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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가격의 오름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으면서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다. 외식 물가와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고 전기·가스료 등 공공요금까지 오늘 가격이 최저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치솟고 있다. 대학에서는 ‘천원의 아침밥’을 확산하면서 본격 학생들 달래기에 나섰으며 직장가에서는 ‘5000원 구내식당’이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이 배경에는 고물가에 허덕이는 자영업자와 청년들의 한숨과 고민이 있다.
29일 취재진이 찾은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의 성지 노량진 일대는 한가했다. 노량진에서 햇수로 23년째 덮밥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A씨는 “대통령이 4번 바뀌도록 이 자리에서 터줏대감처럼 버텼는데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격표를 보니 양념된 돼지고기를 수북히 올려주는 제육덮밥이 5500원. 각종 재료가 올라간 식사 메뉴는 4500~6500원 사이로 ‘냉면값 1만 원 시대’에 다른 곳의 절반 수준이었다.
A씨는 “요즘 이 동네에서 음식 가격을 500~1000원 정도 일제히 올렸는데, 우리만 손님이 떨어질까봐 한 푼도 못 올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채솟값부터 고깃값까지 안 오르는 게 없어서 이제는 가게문을 열기가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가마솥에 직접 튀기는 조리 방식으로 매일 손님 대기줄이 끊이지 않았다는 돈까스집 직원 B씨가 전하는 사정도 비슷했다. B씨는 “우리 돈까스집은 문 열고 닫을 때까지 자리가 나는 것을 보기 어려울 정도의 맛집이었다”며 “코로나19를 전후로 손님이 확연히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들어 음식값을 1000~2000원 정도 올렸는데, 이후 손님이 체감상 절반 정도 줄어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손님이 너무 줄어드니까, 지금 사실 적자 운영을 하는데도, 추가적으로 가격 인상을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일단 재료값에 나가는 고정비용이 너무 커서 정말 고민”이라고 밝혔다.
식재료 가격 상승에 자영업자들 부담↑
상인들이 입을 모아 토로하는 것은 ‘원자재값 상승’이다. 노량진 일대 식당의 평균 가격도 8000~9000원 선이었다. 가볍고 저렴하게 한끼를 해결할 수 있었던 김밥조차도 한 줄에 4000~5000원 사이로 사이드 메뉴를 하나라도 추가하면 2만 원대를 훌쩍 넘기 십상이다.
일대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20대 공시생 C씨는 “최근들어 노량진 물가가 많이 올랐다”며 “아무래도 학원비와 인강비에 자취비까지 부담해야 하는데, 아무리 저렴하더라도 조금만 올라도 식당 문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D씨도 “그래도 노량진 물가는 다른 지역의 반토막 수준이라 지금은 버틸만한데, 앞으로 더 오른다면 마음놓고 사먹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지수가 7% 이상 올랐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10.4%로 2009년 4월(11.1%)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4.8%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가격이다. 가격이 치솟는 중요한 이유는 식재료 원가 수준이 계속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다. 고물가로 외식비는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에서 8가지 대표 외식 품목의 평균 가격은 전년 같은 기간 보다 10% 올랐다. 냉면과 비빔밥은 각각 1만692원, 1만115원으로 1만 원선을 넘었다. 김밥 1줄도 3100원으로 올랐다. ‘서울 시내 냉면값 1만 원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고물가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역시 전 세대 중에 주머니가 가장 가벼운 대학생들이다. 최근 물가 인상 이후에 등록금과 생활비에 대해서 대학생들이 얼마나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 파악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전국 27개 대학 총학생회 연합 단체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23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 공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생활비 인상에 대한 전국 대학생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48개 대학의 학생 2076명을 대상으로 5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이 물가 상승 이후 가장 먼저 줄인 지출 항목 1위는 식비(77.2%)였다. 이어 가스·난방비(11.5%), 교통비(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김서원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의장은 인터뷰에서 “당장에 현금이 없어서 전기요금을 못 내고 단전 예고를 받은 학생도 있었다”며 “월세, 대출 이자, 공과금 등 나갈 것은 많은데 대학생들이다 보니까 수입이 많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것은 줄일 수 없는데 그나마 줄일 수 있는 게 식비니까 먹는 것을 제일 먼저 줄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알바는 씨 마르고 생활비 대부분이 식대” 대학생들 울상
인건비가 오르자 가게들이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고물가가 지속되니 사교육비부터 줄이고 있다. 과거에 흔했던 ‘과외’ ‘알바’ 자리는 하늘의 별따기가 된 지 오래다. 소득이 줄어 구매력이 감소하고 소비활동도 줄어들면서 경기수준은 더욱 위축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위치한 중앙대에서 만난 학생 E씨는 “코로나19가 끝나고 겨우 학교로 돌아왔는데 물가는 치솟았고 단기 알바 자리 구하는 것도 너무 어렵다”며 “자취를 하는데, 난방비 등 관리비도 너무 올라서 대체로 학교에서 학식을 먹고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를 하다가 잠만 집에서 자는 수준이 됐다”고 밝혔다.
학생 F씨도 “예전에는 배달음식을 먹기도 했는데, 이젠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요리를 직접하게 됐다”며 “그럼에도 가격이 더 오르면 먹는 횟수를 아예 줄여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먹거리 가격이 치솟으면서 대학생들은 대학 인근 번화가의 식당이 아닌 저렴한 학생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29일 취재진이 방문한 중앙대학교에서는 4000~5000원에 석식 쿠폰으로 ‘한 끼’를 제공하는 구내식당은 학생들이 붐볐으나 7000~8000원대 가격의 외부 입점업체는 대부분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6500원 정도에 세트 하나를 먹을 수 있는 햄버거 집에서 만난 학생 G씨는 “가끔 별식으로 먹는다”며 “6500원이지만, 사이드 메뉴 등을 추가하면 학교 식당임에도 1만 원이 넘어 역시 부담이 가기는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중앙대학교 앞, 학생들에게 ‘가성비‘가 좋아 입소문이 난 대학가 식당도 가장 저렴한 분식 메뉴는 7000~8000원 사이였다. 1만 원 넘어가는 메뉴도 넘쳐났다.
몇몇 식당들은 노량진 일대와 마찬가지로 ’높은 식재료값‘과 ’에너지값‘ 그리고 치솟는 ‘인건비’ 등을 이유로 향후 가격 인상을 추가로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내비쳤다. 흑석동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은 “밀가루 가격이 최근 2배 가까이 올랐고, 우유값도 마찬가지”라며 “우리 가게는 대학생들이 주로 찾아서 되도록 가격인상을 자제하려 했는데, 그러면 문을 닫게 될 판”이라고 울상을 지어보였다.
이 같은 사정에 정부와 함께 고물가부터 잡아보자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서울대와 고려대, 경희대 등 전국 40여 개 대학은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1000원 학식’이 호응을 얻고 있다, 천원의 아침밥은 말 그대로 대학생에게 조식을 1000원에 제공하는 사업으로 정부가 각 대학에 아침 한 끼당 1000원씩 지원하고 학교가 나머지 금액을 부담한다.
그러나 지금 천원의 아침밥 사업 자체가 정부에서 천 원, 학생이 천 원을 부담하면 나머지 금액을 학교 본부에서 부담을 해야 되다 보니 예산이 부족한 대학은 이 사업을 감당을 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실제 고려대는 20일부터 농림축산식품부 지원을 받아 5000원짜리 식단을 1000원에 제공해왔다. 하지만 고려대는 한정된 예산 탓에 이용 가능한 인원을 하루 약 600명으로 정했다가 ‘오픈런’이 이어지면서 수요가 커지자 졸업생들이 낸 기부금으로 인원 제한을 없앴다.
규모가 적은 학교들도 식단 이용 가능 인원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해주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올해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대학생들의 식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대학들이 늘어남에 따라 농식품부는 추가 예산 확보를 통해 지원 인원을 당초 50만 명에서 68만 명으로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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