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4000억 쏟아부은 ‘재난안전통신망’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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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참사 최초 접수부터 공동 통화까지 55분이나 걸려
각 기관 내부에서 단순 무전기로 사용… 제대로 활용 안돼

김연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8-02 22:00:01

▲ 7월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인명 수색을 위한 배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재난 대응 기관간 신속한 협력을 위해 1조4000억 원을 투자해 구축한 ‘재난안전통신망’이 각 기관 내부에서 무전기로 사용되는 등 사실상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난안전통신망은 지난달 침수 참사 당시에도 최초 신고 접수부터 전반적인 그룹 통화가 가능해지기까지 거의 1시간이 소요됐다.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과 국회예산정책처가 공개한 ‘2022회계연도 결산’ 분석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재난안전통신망을 거친 음성·영상 통화 기록은 약 579만 분이다.

재난안전통신망 도입의 주된 목적인 기관 간 통신의 경우 연간 약 5만2300분 시행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기관 내 통신량인 약 574만 분의 1% 미만에 해당한다. 지자체·소방·경찰 등 각 기관이 재난안전통신망을 따로 이용해 ‘기관 간 통화’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특히 기관 간 통신량 약 5만2300분 중 3만4600분(약 66%)은 지자체 내에서 이뤄졌다. 이는 매일 전국 지자체 재난담당자가 참여하는 가운데 실시되는 정기교신에 따른 것이다.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재난안전통신망은 거의 활용되지 못하는 등 무용지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5월25일 지자체·경찰·소방과 함께 재난안전통신망 활용 합동훈련을 실시하는 등 개선 의지를 보이는 듯했으나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행정안전부가 정우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오송 지하차도 참사 발생일인 7월15일 오전 7시51분쯤 “미호강 제방이 터져 물이 넘친다”는 접수가 신고된 시점으로부터 관련 공동 통화가 이뤄진 건 55분이나 지난 8시46분이다.

최초 통화기관은 충북 흥덕경찰서로 청주시·충북도·충북소방본부 등을 거쳐 2분 뒤인 8시48분 충북도 상황실이 공통 통화를 걸었다. 공동통화에는 충북도청을 비롯해 △세종시 △청주 충주시 △제천시 △충북경찰청 △충북대의료원 △대통령실 △행안부 등이 참여했다.

행안부가 정우택 의원실의 당시 공동 통화그룹 대화 내용 녹취록 제출 요청에 “해당 기관에 대한 감찰 및 수상 중인 사항으로 제출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가 1조40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 구축한 재난안전통신망이 울진 산불·이태원 참사·오송 참사 등 각자 재난 현장에서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 ‘무용지물’이라는 사회적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재난안전통신망은 2021년 5월 전국 단일 통신망으로 도입됐다. 목적은 대규모 재난 발생 시 경찰·소방·해경 등 재난 관련 기관이 하나의 통신망으로 소통해 신속한 현장 대응에 대처한다는 것이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실시하는 전국 단위 재난안전통신망 활용 훈련 외에도 시도·시군구별 훈련을 내실화해 재난 상황에서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연주 기자 yj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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