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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哭) 소리만 들어본 지 10년 만에 드디어 ‘응애~’하는 애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우리 군의 경사입니다.” 10여 년 전 경북 청송군에 취재 갔을 때 군수한테 직접 들은 이야기다. “농촌에 젊은이가 없어 애 울음소리가 그친지 오래됐고, 어르신들은 한 분 두 분 돌아가셔서 인구가 점점 줄어들어 걱정”이라며 탄식했다. 그때 태어난 아이도 동남아에서 시집 온 다문화가정 자녀라고 했다.
‘응애’는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 하는 옹알이다. 언어 습득의 초기 단계인 옹알이를 시작해야 비로소 부모는 안심을 하게 된다. 옹알이가 끝날 때쯤 가장 먼저 하는 단어가 ‘엄~마’다. 두세 살까지 옹알이를 하지 않으면 정신 관련 장애를 의심해 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게 옹알이다.
응애는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음이자 미래이며 희망이다. ‘호랑나비’ 가수 김흥국은 일찍이 “아 응애예요”라는 아기 드립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어 ‘타요아기’라는 닉네임을 가진 아프리카TV 시청자는 “나 아기야 응애”를 반복해서 채팅하면서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후 디시인사이드 던전앤파이터 갤러리에선 ‘응애 XX 맘마조’가 전파되면서 이모티콘까지 나오는 등 응애 붐이 일었다.
응애 드립은 현실에서 초보운전자들이 ‘응애 나 초보운전’이라는 문구를 차에 붙이고 다니며 운전 고수들의 시선을 빼앗더니, 두 량뿐이라 출퇴근 시간이면 사람이 끼여 죽을 정도가 된 김포골드라인을 다루는 KBS의 유튜브 채널영상에서 “응애 나 아기 경전철”이라는 드립까지 나돌고 있다. 과히 응애 신드롬이라 할 수 있다.
어제 한 신문엔 진드기의 일종인 응애(mite)가 농작물과 식물 수분(受粉·꽃가루받이) 역할을 하는 꿀벌을 고사시켜 농촌에 비상이 걸렸다는 기사가 떴다. 꿀벌에 주로 기생하는 응애는 아기 벌과 어른 벌의 영양분을 흡수해 벌을 폐사시키는 고약한 역할을 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가 멸망한다’는 말은 좀 과장이긴 하지만 심각한 경고다. 군집붕괴현상인 꿀벌이 감소하는 원인이 살충제·질병·기생충과 함께 지구 온난화이기 때문이다. 꿀벌은 변온 동물이기 때문에 기온 변화에 쉽게 적응을 못한다. 또한 꽃나무들이 일찍 피고 일찍 져 꿀벌의 생애주기가 짧아진 것도 한 원인이다. 같은 응애지만 희망에 찬 응애도 있고, 인류를 멸망으로 이끄는 응애도 있다. 조정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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