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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망 사건은 수사권한이 없는 군 당국...'))
2021년 법률 개정에 따라 재판관할이 민간 법원으로 넘어갔고 이에 따라 군의 수사관할 권한이 없는데도 무리하게 수사하다 군의 이미지만 실추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병대 수사단은 변사자 처리 도중 업무상 과실 혐의를 알게 됐어도 법규상 수사 및 결정권한이 없기 때문에 누구누구의 혐의가 있다 없다를 판단하는 것은 월권에 해당한다는 안팎의 비난에 직면해 있다. 해병수사단의 의견을 참고할 뿐 법에 따라 수사권한을 갖는 경찰 등 수사기관은 전혀 새로운 결론을 내릴 수 있어서다.
2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인이 숨진 사건의 재판관할이 일찌감치 민간 법원으로 변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9월24일 개정되고 이듬해인 지난해 7월1일부터 시행된 군사법원법 제2조2항2호에 따르면 군인이 죽거나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 범죄에 대해선 군형법상 재판권의 예외로 인정한다.
군형법은 군과 관련된 사건은 원칙적으로 군사법원이 재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군인이 죽거나 성범죄 피해자 또는 군인 신분이 되기 전에 범한 죄는 군사법원이 재판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군인 사망이나 성범죄 사건은 명령에 복종하는 지휘체계 특성상 군이 공정하게 수사·재판할 수 없다는 우려가 법 개정 당시 주요 의견으로 반영된 결과다.
이예람 공군 중사 사건은 군인이 죽은 사건인 동시에 성범죄 사건이었다. 마찬가지로 채상병 사건은 군인 사망 사건이기 때문에 재판의 권한이 민간 법원으로 넘어가고 그에 따라 수사 권한도 민간 수사기관으로 변경되는 게 원칙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의 수사 권한이 미치는 범위는 재판 관할 권한을 따르게 돼 있다. 민간 법원이 재판하면 군 당국은 처음부터 수사권한이 없게 된다는 게 법률 전문가의 지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군이 무리하게 수사를 하다 항명·외압 시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해병대수사단, 업무상 과실 알았어도 이첩이 먼저
법 개정 전에 군인 사망 사건은 군사법원 관할 따라서 수사도 군사법경찰(헌병) 및 군검찰이 담당했다.
군검사는 변사자 처리 절차에 따라 검시 혹은 부검하고 타살, 업무상과실 개입 등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공식 수사절차로 진행한다. 공소(기소), 즉 재판에 넘길지 여부도 군검사가 맡고 2심까지 군사법원이 재판을 담당한다. 법 개정과 상관 없이 3심은 민간에 있는 대법원이 맡았다.
그러나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으로 군인이 목숨을 잃은 사건 등 일부 사건은 재판관할이 민간 법원으로 변경됐고 수사관할권도 군에 없게 됐다.
군형법 전문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개정법에 따르면 헌병이나 군검찰 등 군 수사기관은 처음에 잘 모르고 수사에 착수했더라도 수사하는 도중에 일반 법원이 관할하는 사건임을 인지, 즉 알게 되면 바로 민간 경찰이나 검찰 등에 사건을 이첩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군사법원법은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에서 군 사망 사고의 수사와 기소를 위해 군과 민간 수사기관이 협력하도록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채상병의 시신을 발견한 군은 현장을 보존하고 민간 수사기관에 통보하며 검시 시 공동으로 입회할 수 있다. 이어 의견을 교환한 결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면 민간 수사기관에 인계한다. 경찰 등 민간 수사기관에서 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군수사기관에 촉탁한 경우라도 최소 범위에서 변사자 처리 절차를 시행한 뒤 마무리되는대로 서둘러 경찰 등에 이첩해야 한다.
법 규정과 절차를 모두 고려해도 채상병 사망 사건은 처음부터 경찰에서 다뤘어야 한다는 게 군법 전문가의 시각이다.
이 전문가는 “개정법의 취지를 살리고 군이 안전조끼도 입히지 않고 병사를 사망하게 했다는 비판 보도가 나온 점을 감안하면 군, 그것도 해병대가 직접 다루기 어려운 민감한 사안이므로 사망 사건 발생 초기 시점부터 경찰이 수사에 적극 개입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경찰 담당 사건임을 알았을 때 넘겨야 했기 때문에 해병 사단장의 비위 의혹 또는 혐의를 알았다고 해도 즉시 이첩하는 과정에서 인적 사항이나 죄명·혐의사실을 적시하느냐, 빼느냐는 사실상 법과 권한 밖의 일이라는 분석이다. 수사 권한이 없는데 혐의자와 혐의를 특정하려 했다는 자체가 무리수였고, 개인의 공명심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느냐는 얘기다.
해병 수사단은 조사 과정에서 군사경찰(헌병)에 대한 지휘·감독권자 등의 의견이 있으면 재검토하면 됐으며, 누가 형사적 책임이 있으니 꼭 포함돼야 한다고 우길 사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군 자료는 향후 경찰 등 민간 수사기관에 중요한 수사자료가 되지만 민간이 군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종의 참고 자료에 불과할 수 있다. 이는 상명하복 체계 때문에 군인 사망이나 성범죄 사건을 군 스스로 공정하게 수사할 수 없다는 법 개정 취지와도 맞물린다. 군이 ‘잘못 없다’고 본 상관이 경찰 또는 검찰 수사에서 주범으로 드러날 가능성은 민간 조직의 경우보다 가능성이 크다고 일반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에서 혐의자를 축소 확대해 이첩해도 수사 주체인 경찰은 얼마든지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한 군사법원법 제228조에 따르면 해병대 수사단은 경찰이 수사 또는 영장집행 등을 촉탁한 사건이라고 해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는 군에서 수사 및 결정권이 없기 때문에 즉시 경찰 등에 채상병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는 법 해석도 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업무상 과실치사가 있었는지 실질적인 혐의에 대한 초동수사를 진행한 데다 언론브리핑까지 예고했다가 급히 취소하는 등 사실상 월권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첩하라”는 장관과 軍법무담당자 의견 표명, 외압인가
이번 사건은 외압과 항명 논란까지 걷잡을 수 없이 비화되며 군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달 경북 예천군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던 채 상병의 익사 사건을 조사한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돌연 폭로해 언론에 조명을 받았다.
국방부 장관은 ‘군사경찰직무수행법’에 따라 군사경찰 즉 헌병의 지휘·감독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첩은 수사권이 있는 경찰 등 민간 수사기관에 수사 대상의 인적 사항과 혐의 사실 등 수사할 개요를 보내는 법률행위다.
최종 수사 대상을 확정하고 수사를 진행하며 사건의 성격을 마지막으로 결정하는 권한은 경찰 등 민간기관에 있었다. 이에 따라 이첩 대상 범위에 관한 국방부 장관의 포괄적·법률적 지시를 참조해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이 다른 의견을 제시한 것을 사건외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또다시 엉뚱한 기류가 감지된다.
먼저 국방부의 후속 대응 과정에서다. 국방부는 어차피 수사권이 경찰에 있고 경찰이 수사할 일이니 해병 수사단의 초안대로 보내면 된다. 억울한 누명을 받는 관계자는 사실상 첫 번째 공식 수사단계인 경찰 수사 과정에서 입장을 밝히거나 증거를 제시하도록 하면 된다. 하지만 국방부가 굳이 해병수사단의 초안을 보류하도록 지시한 배경은 의구심을 낳는다. 보고 당시 재검토를 지시했다면 문제가 없었지만 보류한 행위는 미심쩍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해병 수사단의 더 나아간 행위가 꼽힌다. 만약 이번 사건에 외압성 개입이 있었다고 가정하고, 해병 수사단장으로서 박 대령의 의견이 100% 타당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수사단장의 행위는 군 기강 측면에서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알았다면 다시 건의하고 의견을 제시해 상급자를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도 박 수사단장은 상관의 지시를 곧바로 거부하고 사건을 이첩한 뒤 언론에 외압 의혹을 폭로하며 인터뷰까지 한 것은 군 기강 면에서 있어선 안 될 항명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군법 전문가는 본지에 “특히 병사가 임무 수행 중 사망에 이른 사건은 매우 가슴 아픈 비극이라는 국민의 정서를 배경 삼아 수사권도 없는 사안의 처리 문제로 영웅시 행동하고 군의 기강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행위가 정당화될 만한 어떤 근거가 있는지 의문시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기강 해이’ 軍 현주소의 단면 드러난 사례 지적 잇따라
이번 사건은 기강이 해이해진 우리 군의 현주소의 한 단면이 드러난 사례라는 여론이 있다.
이에 따라 즉시 수사권이 있는 경찰에서 전면 수사에 착수하고 항명 행위는 공정하게 처리해야 하며 외압 의혹도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법 개정에 따른 수사절차가 정착되기 위해 교육을 실시하고 민감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미리 군 법무와 공보참모 등이 협업해 각 분야가 체계적으로 대처하는 군 행정 시스템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군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군법 전문가는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자녀를 군에 보내도 된다는 믿음이 생길 수 있게 하는 게 실추된 군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중요하다”며 “대민임무 수행 지침과 안전사고 예방대책, 필요 장구를 확정하고 예산을 배정하는 등 완벽한 후속대책을 국방부가 발표하고 즉시 시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국방부는 박 해병 수사단장을 보직 해임하고 군 검찰단은 그를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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