아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구글은 2021년까지 직전 10년 동안 약 8조53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인앱결제’ 수수료 수익으로만 올렸다. 연간 85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럼에도, 모니터링의 부제와 구제방식이 없는 맹점으로 ‘챗gpt’와 같이 출처불명의 ‘피싱 사기 앱’들이 대량으로 유포되고 관련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결제의 경우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식이 사실상 없다는 게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자구책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른바 ‘인앱결제 방지법’을 구글, 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가 거래 안전 등 불가피한 사유 외에는 앱마켓 운영사에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할 수 없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2021년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다만 해당 법안은 ‘인앱결제를 강제’ 등에 대한 보완책을 담았을 뿐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자에 대한 보호방안은 포함돼 있지 않아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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