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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임진영 팀장|김재민·김나윤·노태하 기자] 저출산 현상은 현대사회가 과거 대비 물리적·경제적 안전을 안정적으로 확보함에 따라 나타나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에 닥친 저출산으로 인한 위기감은 국가 존립을 위해선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앞서 이런 고민을 먼저 겪었던 선진 국가는 어떤 관점으로 저출산 문제에 접근했을까. 이를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경제 선진국 중심 글로벌 저출산 기조 심화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전 세계 최저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저출산 기조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유엔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은 1960~70년대 4.7명 이후 꾸준히 하락해 2020년 기준 2.3명까지 내려왔다. 한 세대가 한 세대를 대체할 수 있는 출산율 2.1명을 소폭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유럽·동아시아 등에 있는 경제 선진국의 인구 감소 폭이 빠르게 커짐과 동시에,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인구가 증가해 세계 인구가 유지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020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아프리카 니제르(6.89명)이며, 14위 아프가니스탄(4.75명)을 제외한 상위 30개 국가 모두 아프리카에 있다.
반면, 대한민국(2020년 기준 0.84명)을 포함한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홍콩(2위·0.87명)·싱가포르(6위·1.10명)·스페인(9위·1.23명)·이탈리아(10위·1.24명) 등 유럽과 동아시아에 분포돼 있다.
유엔은 이 중 유럽의 인구 감소가 이미 시작됐으며 2050년까지 계속 인구가 줄어 세계 인구 감소를 주도할 대표 지역이라고 분석했다.
독일의 경우 이미 1972년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돼 2022년 상반기 기준 태어난 인구보다 사망한 인구가 16만1000명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되는 등 물리적 인구소멸이 진행되고 있다.
김민식 두리저출산연구소장은 “저출산 현상은 물리적·경제적 안정이 확보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사회가 안전하고 혼자서도 먹고 살 수 있게 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가족이라는 집단이 삶에 이롭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이고 유럽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비혼 출산, 이민자 수용 등 실효성 있는 제도로 적극 대응
일찌감치 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했던 국가들은 어떤 대책으로 대응했을까.
1990년대 합계출생률이 1.6명까지 내려갔던 프랑스는 ‘모든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는 모토를 내걸고 출산율 제고를 위해 각종 대책을 실시했다.
직장에 다니는 부모가 자녀를 교육시설에 맡기거나 개인 보육 도우미를 이용하는 것을 국가가 지원한다. 부모가 시간당 비용을 일부 내면 나머지를 정부가 보조하는 방식이다. 또, 휴직급여 소득대체율을 100%로 유지하고 있으며, 남편에게도 법적으로 출산휴가 14일을 의무 부여한다.
프랑스는 비혼출산에 대한 차별도 없앴다. 가족수당·무상보육·교육 등이 결혼 여부·가정 형태에 관계없이 아이 중심으로 지원된다.
그 결과 프랑스는 2020년 합계출생률을 1.8명까지 끌어올려 유럽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이 중 비혼출산 비율이 62.2%를 기록하며 제도 정착에 이른 것으로 평가한다.
1995년 세계 최초로 남성 육아휴직제를 도입한 스웨덴 역시 2016년 남성의무 육아휴직기간을 여성과 동일한 90일로 확대하며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부모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시 나라에서 추가수당을 지급하고 육아휴직 중인 여성에게 휴직 전 급여의 80%를 지급하도록 했다. 또 부부 한쪽이 반드시 60일의 육아휴직을 사용토록 해 가사 분담률을 높이도록 했다.
아울러 스웨덴은 3세 미만의 아동 보육시설 확충에 집중해 여성 경력단절에 적극 대응했다. 그 결과 스웨덴의 여성고용률은 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구소멸이 빠르게 진행 중인 독일은 육아휴직 등 각종 보육 정책과 이민자를 적극 수용해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변화 중이다.
노동력, 즉 노동인구 확보를 위해 2015년 난민 100만 명 이상을 이민자로 받아들이고 이들이 정착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 시민권 신청 제도 등을 손봤다. 정년퇴임 나이도 67세로 높였다.
일각의 거센 반대에도 제도 보완을 거쳐 이민자를 적극 수용한 결과 현재 독일 전체 인구 8400만 명 중 20% 이상이 이민 1·2세대의 외국인 출신으로 구성됐다. 연방통계청은 조만간 독일 인구가 9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밖에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에 이어 2위로 합계출생률이 낮은 이탈리아는 자녀가 둘 이상인 부모에게 세금을 아예 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최근 ‘어린이가정청’까지 출범한 일본은 아동수당을 고등학생까지 확대하거나 출산비용의 의료보험 적용과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 등 파격적인 저출생 대책 초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그간 260조 원이 넘는 재원을 투입하고 앞서 3월에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통해 0~1세 부모급여 월 100만 원 인상과 돌봄서비스 지원 대상 3배 수준 확대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는 최모 씨(34)는 “계속해서 출산이나 양육 관련 정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체감하기도 어렵고, 회사와 관계 등을 고려하면 실사용하기에 눈치가 보이는 제도가 많다”며 “좀 더 종합적으로 접근해서 금전적인 지원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아이를 키우기 수월한 환경이 조성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엔인구기금 역시 ‘2023 세계인구보고서’를 통해 “한국인들이 아이를 안 낳는 것은 출산을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출산을 선택할 권리가 없어서다”라며 “최근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금전적 방법의 출산율 견인 정책을 도입했던 국가들을 보면 출산 시기를 앞당기는 것 외에 다른 효과가 없었고 장기적으로 효율적이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출산·양육 과정에서의 전반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우리나라 실정에 따른 맞춤형 정책 마련을 위해 단순히 부서 한두 곳이 아닌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한다.
인구경제학자인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저성장 시대 속에서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과거에 맞춰진 제도·기준들이 결혼과 출산을 결정하는 세대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기에 효과가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도권 쏠림 현상 등 한국만의 특수성을 완화해주는 것이 중요하고, 교육·행정·교통·복지·조세 등 자녀를 낳고 기르는 과정에서의 전반적인 제도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한 차례 정책 발표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최근 수요가 높고 정책 보완 효과가 있는 과제들부터 시작해 2차·3차 등 순차적으로 여러 대책을 강구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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