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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전당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대 쟁점으로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의 ‘KTX울산 역세권 시세차익 의혹’이 급부상했다. 김기현·안철수 후보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당권 구도가 뒤틀리고 있는 것이다. 김 후보는 선두로 치고 나가고 안 후보가 주춤하는 사이에 천하람 후보와 황교안 후보가 약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는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후보별 정치비전과 차기 총선 전략을 살펴봤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후보 관련 논란은 울산 KTX역 연계도로가 기존 계획과 달리 김 후보가 1998년 매입한 임야를 지나는 방향으로 2007년 설계가 변경되며 김 후보가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내용이다. 김 후보가 정계입문 전인 울산시 고문변호사 시절이던 1998년 울산시 울주군 임야 3만4920평(11만5438㎡)을 2억860만 원(평당 5700원)에 사들였는데, 임야가 KTX울산역이 생기고 땅의 연결도로 노선으로 변경되면서 땅값이 폭등한 것이 영향력 행사의 결과 아니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당대회 레이스가 후반전에 들어가면서 김 후보의 울산 땅 의혹을 둘러싸고 당권 주자들은 물론 민주당까지 공세에 가담하며 당원 표심 흔들기에 나섰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김기현 땅 투기 의혹’ 전대 새로운 국면으로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황 후보 측은 임야 매매가를 고려할 때 김 후보 땅 시세가 최소 155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황 후보는 페이스북에 “김 후보 땅 바로 옆 임야가 2016년에 평당 44만1000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김 후보 땅은 7년 전 땅값으로 쳐도 이미 155억 원이 넘는다”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인근 자연녹지의 실거래가가 김 후보 매입 당시 공시지가 대비 1800배 가까이 뛰었다고 주장했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의 아파트 인근 6차선 도로 옆 아파트 부지 매입가를 기준으로 이 같은 수치를 끌어냈다. 안 후보는 KTX 땅 말고도 다른 땅도 많이 갖고 있다며 의혹을 확대하여 제기했다.
이 같은 의혹을 모두 부정한 김 후보는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땅 매입 시기와 연결도로 신설 논의 시점 자체가 맞지 않고 △상수원 인근 구역으로 관계 법령상 개발이 엄격히 제한된 곳으로서 △물가상승률 수준 이상의 가격 상승이 있을 수 없다는 근거를 들어 반박했다. 민주당과 다른 당권 주자의 공격이 이어지자 김 후보는 지난달 26일 국가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하며 초강수를 뒀다.
이 같은 공방전에 대해 전문가들은 ‘컨벤션 효과’를 언급하며 전당대회 자체가 주목을 받아 당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일강구도로 굳혀질 것으로 예측됐던 전당대회에 반전포인트가 생기면서 각 후보 별 검증공방과 함께 대세 후보 검증이 이뤄지게 됐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전당대회는 원래 공방전 등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는 되레 압도적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 바람이 불어 흥행에 실패했고 컨벤션 효과를 못올렸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네거티브 공방전이 확산하면서 전당대회 자체에 대한 당원들의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고 각 후보 별 관심을 바탕으로 컨벤션 효과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출신 김연주 시사평론가 또한 통화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100% 당원 표심으로 결정되는데, 김 후보 관련 문제가 비록 네거티브 양상이 있더라도 당원들의 주목도를 높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컷오프 이후 4명의 당권 후보가 양강으로 압축되지 않을까 했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1강 3중의 구도로 가면서 흥행 몰이를 하는데 기여한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막판 전당대회에 더 관심이 몰리게 되면, 대표 문제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과의 차별성은 한층 더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총선승리·시스템 공천’으로 모이는 당권주자 ‘이력’ 보니
전당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각 후보 별 정책 비전 및 공약에도 시선이 모인다. 판사 출신인 김 의원은 3선을 지내며 대변인, 원내부대표, 정책위의장 등 당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권유로 광역단체장에 출마했으며 65.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후 21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으며, 2021년 4월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맡아 당을 이끌었다. 이듬해 4월 임기가 한 달 남은 시점에서 윤석열정부 출범에 맞춰 조기 사퇴했다. 그는 총선 공천과 관련해 ‘실력에 따른 책임 공천’을 자신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이든 누구든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추천하면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제일 중요한 기준은 당선 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로부터의 일방적 ‘내려 꽂기’가 아닌, 아래로부터 당원들이 인정하는 상향식 공천 방식을 구체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의사 출신 IT기업인으로 2009년 시사토크 프로그램에 출연을 계기로 팬덤이 생겼으며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하며 본격 정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당시 박원순 후보와 단일화, 이듬해 대선에선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서 사퇴했다.
안 후보는 2013년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당선됐고 20대 총선에서도 재선에 성공했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에 이어 2016년 2월에는 국민의당 초대 공동대표를 지냈다. 지난 대선에 출마해 윤석열 대통령과 단일화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6·1 지방선거에서 분당구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적을 여러 번 옮겨 ‘철새 정치’ 비판이 있는 만큼, 보수정치에서 마지막 정계 위치를 굳히겠다고 여러차례에 걸쳐 강조해왔다. 그는 전대 초반부부터 ‘수도권 필승론’을 내걸고 수도권과 2030청년 표심을 공략하는 ‘시스템 공천’을 할 것임을 자신했다.
이준석계로 이름을 알린 천 후보는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출신이다. 대구가 고향인 천 후보는 2020년 총선 때 전남 순천에서 출마해 4%대 득표를 해 화제가 됐다. 이후 순천에 변호사 사무실을 두고 서울과 순천을 오고가며 각종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입지를 넓혔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으로 활동한 천 위원장은 혁신위원회 1호 영입 인사로 주목을 받았다.
천 후보는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핵심 당직을 맡았던 의원들을 험지에 출마시키겠다는 내용의 공천 개혁안을 발표했다. 핵심 당직을 맡았던 인사들을 비수도권에, 비례 국회의원은 수도권과 호남권 지역구 중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당선되지 못한 지역구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득표율이 50% 미만이었던 수도권, 호남권 지역구에 출마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황 후보는 ‘정통 보수 정당으로 재건’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윤석열 정부 성공을 통한 차기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승리로 이끌 적임자임을 자신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좌파척결’을 내세운 그는 슬로건으로 ‘30년 집권론’을 출마 당시부터 주장했다.
황 후보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정통 보수 정당이 앞으로 30년은 집권해야 종북좌파로 나라가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총선 공천 전략’에 대해 그는 “정치 경연대회를 열 것”이라며 “경연대회를 통해 선발된 인물은 특별한 하자가 없다면 비례대표 후보로 세울 것이며, 6개월에 한 번씩 이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당대회 구도에 대해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전당대회는 새로운 당 대표를 뽑아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정이 함께하며 총선 승리라는 목적을 향해 가야 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윤심 논란이 벌어졌다”며 “같은 맥락에서 비윤계로 분류된 나경원, 유승민 그리고 안철수까지 찍어내기 공방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채 교수는 “윤심 논란이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집권당으로서 분열요소가 컸고, 계파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열린정당에 대한 의심이 커진 것이 천하람 반등 효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당원 100% 투표로 개정했지만, 친윤계에 대한 불신이 오히려 천하람과 안철수 후보에 동정여론을 조성해 결선투표까지 이어질 여지가 남았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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