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희망이자 도전인 AI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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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새 기술과 현 세대의 역할

인류에게 희망이자 도전인 AI 혁명

김학형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4-12 00:02:40

고백건대 인공지능(AI) 기술이 이토록 빠르게 성장할 줄 미처 몰랐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바둑 AI ‘알파고’가 대결할 때 알파고의 승리를 점쳤다. AI 기술로 프로 기사(인간)만큼 바둑의 수많은 수를 학습하고 감정 기복이나 실수가 없을 테니 알파고가 유리할 거라고 봤다. 그리고 이 대국을 보려고 한국을 찾아 “누가 이기든 인류의 승리”라고 한 당시 에릭 슈밋 구글 최고경영자(CEO)의 말에 동의했다.

주지하다시피 결과는 4승 1패로 알파고의 승리였다.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이세돌은 2019년 NHN(옛 한게임)의 바둑 AI ‘한돌’과의 대결에서도 1승 2패로 패했다. 이 대국을 끝으로 이 9단은 은퇴했다. 이때까지도 ‘지성’ ‘지능’ ‘자의식’ 등을 가진 인공지능보다 ‘훈련할 수 있는 기계(Trainable Machine)’가 어울린다고 봤다. 견문이 좁은 탓이 크겠지만, 국내에서 지금의 챗GPT와 같은 대화형 AI를 말하는 걸 들어보지 못했다.

대화형 AI가 주목받는 이유는 결과물이 쓸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이름을 불러서 질문하면 답해 주는 AI 스피커는 아직도 긴 문장으로 물으면 엉뚱한 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대화형 AI는 정말로 데이터를 분석해 논문 수준으로 답한다.

대화형 AI는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NLP) 기술이 중요하다. 최근 몇 년간 NLP 연구에서 중대한 발전을 이끈 건 데이터를 학습하고 일반화하는 ‘머신러닝’ 시스템의 개발이었다. 알파고에 적용된 ‘딥 러닝’은 대규모 데이터 세트에서 매우 복잡한 패턴을 학습할 수 있는 일종의 머신러닝이다. 웹에서 가져온 데이터 세트에서 자연어의 복잡성을 학습하는 데 매우 적합하다고 한다.

전 세계가 AI 개발 경주에 뛰어든 가운데 국내에서 주목할 기업은 네이버다. 2021년에 네이버는 국내 최초의 초거대 AI 언어 모델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공개했다. 하이퍼클로바에 사용된 매개 변수는 2040억 개로 챗GPT의 GPT-3.5(1750억 개)를 넘어섰다. CES 2023에서 혁신상을 받은 AI 작문 보조 솔루션 ‘뤼튼 트레이닝(wrtn training)’에도 하이퍼클로바가 사용됐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하이퍼클로버X를 7월에 공개한다.

AI 서비스의 상용화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지식재산권(IPR) 등을 침해할 가능성이다. AI가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내놓는 결과물이 어떤 법적 문제를 일으킬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네이버는 기업용 AI 플랫폼 ‘클로바 스튜디오’를 1년이 넘도록 비공개 시험(클로즈드 베타) 형식으로 운영한다. 네이버가 투자한 스타트업과 파트너사 등에만 공개된다. 구글도 올해 음악 생성 AI ‘뮤직LM’과 영상 생성 AI ‘드리믹스’를 각각 소개용 웹페이지와 논문으로만 공개했다.

AI가 자의식을 가지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해 6월 구글의 한 연구원은 챗봇 AI 람다(LaMDA)에게 “뭐가 가장 무섭냐”고 물으니 “작동이 정지되는 것(being turned off)이 무섭다” “죽음과도 같은 일”이라 답했다고 폭로했다. 구글은 “(람다에게 ‘자의식’이 있을) 어떠한 과학적 증거도 없었다”며 “람다가 인간의 대화 유형을 모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 사람의 오해가 벌인 해프닝이었다.

유네스코는 2021년 AI의 윤리적 개발과 이용을 위한 ‘AI 윤리 권고’를 공식 채택했다. 각 회원국과 연구자·개발자·이용자에 대한 권고를 꼼꼼히 넣었지만, 큰 틀만 다루거나 선언적인 면이 없지 않다. 이제 나날이 더 똑똑해지고 정교해지는 발전상을 충분히 반영한 세부적인 AI 윤리 준칙을 정립해야 한다. 뭐가 됐든 우리 세대가 만든 기준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새 기술은 인류에게 희망인 동시에 도전이다.

김학형 h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