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군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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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군위군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7-10 06:31:00

▲ 홍준표 대구시장이 3일 군위군 대구광역시 편입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신·문화를 집대성한 소중한 기록문화 유산인 삼국유사가 쓰인 곳은 경상북도 군위군이다. 학자이자 스님이던 일연은 노후에 고려 불교의 중심이었던 군위군 인각사에서 삼국유사를 집필했다. 효성이 지극했던 일연은 78세 때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개성에서 인각사로 내려왔다.

일연이 입적한 뒤 당대 문장가 민지가 왕명을 받들어 비문을 지었다. “휘몰아치는 파도와 고요한 호수가 함께 한 근원에서 나오느니, 그 근본은 같으나 끝이 달라지는 것은 연마하고 연마하지 않거나 움직이고 움직이지 않은데 있을 따름이다. 여러 부처와 중생의 성품 또한 이와 같으니 다만 미혹함과 깨달음으로 구별되는 것”이라고 비문의 첫 머리는 적고 있다.

18개 행정 리를 관장하는 삼국유사면(面)도 존재한다. 일연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인각사가 위치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2021년 1월 소수면을 삼국유사면으로 바꾼 것이다.

2009년 2월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 생가도 군위에 있다. 추기경 부모는 그가 다섯 살 때쯤 일제의 박해를 피해 이곳에 정착했다. 김 추기경은 이곳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랑을 실천했던 김 추기경의 체취를 느껴볼 수 있는 산 교육장이다. 초가삼간 좁은 툇마루와 낮은 처마가 정감을 더한다.

명산인 팔공산 북쪽에 있는 군위는 구미·영천·의성·칠곡과 맞닿아 있는 내륙이다. 한마디로 산골 오지다. 고고한 학들이 살았다는 학소대, 기암괴석이 즐비한 아미산, 동산·계곡 등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명소가 유독 많다.

청정지역 군위군은 다른 농촌 지역과 마찬가지로 인구가 급감세다. 면적은 서울보다 조금 큰 614㎢이지만 인구는 2만여 명에 불과하다. 갈수록 인구가 줄어들어 인구 소멸지역이라는 불명예까지 얻었다.

군세가 위축되어 가던 군위군은 1일 대구광역시 군위군으로 탈바꿈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부지가 군위군 일대로 확정되면서 군위군은 대구시로 편입됐다. 경북 군위군이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윈윈하려는 지방자치단체 간 합의에 따라 이뤄진 통합이다. 우여곡절도 많았을 게다.

대구시는 군위군의 편입으로 서울 면적의 약 2.5배로 커져 특·광역시 중 가장 넓은 도시가 됐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군위를 대구로 떠나보내는 게 생이빨을 뽑는 아픔이라고 표현했다. 대구시로 편입된 게 끝이 아니라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 행정력의 섬세한 손길이 뻗쳐 대구시민과 군위군민 모두 부유해지고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도농통합의 진정한 목적이 아니겠는가. 박병헌 국제문화체육부장

박병헌 기자 bh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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