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2.6º
미세먼지 좋음
강릉 15.2º
미세먼지 보통
)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을 찾았다. 경례 구호 ‘이기자’로 유명한 육군 제27보병사단 이기자 부대가 지난해 11월까지 주둔했던 지역이다. 해체된 지 6개월 정도 흘렀지만 이기자 부대가 남기고 간 빈자리는 여전히 컸다. 수많은 병력을 거느린 예비사단이었던 만큼 군인 또는 면회자를 상대로 경제활동을 펼치던 지역으로서는 회복이 쉽지 않은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상황은 좀 심각했다. 마을의 모습은 한때 ‘전방의 라스베이거스’라고 불릴 정도로 휴가 또는 외박·외출 나온 군인들로 시끌벅적했던 것과 너무 달랐다. 군인들이 자주 찾았던 오락실은 텅 비었고 피시방은 몇 군데 빼고 대부분 문을 닫았다. 일부 식당들도 ‘개인적인 사정’이란 이유로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상가 벽면에 ‘임대문의’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어 놓은 곳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영업 중인 상인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결같이 27사단 해체 후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토로했다. 90년대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할 정도라고 한다.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고, 주말에 한 팀도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도 매물을 내놓은 집은 많은데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며 걱정했다.
이 같은 사태는 정부가 지역경제 침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국방개혁안을 밀어붙인 결과다. 정부는 2018년 7월 부대·군비 축소 등을 담은 ‘국방개혁 2.0’을 발표했는데 ‘8개 군단·39개 사단 체제’를 ‘6개 군단·33개 사단 체제’로 전환하는 내용이었다.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군에 입대하는 병력이 줄어든 만큼 현 부대 규모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군부대 접경 지역의 경제 활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다음 단계적으로 실시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인구 유출에 따른 지역 소멸이 가장 우려스럽다. 국방개혁 2.0으로 부대가 해체되거나 축소된 군·사단 9곳 중 5곳이 강원도에 주둔했다. 공교롭게도 27사단(화천군), 8군단·20사단(양양군), 23사단(삼척시), 2사단(양구군) 모두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선정한 ‘소멸 우려 지역’에 속한다. 군부대 해체만으로 사태의 원인을 해석하는 건 무리겠지만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생계유지 수단 중 하나인 상권이 쪼그라들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군부대들이 밀집한 강원도 전체를 놓고 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강원도 인구는 지난해 153만6498명으로 1년 전보다 2000명 가까이 줄었다. 출생 건수도 7274명으로 전년 대비 83명 줄어들면서 7년째 역대 최소 출생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출생자에서 사망자를 뺀 도내 인구 ‘자연 증감’ 역시 역대 최대인 -7805명이었다. 2위인 광주광역시(-1900명)보다 감소 수치가 4배 이상 높다.
우리나라의 저출생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앞으로 군에 입대할 병력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해체되는 부대가 계속 더 나올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군 접경지역의 경제 구조를 튼튼하게 지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부가가치 산업단지를 조성해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정책을 결정할 때 ‘지역 소멸’이라는 화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산업화 혜택을 받지 못한 강원도 등의 군 접경 지역에 신경 써야 할 때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